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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사람]어릴때 할머니한테 들은 증조할머니 이야기 (떡 보살 할머니) : 귀내림

작성자에트와르|작성시간24.11.01|조회수2,870 목록 댓글 10

 

출처 : https://m.blog.naver.com/kkhy162/221796299966



신내림.





신기를 느끼는 사람은 신내림을 꼭 받아야 하는가?

아니다. 신내림은 시기가 있다고 해.


그렇다고 신내림을 모두 받을 필요도 없는데,

대신 그에 상응하는 무접신 해칠살

(신은 신대로 대접을 해 주고 몸에 들이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

의 대접을 해드려야 한다고...

​​

예부터 지금까지 신내림을 거부한 사람들도 많다고 해.

그만큼 신내림을 받는다는 것은,

接신(이을접)을 하여 신을 몸에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식을 나누어 어렵고 고난스러운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지.


또 신내림을 제대로 받는다 한들,

길게는 2년까지 몸안에 터를 잡은 신이 괴롭히는 기간이기 때문에,

늦게 해칠살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또 신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지만,

어떤 신이든 간에 신내림을 받을 땐 다른 무속인에게 의뢰하여

내림굿(강신무굿의 일종)을 해야해.

정확한 내림굿이 아니면

허주(가짜주인)가 降신(내릴 강) 하여 몸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


신내림 받을 때 발작 하는 사람들,

접신하는 사람들 듣거나 본적 있을거야.


그 사람들은 의식을 잃고 정신이 미쳐버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굿을 하는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다스리고

반의식적인 상태가 되어서 발작을 하거나

학질걸린 사람처럼 벌벌떨기도 하는거야.


이런 신병(입무과정)을 필수적으로 지나야지만 신을 받아들이고

사람과 영신의 세계를 이을 수 있다고 믿는대.



문경시 마성에 처녀보살이 내림굿을 한 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증조할머니께서 임신을 했을 때 즈음 1931년도에 일.


당시 임신한지 좀 지나서 몸은 무거웠지만,

거동이 불편한 편은 아니었다고 해.

때문에 모처럼 나들이겸 신내림받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가 보니 문경에서 내노라 하는 무속인들,

역술인(역술인은 신을 받지않음)들도 많이 와 있었어.


증조할머니께서 보시기에 역술인은 영기가 없고

사주가 같은 느낌을 받았어.


(실제로 무속인과 역술인은 사이가 좋지 못 해.

역술인은 음양오행을 필두로 한 역학으로 사주를 많이 봄)



무속인들 중에는 신기라는 동네에서 유명한

여장을 한 박수무당도 와있었는데,

문득 증조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니

목안이 청아하게 맑고,

멀리서도 청포향이 그윽한 것이 범상치 않았다고 해.​



아직 내림굿은 준비중이었기에

증조할머니께서 상차림을 돕고,

커다란 느티나무에 금줄을 걸기 위해

당방울과 무속인들이 가져온 노란 괴황지 부적을

같이 동아줄에 달고 있었는데,

내림굿 할 공터 뒤에 삼간 집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해.


같이 상차리던 무당을 모시는시동에게 물어보니,

"아주 용한 보살님이 오셨네.

오늘 내림굿을 받는 처자가 저기 있는데,

동자신을 모실 모양입니다."


해서 증조할머니께서

"그렇습니까? 울음소리가 우렁찬게 범상치 않습니다."

하니 그 시동이

"저희는 안 들려서 모르지요."

하고는 껄껄 웃더래.


신내림을 받기 전에는 아무도 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게 중요한 법이라고 해.


그렇기에 삼간 집에 있는 사람도 혼자 있는데,

아까 눈여겨본 박수무당과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긴 무녀

(무당보다 용한 신을 모시는 영센 무속인)한 분이

그 삼간집으로 걸어가더래.


그래서 증조할머니께서 모시천으로 닦던 무령을 내려놓고

헐레벌떡 뛰어가

"아직 상도 안 차렸는데 지금 데려오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했더니 박수무당이

"강신무를 하기 전에 이 옷으로 갈아입혀야 한다."

하고는 들고있던 비단 소복을 보여주더래.



아차 싶으셨는지

"제가 눈이 넓었나 봅니다."

하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사과드리고는 자리로 돌아오는데,

뒤에서 우렁차던 애기 울음소리가 뚝 그치고는

웬 음침하게 웃는 여자소리가 들리더래.


깜짝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니

박수무당과 무녀는 물론

다른 무속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반응이 없었다고...


후에 사람들도 굿판주위로 빙 둘러 모이고,

준비가 끝나자 내림굿을 받기위해

삼간집 안에 있던 사람이 나왔는데,

젊은 처자였어.


눈을 지긋이 감고 박수무당과 무녀의 인도하에

잘 깔린 싸리석(멍석 비슷한 싸리나무로 만든 방석)에

양반자세를 하여 앉고는

읍을 올리듯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지.


당시 신내림은 매우 조심스럽고 엄숙하게 진행됐는데

이유인 즉슨 한 예를 들자면,

과거에 조상신을 내림 받는다고

신굿을 하던 사람이 정신을 잃고는 잠시 후,

벌떡 일어나서는 앞에 차려진 상을 허겁지겁 집어먹었다고 해.



후에 해칠살을 해도 차도가 없어서

빙의퇴마를 하니 비로소 의식을 차렸는데,

잡귀중에 늙은 아귀가

"내가 니 몇대 조상이다."

라고 거짓말을 치고 접귀를 하여 빙의를 당했다고 해.



자기 증조부 고조부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았겠어.


이처럼 신제자가 한 순간에 빙의환자가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어왔기 때문에,

신내림은 진중하고 엄숙했다고.


무녀가 읍을하고 바닥 주위에 팥을 뿌려가며

동자신을 점점 내림받을 처자에게 가게 하여

접신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어.


부경(부적에 적히는 글들을 책자처럼 만든 것)을 읽어가면서

무령중 칠성방울(방울이 여러개 달린 무당방울)을 흔들어 대니,

신내림을 받던 처자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애기소리를 뱉어냈어.

갓난 아기가 우는 것처럼 울어댔다고...


어른의 성대로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해.


주변에 보고있던 사람들이 오-오- 하고는

고개를 숙여 손을 모으고 받드는 시늉을 해댔어.


증조할머니께서도 읍을 가볍게 하고 보니,

금줄에 부적들옆에 걸어놓은 당방울이 세차게 흔들리면서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고 해.


후에도 계속 애기소리를 내기만 할 뿐,

별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진 않았고

비단소복이 다 젖을정도로 땀을 흘리고 쓰러졌다고...


내림굿은 성공적으로 끝난 듯 보였고

굿판이 지나가고 무속인들이 강신마당을 벌였어.


향을피우고 사당패를 들여서 너나할것없이 춤을 췄어.


증조할머니께서는 임신한 몸을 이끌고 춤을 출순 없는 노릇이라

뒤에 앉아서 잔치음식을 먹고 계셨는데,

삼간집안으로 박수무당하고 무녀가 사람을 대동해서

신내림받은 처자를 급히 옮기더래.


'내림굿이 끝나고 안정을 도우려고 그러는 구나'

하고 수발을 도울겸 따라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래.



"무슨 일입니까?"

하니 박수무당이

"들어오면 안 되니, 나가있어라."

하고는 문을 닫으려는데

신내림받은 처자가 애기울음소리를 처연하게 내다가,

갑자기 부싯돌 긁어대는 소리처럼

여인 목소리로 그륵그륵- 대더래.



증조할머니께서

"저는 흥덕에서 온 보살이온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니 무녀가 눈짓을 하고는 끄덕였어.



박수무당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들어와." 하고는 손짓을 하더래.​

증조할머니께서 다시 한 번

"어찌 된 일입니까?"

하니 박수무당이 하는 말이

"동자신이 아니야.

태주(새타니, 혹은 아기귀신 명도라고도 불림)가 들어왔어."

라고 하고 무녀랑 같이 닭 피를 몸 군데군데 바르더래.



무속적인 역학을 떠올려보니

'자고로 닭피란 접신을 막아주는데 효험이 있는 것인데,

도리어 안에 들은 귀신이 나오지 못하고

처자의 깊은 의식속에

더욱 꽁꽁 몸을 숨겨버리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녀에게 귀띔을 해주려는데,

​​

무녀가 증조할머니뜻을 미리 알아차렸는지,

"태주가 무서운게 아니라,

따라다니는 어미귀신이 위험하여 그것을 막아야 한다."

고 했어.



태주란 성불하지 못하고 죽은 임산부가 귀신이 되어 애기를 낳으면

그 애기가 새타니라고 불리는 태주귀신이었다고 해.


박수무당이 닭피를 몸 군데군데 뿌려두니 처자가 잠잠해졌는데,
그 사이 무녀가 버선발로 나서서는

찾아온 무속인들 중에 승려를 한 분 데려오니

증조할머니께서

'퇴마를 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무녀의 심중을 알겠다 싶으셨대.


불자는 무속인 보다 유능한 퇴마를 할 수 있으니까.


승려가 하는 말이

"소승은 육도를 공부하는 승려이온데 어찌하여 부르셨는지요."

하니 박수무당이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증조할머니께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잠자코 보고있는데,

승려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숨 죽은 정적을 깼어.


"구병시식(불가계통의 퇴마행위중 하나)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자,

증조할머니께서 알고 있는 것이라는 듯이

"제가 상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하고는 나가서 시식단을 준비했어.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아서

"처자가 빨리 회복하라고 강건제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하고는 웃어 넘겼다고 해.



콩, 밥, 국, 청수(물), 배, 시루떡, 나물, 일곱가지를

작은 상에 정갈히 담아서 오니,

승려가

"보살님 고생하셨습니다."

하고는 내림굿 받은 처자의 이름을 위패에 적어 상에 올리고,

향로에 향이 가장 센 백단향

(불가에서 많이 쓰임. 좋은 향기가 짙게나고, 누르스름하다.

현대에선 가슴이나 배가 아플 때 약재로도 쓰임.)

을 피우니


승려가 박수무당하고 무녀, 그리고 증조할머니에게

" 밖에 잠시 나가있어 주십시오."

하고 사람들이 나가니,

목탁을 들어 천부경의 서절을 읊었다고 해.


잠시 후에 7시가 지나 날이 꽤나 어둑어둑 해졌는데,

갑자기 창호문으로 비치던 호롱불이 꺼지더니

집 밖에 있는 증조할머니께서도 느낄만큼

거대하고 묵직한 기운이 집 전체에 느껴졌다고 해.



점차 기운이 강해지더니

종래에는 사람 두배는 됨지막한 거녀(巨클 거 女)의 영이

눈을 부라리고 삼간집 창호지 창앞에서 들어가려고 기를 썼어.


그륵그륵-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근거리에 있었는데

그 거녀는 증조할머니를 포함한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는

문틈이 좁으니까 자신의 손가락을 두어개 잡고는 세로로 찢어서

가늘어진 팔로 재차 들어가려고 기를 쓰더래.


목탁소리는 점차 강해졌어.

가라다니(퇴마 의식에 사용되는 도경의 방법중 하나)를 할때는

호롱불이 붙었다 꺼졌다 했는데

보고있던 증조할머니께서 머리가 무척 어지러우셨다고.


옆에있던 박수무당이

"정신 바짝 잡아! 배 속에 애기 죽여내고,

태주를 낳을 수도 있는게야!"

라고 해서

증조할머니께서 황급히 소매를 찢어 귀防(막을 방)을 적고

배에 복대처럼 둘른 뒤에

구병시식에 쓰이고 있는 백단향 여분을 꺼내어

태워 들고있었다고 해.


무녀가 그 모습을 되게 호기심 어리게 쳐다봤어.



삼간집 안에 구병시식은 거의 마지막에 들어섰어.

승려가 옴-아-암악(가라다니의 구절)을 108번을 조용하게 말하는데

어떤 의식보다 힘이있고 머리속까지 확실하게 들렸다고 해.


승려가 일어서니 다시 호롱불이 붙었는데,

팔하나를 찢어 넣은 거녀의 모습이 불빛에 비치는데,

머리보다 큰 손아귀가 스님을 향했다고...

몸은 집밖에 있고 팔만 문틈 안으로 들어간 모습이었다고 해.


어찌나 기를 쓰는지

거녀의 영이 고함을 지르며 귀구(귀신입)를 벌리니

이빨은 다 빠져있고 혀는 새카매서 뱀처럼 길었다고 해.


승려가 붉은 팥을 사방에 뿌리자

거녀의 팔 곳곳이 맞아서 숭숭 구멍이나서 도망가버려,

증조할머니 혼자서 도망가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다른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삼간집 안에만 계속 주시했다고 하네.



증조할머님께서

"간 것 같습니다."

하고는 깊은 안도의 한 숨과 배에 둘렀던 소매를 풀고는

삼간집안으로 들어가보니,

박수무당과 무녀도 따라들어갔어.


안에는 승려가 승복이 흠뻑할정도로 땀에 젖어서 앉아있었는데,

"장엄염불을 하는데,

머리가 아파서 죽을뻔 했습니다."

하고는 시식단을 치우자,

무녀가 곱게 적신 천으로

내림굿 받은 처자의 몸에서 닭피를 말끔하게 닦아내었어.



그러자 처자가 또 애기소리를 내면서 우는데,

박수무당이

"거녀귀신이 또 올지 모르니 얼른 떼어야 한다."

하자 증조할머니께서

"그것이 거녀귀신입니까?"

하니 다시 박수무당이

"영험한 보살이었구나.

거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그것으로 신병이 들려버리면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것이야."

하였어.



무녀가

"지금 처자가 동자신인줄 알고 잘 못받은 새타니(태주)가 자라면

또 새우니(거녀귀신)가 됩니다.

그러니 몸 안에 태주도 빨리 떼어야 해요."

하고는 처자에게 닭피와 팥을 빻아 섞어 먹이고,

무령(무당방울)을 들고 간이 굿을 했다고 해.


곧이어 처자가 좀 전에 먹은 닭피와 또 검붉은 핏덩이까지 토해냈는데

보고있던 박수무당이 흰비단에 곱게 싸서 부적붙은 동아줄로 묶고는

사람들 안 보는 곳에서 태워버렸다고 해.



그 후에 증조할머니께서 설탕물을 타와 처자에게 먹이고

수면향을 피워재우니 한층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고 해.


이렇게 난리를 치루고 밖에 나오니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잔치상에서 거나하게 탁주를 마시고

사당패랑 어우러져 놀고있었다고...



증조할머니께 무녀가 영험한 보살이라고 칭찬을 하고는

배를 한 번 스윽 만지고 가는데,

배가 온천에 담근 듯 따뜻해졌어.


증조할머니께서 잔치판을 보면서

저 안에 무속인들 중에 가짜도 있고,

멀어지고 있는 무녀를 보면서

오늘 본 것처럼 진짜배기도 있구나 새삼 느끼셨다고 해.


후에 그 처자는 다시 신내림을 받았는데

다행히도 조상신을 잘 받아

업장(신내림 전에 겪는 영적인 고통)을 잘 견뎌서

무당이 되었다고 해.


때문에 증조할머니께서는

한 해에 굿떡을 두 번 먹었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시더래.


지금 현대에서도 신과 귀의 구분이 애매모호하여

많은 무당들이 신병이 심하고 신내림을 받다가 죽는경우도 있거니와,

신내림때 접신이 잘못 되어 빙의치료를 받는사람도 많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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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두둠칫둠칫두둠두둠 | 작성시간 24.11.03 와 진짜 너무너무 흥미돋이고 재밌게 잘 봤어
  • 작성자봉숭아꽃이물들기전에 | 작성시간 24.11.04 와 신기하다. 실제로도 신내림 받다가 죽은 사람들 많다잖아
  • 작성자봉봉미미 | 작성시간 24.11.05 와 진짜 신기하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져서 확 집중해서 읽었어. 머리속에 드라마처럼 그려지네.ㅋㅋ 재밌다!!
  • 작성자웩져임다 | 작성시간 24.11.08 존잼쓰
  • 작성자레진몬저 | 작성시간 24.11.12 신내림 안받아도 아프다던데 받는 것도 그냥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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