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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사람]어릴때 할머니한테 들은 증조할머니 이야기 (떡 보살 할머니) : 주인 찾는 묘지

작성자에트와르|작성시간24.11.01|조회수2,303 목록 댓글 5

출처 : 


https://www.dmitory.com/horror/37709329



6. 25가 끝나고 휴전인 상황에서

문경 점촌은 이름없는 묘지가 굉장히 많았어.


이유인 즉슨 문경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끼고있고,

부산으로 산맥을 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요충지였으며,

문경새재 근처 산세가 험해 숨기 좋고,

남한의 중심(지도보면 남한의 거의 정 중앙)거점이었으니까.


영덕과 충주밑에 있어서 많은 학도병들도 이곳 출신이 많았고,

잦은 전투로 인해 이름모르는 국군장병들이 장도 치르지 못하고 묻혔고.


와중엔 빨치산 시체들도 더러 묻혔는데

증조할머니가 남한군과 같이 묻으면 큰일난다고

난리피운적도 있다고 하셨다고 해.


그게 묻고 묻다보니 굉장히 큰 언덕이 되었는데

잡귀가 들러붙을까봐

증조할머니께서 장승도 직접 의탁해서 세워두시고

스님들하고 풀도 치고 했었어.


하루는 증조할머님이

당시 점촌으로 시집간 젊은 아가씨였던 할머님을 뵈러 가셨다고 해.


가셔서 살림도 돕고 할아버지셨던 분도 뵙고

(증조할머님은 할아버지를 조 서방이라고 불렀음)

다시 운암사로 돌아오는데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증조할머님을 배웅하러

마을 어귀까지 나선 모양이야.


그런데 거기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


농가에 피해주는 멧돼지 사냥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사내들과 맞딱뜨리게 된거야.


당시 문경은 한창 석탄광이 개발되서 좀 풍요로워 지던 시절이었고

대다수의 농가를 제외한 사내들은

탄광에서 일을하고 돈도 잘벌어오던 그런 시절이었지.


그래서인지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빈부격차가 나게 돼.


좁은 동네에서 그런게 있을까 하겠냐만은

당시 농가사람들은 되게 못살았어.

보릿고개즈음임에도

탄광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쌀밥에 고기도 잘 먹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산세가 험한 문경지역은 야생동물도 굉장히 많아.


멧돼지등 따위때문에 농가들은 농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해는 가뭄도 심해서 사냥이라도 다닐 정도였다는 거지.

말로만 듣던 풀뿌리죽으로 연명하기도 하고,

항간에는 쥐를 잡아 고기를 구워먹을 정도였다고 하니

보릿고개즈음이라는게 상상이 갔어.


결국 탄광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합심해서

쌀 몇가마니를 거들어 보태주기도 했지만

농가쪽 사람들은 아니꼬움만 더 커졌다고해.


(탄광은 80년대 즘인가? 폐쇄됐다고하는데 연도는 자세히 모르겠음)


아무튼 당시 할아버지는 탄광에서 일을 하던 청년이었고,

멧돼지 사냥을 나섰다 돌아온

농가쪽 사내들과는 사이가 매우 좋지 못했어.


사내들은 거나하게 취해있어서 시비가 붙었고

졸지에 할아버지와 주먹싸움까지 가게됐어.


할머님과 증조할머님이 말려도 소용이 없어서

증조할머님은 할머님을 시켜서

절에가서 스님들을 불러오라고 하게 돼.


할머님이 스님들을 대동해서 오고나니

싸움은 그쳐있었고

할아버지랑 다투던 사내들이

혼이 쏙나가서 벌벌떨고 웅크리고 있더래.


스님들이 농가사람들을 추스려 보내고

할머님이 증조할머님께 물어보니까

조서방이 흠씬 두들겨 맞고 쓰러져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탕- 하고 총소리가 나서 모두 숨죽여서 엎드렸대.


그러고나서 북한군복을 입은 사내가 오더니

총을 겨누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더래.

귀신 이런건 아니었고 진짜 북한군.


할아버지 겨우 일어나서는

증조할머님께 챙겨드리려던 옥수수랑 감자 이런 것들을 줘버렸고

사내들도 멧돼지 고기를 줬다고 해.


주고나니 북한군 한명이

"뭐하네 걍 다 쏴죽이고 가디안코"

라는 식으로 말을 했더래.


그때 증조할머님이 나서서 여긴 북한군도 많이 묻혀있는 곳이라면서

나라와 당신들의 수령을 위해 목숨바친 장병들 앞에서 이러면 안된다고,

묻어준 것도 우리라고 했더니

"연어간나 아니네?"

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해.


나중에 알고보니 간첩을 연어간나 라고 하는 모양.


그 일이 있고나서 국군이 대대적인 수색을 하게돼.


땅굴같은 곳으로 침투했나 싶어서 급기야 묘지를 파헤치게 됐어.

땅굴 같은 것은 결국 발견되지 않았고,

북한군복을 입은 유해들은 한데모아 불질러버리고

남한국군들만 다시 묻게 됐어.


북한군을 파헤친 구덩이들만 덩그러니 메꿔지지도 않고 남게 됐는데

주인잃은 묘지들이었지.

그걸 그냥 묻었어야했는데...


가뭄은 심해졌고 더욱 먹고살기 힘든 농가쪽 사람들은

북한군을 꺼낸 묘지에다가

죽대창 같은걸 만들거나 트럼통같은 것을 설치해서

멧돼지 덫을 놓아버렸어.


마을 어귀여서 농가로 접어드는 멧돼지들이 많이 출몰했었다니까..


그 후로 꼭 하루건너 하루면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그 모습이 해괴하고 기괴했다고해.


증조할머님께서는 굿판을 벌이고

위령제를 자주할 정도로 불려나가셨다고 하는데

할머님이 사정을 알고보니

덫으로 개조 해놓은 묘지마다 사람이 한명씩 죽어서 발견됐대.


어떤사람은 자기가 묘지에 설치한 트럼통에 실수로 빠져버렸는데

멧돼지가 잡식성이다보니 그 사람도 잡아먹으려고

자기도 묘지안으로 뛰어들어선 뜯어먹었다는거야.


하체는 어디가고 없고 벌써 상체만 남아 멧돼지에게 뜯기고있었다고 해.

증조할머님은 직접 보셨다고;;


또 어떤사람은 묘지안에서 아직 죽지 않고

손뻗어서 땅집고 올라오면 되는데

나오지도 못하고 정신이 나가서 발발 떨고 있더라는거야.


물어보니 간밤에 덫에서 끼에끼에 하는 새끼돼지소리?

가 들려서 가보니 돼지는 없고

웬 시꺼멓고 동그란게 파헤쳐진 묘지안에 있더래

그래서 잔뜩놀라가지고 호롱불을 비춰보니

여자인데 북한장교모를쓰고 묘지를 맨손으로 파고 있었다는 거야.


그러다가 고개를 획 돌리니

윗니 아래쪽은 포에 반파가 되었는지 너덜너덜하고

눈동자도 어딜 보는지 모르겠었대.


굉장히 높은톤의 목소리로 자신이 누굴찾고있는데

도와달라고 그냥가버리면 총쏴죽여버리겠다고 해서

나오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땅을 파다가 보니 여자가 없어졌다는거야.


손을 보니까 거짓같지는 않았다더라.


어떤 미쳐버린 남자는 밤만 되면

묘자리 안에서 조용조용하게 -사삭 사삭-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호롱불을 비춰보면 소리는 누가 자신을 탁 치고는 도망가는데

검은 사람 형체같은게 재빠르게 사라지고 그랬대..


날이지나고 꼭 덫을 설치한 곳에는

멧돼지 대신에 사람이 죽어있고

빈 묘지에는 누가 미쳐서 들어가있고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니까

묘지가 자기 주인찾는 것 같다고

귀신들기전에 제를 지내야한대서

큰 굿판을 벌이고 패여진 묘지에는 소나무 묘목들을 심고

금줄을 치고 향을 피웠다고 해.


그리고 나선 그뒤론 별일 없었다고 하는데,

사실 증조할머님은 영을 보지만 사람들에겐 잘 말을 안하는 편이래.


그 후로도 풀을 치러가면 솔잎이 불긋불긋하고

해가 쨍쨍한 대낮도 그곳만 음산하고

검은 사람형체 같은 것들이 군모를 쓰고

조용조용히 나무 뒤에 숨어서 자신이 풀 치는 것을 지켜봤다고 해..


최근에는 그 생명령강한 소나무들도 다 죽어서 다 들어내고

잔디를 심어도 파릇해지지않아서 방치중이야.


(지금도 문경시 점촌에는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고

건너편에 문경제일병원과 정신병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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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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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봉봉미미 | 작성시간 24.11.01 아 무섭다.ㅠㅠ 묘 주인을 찾는대...
  • 작성자용뽁 | 작성시간 24.11.01 대박 무서워,,
  • 작성자코카투카투 | 작성시간 24.11.02 시대의 아픔이 있는 괴담이네
  • 작성자쿄쿄쿄쿄코코 | 작성시간 24.11.03 아이고...이 이야기는 참..ㅠㅠ묘하다
  • 작성자전부사용중이래 | 작성시간 24.11.12 점촌 가봤는데 이 글 보니까 갑자기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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