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23457569
언니와 내가 둘 다 초딩이던 시절에
집에 놀러와서 무서운 얘기하고 놀던
언니 친구한테 들은 걸 써볼게..ㅎ
막상 쓰려니까 기억이 갑자기 끊겨서 급당황;;;
이야기한 언니 친구의 큰엄마가
결혼하기 전에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대.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집은 서울이고 발령이 지방으로 나서
방을 얻어 혼자 출퇴근을 하셨다고...
동네에 재봉 공장도 있어서
공장 직원들이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더라구.
특히 여자들끼리....
기와집 몇 채로 구성된 주인집에서
방 4개가 딸린 채 하나를 통째로 세놓은 거라
방마다 다른 사람이 있었대.
다른 방 사는 사람들은 다 공장 다니는 여자들이었는데
큰엄마는 바로 옆방에 사는 아가씨랑 친해졌대.
큰엄마보다 훨씬 어린...18? 19?
암튼 고등학생 나이였다는데
그 때는 집이 가난해서
고등학교 안가고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때라.....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좋고 싹싹해서
주인집에서도 유난히 그 아가씨를 귀여워할 정도였대.
서로 집에서 갖고온 반찬도 나눠먹고
청소며 빨래도 도와주고....
쉬는 날 밤엔 같이 자면서 수다도 떨고
친자매같은 사이가 되었는뎅
갑자기 그 아가씨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대.
아가씨에게 애인이 생긴 거야....
상대는 공장의 주임이었대.
주임이라야 갓 군대 제대한 총각이었지만
주임이 그 공장 사장 조카인가 아들인가....
이것도 잘 기억이 ㅡㅜ
암튼 잘생기고 친절해서
공장의 프린스격이었다는데
그 아가씨와 사귀기 시작했다는 거...
나름 몰래 사귀었지만,
몇몇 눈치챈 사람들 때문에
다른 여공들한테서 눈총도 받고 괴롭힘도 당했다는데
그 남자가 대놓고 그러지 말라고 감싸주고
일도 도와주고 그랬대.
그래서 더욱 아가씨는 주임에게 빠져들고.....
주임이 매일 자취방 앞으로 퇴근하면 데려다 주기도 해서
가끔 큰엄마도 주임을 봤다더라.
시절이 시절
(대략 60? 70년대?;
93년에 막 20년도 더 전에~이랬음;;)이라.......
연애하면 당연히 결혼하겠거니~ 하고
막연히 생각하던 그런 게 있어서
아가씨는 시집간다고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리냐,
부끄럽다 막 좋아하고 있었대.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주임이 공장에서 전혀 보이질 않더래.
대충 여쭤보니 어디 출장을 갔다.....
그러길래 바빠서 말도 못하고 갔나보다, 기다려야지 하고
아가씨는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다 되도록 주임은 돌아오지 않았음.
주변 사람들도 다 모른다거나 일이 많은가 보네......
대답을 안해주고;;;
이런 식으로 행방을 잘 모르던 차에
그 아가씨가 물건 받아가려고 온 업자들이
자기들끼리 수다떠는 걸 지나가면서 듣고
주임의 행방을 알았다고 해.
서울에 장가들러 갔다는 거야.........
대충 듣기로는 서울에서 선을 봤고
아가씨도 잘사는 집 딸이고 어쩌구....
그 얘길 듣자마자 그 아가씨는 쓰러져서 울어버렸대.
둘이 결혼에 대해서 얘길 안한 것도 아니고,
마치 얼른 날잡아 결혼할 것처럼 굴었던 사람이
아무말도 없이 도망가서
부잣집 여자한테 장가를 들어버렸다니 배신감이 -_-;;
주변에서는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정신 차려라,
저 놈이 뭐가 아쉬워서
너처럼 가난하고 형제들 줄줄 딸린
시골집 딸한테 장가를 드느냐,
처음부터 너 갖고 놀려던 거였으니 잊어버리라.....
그런 이야기를 했대.
그냥 마음접고 잊으라는 의미에서 해준 말일 수도 있지만
아가씨는 그 말에 더 상처를 많이 받았나봐.
한동안 그 아가씨는 밥도 못 먹고
울기만 하면서 드러누웠다고 해.
큰엄마는 안쓰러워서 죽도 끓여주고 잊어버려라,
나쁜 놈이다 얘기도 하면서
다독다독 챙겨주고 도와줬지만
아가씨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다고.....
며칠이 지나도 여전했는데......
큰엄마는
'그래도 워낙 명랑한 애니 금방 털고 일어나겠지....'하고
밥상을 차려서 울다 잠든 아가씨 머리맡에 놔두고 나오셨다 함.
그런데
새벽에 자고 있는 큰엄마를 그 아가씨가 깨우더래.
'언니...언니...'하고.
큰엄마가 깨서 보니
그 아가씨가 옷도 싹 갈아입고
보따리에 가방까지 싸서는 방에 와있더라는 거야.
'오메 니 어디 가나?' 하고 물어보니까
그 아가씨가 차분하게 그만 가보려고 한다고.....
공장 사람들이나 동네 사람들 보기 싫어서
몰래 가려고 한다고 하더래.
큰엄마는 당연히
간다 = 고향집에 내려간다 로 들으시고....
이 시간에 기차가 있겠냐,
역에서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아침먹구 가라고 잡았지만
아가씨는 아니라고 됐다면서 총총히 나갔대.
'언니 건강하셔요, 잘 있어요' 하면서
대문을 나서서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섭섭해서 어쩌냐.....조심히 가라...하고
큰엄마는 들어와서 다시 주무셨대.
그러고 아침에 영 찝찝한 기분으로
주인집에 그 아가씨가 밤에 나갔다는 말을 해야하나.....
하다가
갔다와서 얘기하자 싶어서 그냥 출근을 했대.
근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난리가 난 거야................
그 아가씨가 죽었다고;
방에서 목을 맸다고......
큰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아가씨 방으로 가보니
이미 시신은 내려서 천에 덮여있는데
문 옆에
간밤에 본 보따리며 가방이 고스란히 있더라는 거야.....
경찰 말이 목을 맨지 하루는 넘은 게 못해도
어제 저녁이나 밤에 목을 맨 거 같다는데
무슨 소리라도 들은 사람 없느냐
하고 묻더래.
그래서 큰엄마는 말도 안된다,
이 아가씨 고향 내리간다고
새벽에 인사하러 왔었다 하고 막 얘길했대.
그런데 경찰 말로는 시신 상태나 줄이 매여진 목 상태나
여러가지를 따졌을 때 새벽은 아니고
최소한 전날 자정 이전에는 목을 맨 거라고
꿈에서 인사하고 간 거 아니냐고
오히려 큰엄마를 귀신 본 사람 취급을 하더래.
그럴 리가 없다고, 나가는 뒷모습도 봤어요
하고 얘길 하다가
아.....하고 속으로 그 때야 납득이 갔대.
그 어슴프레한 새벽에, 대문 밖에 바로 앞에
아가씨를 기다리듯이 서 있던 까만 그림자 생각이 나면서
정말로 이 애가 저승사자를 따라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는 거야
ㅠㅠㅠㅠㅠ
어쩜 그리 마지막 인사를 담담히 하고 갔는지,
왜 그 나쁜 놈 때문에 죽는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짠하시다고.........
#실화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