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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사람]어릴때 할머니한테 들은 증조할머니 이야기 (떡 보살 할머니) : 견탄리 우물

작성자에트와르|작성시간24.11.01|조회수2,457 목록 댓글 3

 
출처 : 

https://theqoo.net/horror/1307761859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에는 큰 우물이 하나있어.

(2012년에 군부대 확장으로 사라졌지만

거의 100년동안 맑은물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좋은 식수원이었다 함.)



1912년도즈음 만들어졌다는데,

물이 말라서 31년도 여름 즈음에 이전을 했다고 해.

새로 준공한 곳은 지하수가 잘 올라오는 산골이어서 물 마르는 일은 없었다네.

150가구가 훌쩍넘는 동네여서 그런지

우물이전을 잘 치루고 마을 전체가 모여서 잔치굿을 벌였다고...


증조할머니께서 빠질 수 없잖아?

무속인으로 간 것은 아니었지만

동향사람들 경사인데 가서 차림도 도와주고 굿판도 구경하고

또 잔치한다고 모셔온 사당패가 흥을 돋우고 나니,

시골에서 볼거리는 흔치않은데 좋은 볼거리들 이었지.



풍물한마당 하고나서 절차로사당패와 어우러져

무당들과 증조할머니도 같이 지신밟기

(지신굿, 터굿 이런걸로도 불리는데 마을을 보살피는 터의 신,

즉 지신을 모시고

마을에 흉없이 잘되게 해달라는 액막이 굿)굿을 했어.


다들 흥이나서 탁주 한사발씩 들고 지신밟기 민요에 맞춰서 춤도 추고,

동네 애들은 우물가에 모여서 등목도 하고,

두레에 물을 퍼다가 물장난도 치고, 참 신명나는 잔치굿이었다고 해.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서 증조할머니께서도 우물물을 퍼다가 마셔보니

시원한게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번쩍들더래.


물이참 좋다고 마을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이유를 알게 됐지.

무릇 좋은 터라는게 쉽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마을의 길복이구나 하곤 잔치가 끝나고 뒷정리를 도우는데

쏴아아- 하고 비가 왔어.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그리 넓진 않은게 소나긴가 싶으셨지.



아낙들이 서둘러 애들을 부르니

놀고있던 애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서 집으로 뛰어가는데

웬 남자아이 하나가 안 일어나고 그자리에 가만히 있는거지.


증조할머니께서 걱정이 돼서 다가가는데

아이가 일어나 뒤를 돌아보니 웬걸

이목구비가 위치가 뒤틀려버린 얼굴은 퉁퉁 불어 새카맣고

손발톱은 다빠져있고 옷도 헤져서 넝마가 따로 없을정도였어.


증조할머니가 화들짝 놀라서

바닥에 채이는 자갈을 틱-틱 하고 던져 보니

응당 사람이라면 움직이는 자갈을 따라가야할 아이시선이

미동도 없고 자신만 뚫어지게 보더라는거야.



'터지기(지박령 개념인데 약간은 다름)구나.'

순간 생각해보니

아까 전부터 아이들이 놀던 곳에서

같이 섞여 자연스럽게 놀고있었다는걸 깨닫게 됐어.


물론 아이들이 저 터지기아이를 보고 같이 논것은 아니었고

한데 섞여 있던 것 뿐이지만...



한참을 증조할머니를 쳐다보더니

논두렁사이로 토란이 우거진 흙길로 사라졌어.


다급히 정신을 차린 증조할머니께서 비를 피하기위해

잠깐 포목점(비단 이불 한복을 만드는 가게)안으로 들어갔어.


"실례합니다. 흥덕에서 온 보살이온데 비 좀 피하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니 후덕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주었어.


"하이고 젊은보살님이 고생이 많았네.

얼른 들어와서 감주(식혜 비슷한 곡주)라도 한 잔 들어."

해서 감주담긴 대접을 받고 들어가보니,

안에는 아까 잔치굿판에서 보았던 사당패몇명이

탁주에 편육을 마시고 흥을나누고 있고

이 마을에 살고있는 무당이 증조할머니께 이상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홱하니 처다보더래.



증조할머니께서 쓴웃음을 지으시며

"죄송합니다. 제가 모시는 분이 신기를 잡아먹는 공험이 있으셔서 ..."

하니 무당이 거리를 벌리고는 먼 발치에서

"잡신을 모시면 그럽디다. 조심하시요.

그러다가 당신 영까지 홀라당 먹힐수도 있우."

라고 사납게 받아치셔서 증조할머니께서 멋쩍어 하셨다고 해.



감주가 달달하니 시원달콤해서 맛있었다고 해.

"주신 감주 잘 마셨습니다.

그런데 뭐 하나 여쭤봐도 될런지..."

하고 증조할머니께서 포목점 아주머니께 여쭸어.


자신의 앞섬을 손날로 가리키면서

이 만한 아인데 머리는 길게 잘 땋고

옷은 검은 저고리를 입었다고 만 말하고

뒤틀린 이목구비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


그런데 아주머니가 먼저

"하이고 젊은 보살이 용하긴 용한가보네,

혹시 보셨다는 그 애가 눈 코 입이 요래요래 이상하고... 맞죠?

하고는 자신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집어서 보여주었어.

자신은 심각한데 말야.



이어서 아주머니가 들려주신 사연인 즉슨,

평소 마을에 그 아이귀신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말로 시작됐어.


처음엔 다들 무서워 했는데 해코지를 하지도 않고,

마을에 초로한 노인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집은 집이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 아비가 술과 도박을 좋아하고

도박하다 재산도 날렸는데도 정신 못차리고

가끔 넘의마을에서 소도 훔쳐와서 그걸로 도박하다가

나중엔 걸려서 잡혀가버리게 됐는데,

남은 여인네가 도박 빚이며 소 값이며 품팔아 갚아 나갔다고...


그래봤자 얼마나 되겠어.

빚은 끝도없고 당장 애 먹일 밥도 없어서 그만 자살을 결심한거야.



우물물이 마르지 않았을 적에는

우물이 깊어도 물이 높게 솟아있어서 빠져죽기도 힘들고,

일부러 죽자고 작정하지 않는이상은

빠져도 나올 수 있는 그런 우물이었다고 해.


그런데 우물이 마르고 수심이 사라지니

빠지면 나올 수도 없을만큼 깊어져서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테지.


우물물이 말라서 아무도 사용도 안 하고 관심도 없던 찰나에

사고는 터졌고,

당시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나중에 사람들이 애 우는 소리를 듣고 가보니

애랑 애미랑 우물안에서 죽어있었는데

비가 온날에 조금씩 차오르던 물이 시체썩은물이 되서 새카맣게 변했고

시신들은 그 새카만 물에 간신히 잠겨있어

퉁퉁 불어터져서 보기 흉했다고 해.


애 우는소리는 어디서 들린건지 알 방법도 없이

마을사람들이 겁을 먹고는

빨리 장을 치루고 제를 지내야겠다고

두레줄을 타고 내려가 시신을 꺼내려는데,


애 어미는 떨어지면서 목뼈가 부러져 죽은 것 같고,

애는 어미가 안고 떨어졌는지

사지는 멀쩡했는데 얼굴이 불어서 뒤틀려버렸어.


혼자 살아남아서 나오려고 발악을 한 것 같이,

우물 벽면에 손톱자국이 수도없이 나있고

애 손톱은 다 떨어져 나갔다고 해.


얼른 시신을 꺼내서 장을 치루고 성불제를 지냈지만,

유독 비가오는 날이면

불어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손톱빠진 아이를

우물가에서 자주 목격했다고.


처음엔 해코지를 할까 겁이났는데

그냥 사람구경만 하염없이 하다가 사라지곤 했다는데


증조할머니가 듣고는

"아이가 터지기가 되서 자리를 못 뜨는 것 같습니다."

하고는 자신이 제를 다시 올려보겠다고 했어.



비가 그치고 각집에 들어 비를 피하던 사람들이 속속이 나왔는데,

"하이고메 이게 뭐꼬? 또 이라네 또이래."

건너 집에 있던 아주머니가 기겁을 하고 울상을 지었어.



증조할머니께서 우물쪽을 처다보니

썩은내 나는 검붉은 물이 바닥에 왈칵 쏟아져 있었는데

백발성성한 노인이 한 분 나오더니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보고는

"괜찮타 물은 멀쩡해.

분명 노름 좋아하던 박서방네 자식놈이 장난을 친게야.

지놈 죽을때 썩은 물로 우물에 장난질을 친걸게야."

라고 누구 들으라는듯 사방을 주욱 둘러보고 으름장을 놓았어.



그때 아까 증조할머니께 살갑게 대하던 무당 한 분이 나와서

"이건 잡귀가 지신을 이겨먹고

자신이 지신자리를 차지할려고 수를 쓰는겁니다."

하곤 재차 굿판을 벌이길 강요했어.



이틀이 지나고 마을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다시 굿판을 열었어.

비만 오면 툭하면 검붉은 물이 흘러나왔고

식수원이 오염될까 조마조마하던 사람들이

이런 일이 없어지게 할 수 있다는 무당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거야.



증조할머니께서는 생각이 달랐지만

지켜보기로 하고 보는데,

무당이 위령제(죽은 넋을 기리는 제)를 지낸다고

우물앞에서 향을 피우고 제를 지내고 지신밟기를 한 곳에서

천신제를 또 올린 거야.


당시 증조할머니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

'이 마을 터의 지신이 분명히 있는데

굳이 하늘신에게 제를 올려 마을의 안위를 기원하는 것은

터신에 대한 도리에 맞지 않다'

고 생각한거지.



아무튼 굿으로 벌이는 제는 절정을 향해가고

접신을 통해 제를 올리는 무당의 무속적 방언과 무령의 소리

(무당방울 혹은 칠성방울이라 불리는 방울여러개가 달린 노리개모양)가

극에 달하자 무당은 땀을 닦아내고 한 숨의 읍으로 굿을 마쳤어.


당분간 비도 오지않고 우물물도 괜찮아서 다 좋아진 것 같았어.


워낙 미신적인 것이 명백한 확증이나 증거가 없다보니

증조할머니께서도

'그 무당이 천신제를 올린 까닭이

아예 비구름이 오지 않도록 함인가'

할 정도로 쨍쨍한 날만 이어졌다고 해.



그런데 그건 착오였어.

장마대비 먹구름들이 한껏 모이기 위한 전초였던거지.



이윽고 장마가 터졌고 하늘에 구멍난 듯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두렁이고 밭이고 다 물바다가 되서 쓸려가는데

견탄리도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서

증조할머니께서 두어시간거리를

옹기집 총각도움으로 마차를 타고 단걸음에 가 보니,

사람들이 난리가 나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더라는 거야.



우물은 넘쳐서 검붉은 물이 왈칵왈칵 쏟아졌어.


증조할머니께서 뒷머리 느낌이 사이해서 돌아보니

일전에 아이가 사라진 논두렁 사이 토란잎이 주욱난 길이 보였는데

거기에 그 검은 아이가

증조할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더라.


증조할머니께서 용기를 내서 다가가니 한걸음 물러서고,

또 다가가니 한걸음 물러서고

그렇게 아이를 쫒아가다 보니

이전하기 전에 우물이 보였대.


막힌 우물뚜껑을 열고 안을 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다시 뒤를 돌았더니 아이는 온데간데 없었다고..



무슨 징조인가 싶어서

겁도없이 혼자 두레를 내리고 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고 해.

다시 위를 쳐다보니 검은아이가 삐뚤어진 얼굴로 씨익 웃더래.


악귀가 자신을 이곳에 빠뜨릴려고 장난을 쳤는가 싶어서

소름이 돋고 겁이났지만,

섣부르게 판단하지않고 주위를 살폈다고 해.


우물바닥에 흙자갈들이 아직까지 시체썩은 내를 머금은듯

날이 습해지니까 악취가 스물스물 올라왔어.


우물벽엔 말로 들었던 손톱자국들이 수없이 아로새겨져있었고,

그러던와중에 바닥 한켠에 반쯤 파묻힌 금가락지를 발견하셨대.


훌훌 집어 털어 옷으로 잘 닦으니

예쁜 민둥가락지 였다는데

척 보기에도 혼례반지구나 싶어서 마음한켠이 아렸다고 하시더라.



듣기엔 도박빚도 소값도 갚을 여력이 안 되어

자살까지 결심했다고 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혼례반지는 가지고 있었구나 싶어서 그랬다고 하셨어.


그나저나 다시 올라갈 방도가 막막했다고...

두레줄을 타고 내려올 땐 몰랐는데 올라가려니

빗물젖은 두레줄이 미끄럽기도 하고

가녀린 아녀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어서,

이걸 어쩌나.... 하고 있는데 몇분도 채 안 돼서,

같이 왔던 옹기집 총각이 증조할머니께서 여기로 오는 것을 보았는데

돌아오지 않으니까 와봤다가 빠진 것을 보고 꺼내주게 되었어.


두레줄끝에 연결된 두레박에 발을 올리고 서서 줄을 잡으니

옹기집 총각이 힘껏 당겨서 끌어 올린거야.



다시 사람들한테 돌아와서,

가락지를 보여주고 발견하게된 계기를 설명하니

여태 욕만하던 초로의 노인도 입을 다물고

죽은박서방네 마누라가 측은하다는 듯이

동정어린 말들을 하는 사람까지 나왔어.



증조할머니는 제를 다시 지내야 된다고 하시면서

일전에 포목점 방을 빌려 종이에 붓으로 그림을 그려넣었는데,

소식듣고온 무당이

"무슨 절간 보살이 부적을 그리나."

하고 비아냥거리며 보는데,



웬걸 증조할머니께선 부적을 그리신게 아니라

곱게 잘생긴 아이의 얼굴을 그렸는데,

초로의 노인이 그 것을 보고 한 눈에

"참 잘그렸어. 박서방네 아들이구만 뒤틀린 이목구비를 찾아줬네 그려"

하고 손뼉을 쳤어.


얼굴을 그린 종이에 양초로 초칠을 해서 비에 번지지 않게 한 뒤에,

증조할머니는 비가 약하게 내리는 틈을타서

사람들과 같이 아이와 박서방네 부인이 묻힌곳으로 갔어.


제는 급하게 준비해서 초라하게 진행됐지만

사람들은 경건하게 읍을 했어.


포목점에서 준 비단에

반지와 아이얼굴을 그린 종이를 네번접어 조심스레 싸 묶고는

모자의 무덤옆에 묻어줬다고 해.



향하나가 다 탈정도로 읍을 한 뒤에

마을사람들과 마을로 돌아오니

검붉은 물들은 온데간데 없고 썩은내도 사라졌다고해.



마을사람들이 한 시름놓고 방안에 모여

탁주와 전을 부쳐 증조할머니께 대접을 하는데,

와중에 한 아낙이 비명을 질러 황급히 사람들이 달려가 물으니


우물에서 상체는 바싹마르고 다리는 물에 퉁퉁 불은

저고리가 새까만 아낙이 물에 둥실 떠올라 밖으로 나오더니,

증조할머니께서 아이를 본 그 논두렁 토란길로 걸어가더라는거야.


그러더니 사라졌더래. 행여나 뒤를 돌아 자신을 볼까봐 조마조마했다고...



견탄1리 우물은 후에 산을 깎으면서

모자의 무덤을 이장한 뒤에

또 비만오면 검붉은 물이 나왔다고 해.


무덤이 강제로 이장당한 뒤에

비만 오면 박서방네 아이를 본 사람이 속속들이 생겼는데,

이목구비는 제자리였다고 하네.



이 우물은 무려 처음 준공부터 100여년간 마을 식수원을 담당했어.


2012년 군부대 공사로 인해 사라져버려서 지금은 없지만

비만 오면 나오는 검붉은 물,

이 일은 뉴스에도 실릴정도로 미스테리한 사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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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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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시의 우당탕탕 모험기 | 작성시간 24.11.01 아 슬프다
  • 작성자봉봉미미 | 작성시간 24.11.01 아 불쌍해. 남자 하나 잘못 만나서 저게 무슨 난리야.ㅠㅠ
  • 작성자루루라라리 | 작성시간 24.11.06 신기하다 뉴스도 찾아보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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