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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소설]세상엔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이 있어.

작성자치르치르 미치르|작성시간24.11.28|조회수8,733 목록 댓글 33

 

출처 : 여성시대 치르치르 미치르

 

 

 

 

세상엔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이 있어.

 

 

 

 

호기심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지적 능력 중 하나지. 나도 알아. 궁금한 게 있으면 꼭 한번은 해봐야 하는 거. 근데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이 있는 나라도 있다며. 그런 말이 왜 생겼겠어.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 알지? 세상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는 거야.

 

 

 

 

 

 

왜, 어렸을 때 그런 것들 있잖아. 네스호의 괴물이라든가 미스테리 서클이라든가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것들. 무언가 내 인지를 벗어나서,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아마 영원히 알기 힘들 수도 있는 그런 것들. 비슷한 맥락에서는 심해나 우주가 그렇겠지. 아니면 인간의 뇌라던가.

 

 

 

 

 

 

아무튼 난 그런 게 좋았단 말이야. 저런 고대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니, 우리는 사실 두 번째 인류가 아닐까. UFO는 미래인들이 아닐까. 화성의 지하에는 화성인이 숨어 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공상들이 내 어린 시절을 지배했거든. 그래. 나는 호기심이 좀 있는 편이었지.

 

 

 

 

 

 

내가 약간의 어긋남을 느낀 건 별거 아닌 계기였어.

 

 

 

 

 

하루 종일 모니터만 쳐다보니까 눈이 안 좋아지더라고. 왜, 현대인의 고질병 있잖아. 안구건조증. 회사 건물 3층에 안과가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진료를 보러 갔어. 한쪽 눈이 실핏줄이 터져서 빨갛더라. 사실 이런 경우에 안과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잖아? 질병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안약을 처방받고 다시 회사로 복귀해서 거울을 보고 안약을 넣으려는데,

 

 

 

 

 

 

아주 약간.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살짝, 거울 속의 내 눈이 깜빡거리는 게 느린 것 같은 거야.

 

 

 

 

 

 

알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지? 나도 잘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그래. 그냥 기분이 그랬어. 평상시랑 다른 느낌? 막 안약을 넣은 상태라 앞이 뿌연 상태라 최대한 눈을 깜빡거린 후에 다시 거울을 봤어.

 

 

 

 

 

 

윙크도 해보고 웃어도 보고 찡그려도 보고 이를 드러내 보기도 하고. 암튼 거울 앞에서 별의별 표정을 지어보는데, 대리님이 지나가다 뭐 연기 연습하냐고 그래가지고. 엄청 쪽팔리더라고. 그래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하고 다시 일을 했지. 나는 사노예니까.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해야 하니까.

 

 

 

 

 

 

바쁜 현대인의 헛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일에 집중하는데. 아니. 정말로. 진짜 계속 뭔가가 걸리는 거야. 다들 한 번쯤 느껴봤을 거라고 생각해. 분명 아무것도 아닌 일인 걸 아는데 계속 찝찝한 기분이 남는 거. 그 기분이 며칠을 가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냥 괜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거울 보면서 웃긴 표정도 지어보고, 뒤돌아있다가 갑자기 거울 돌아보고 그랬었어. 사실 한 80%는 장난이었고 20% 정도는 그러다 보면 그 찝찝함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서였지.

 

 

 

 

 

 

근데 그것도 뭐... 한 달쯤 지나니까 시들해져서. 그 찝찝함도 사라지고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단 말이야. 그날도 뻑뻑한 눈을 문지르면서 일하다가 문득 거울을 봤거든. 아무 생각 없이. 뭐 하나 걸려봐라!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그냥 거울을 보면서 눈을 깜빡였는데.

 

 

 

 

 

 

 

 

 

 

 

 

 

내가 눈을 감은 모습을 봤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거울에서 내가 ‘눈을 감은’ 모습을 내가 봤다니까? 순간 어라? 싶었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해보고 다시 찡그려보기도 했는데, 그냥 거울인 거야. 근데 말이 안 되잖아. 내가 어떻게 눈을 감은 상태에서 거울 속 내가 눈을 감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건데. 예전에 느꼈던 그 위화감이 다시 몰려오더라고. 이거 진짜, 이상한 것 같은데.

 

 

 

 

 

 

그 뒤로 거울을 보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어. 그냥 문득문득 주변에 있는 거울을 살피는 습관 같은 게 들었거든. 거울 속 나는 그냥 똑같이 내 모습을 따라 하고 있었지만, 난 이제 속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었지. 응. 내가 호기심 많은 고양이었던 거야.

 

 

 

 

 

 

하루는 세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퍼뜩 고개를 들었어. 세면대 앞 거울에는 얼굴에서 물을 뚝뚝 흘리는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뭐. 그렇겠지. 거울에 비춘 거실이 이상하게 오싹하게 느껴졌지만, 그냥 기분 탓이겠거니 했어.

 

 

 

 

 

 

근데 고개를 숙일 때마다 자꾸 오싹오싹 한 거야.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건 없는데.

 

 

 

 

 

 

그거 알지. 요즘은 홈캠 같은 게 설치되어 있는 집들도 있잖아. 우리 집에도 그거 있거든. 거실에 있는데, 그게 비추는 범위가 거실 절반이랑 화장실 절반 정도란 말이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몰라. 그냥 한 번 확인 해보고 싶더라고. 아마 내가 괜히 유난 떨고 있다는 걸 스스로한테 증명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홈캠에 찍힌 걸 봤어.

 

 

 

 

 

 

거울 속 내가 세수하는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어.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보다, 내가 고개를 들면 맞춰서 움직이고, 다시 내가 고개를 숙이면 나를 빤히 쳐다보는…

 

 

 

 

 

 

나도 모르게 옆에 놓인 화장대로 눈이 돌아갔어. 화장대에 붙은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지.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눈을 돌렸어. 나를 여전히 내려보고 있는…그것이 화면에 여전히 비추고 있었어.

 

 

 

 

 

 

다시 거울로 눈을 돌리자... 거울 속 내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어.

 

 

 

 

 

 

 

이제 그것은 자신을 숨기지 않아. 거울 속에서 항상 나를 관찰하고 있어.

 

 

 

 

내 행동과 상관없이, 항상 그린 듯한 웃음을 입에 건 채로.

 

 

 

 

 

 

 

 

 

내 말이 맞지? 세상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이 있다니까.

 

 

 

 


 

 

이것은...내가 평상시 생각하는 공포스러운 상황 중 하나입니다 .....

어렸을 때 

 

거울이랑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가 이겼다.

 

이 두줄 괴담 보고 진짜 개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뒤로 가끔 이런 생각이 듦... 나 세수하는데 거울 속 내가 날 보고 있음 어카지...? 싶은ㅋㅋㅋㅋㅋ

 

어제 잘라고 씻다가 거울에 비친 거실 보고 괜히 깜짝 놀랐다가 생각나서 써봤어..또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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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햄커 | 작성시간 24.12.06 허거걱 창작괴담??!! 믜칭 잘 읽히고 갸무서움 ㅜㅜ
  • 작성자말랑물렁 | 작성시간 24.12.08 ㅈㄴ개무서워.. 나 오늘 세수 못해
  • 작성자10km슬로우조깅 | 작성시간 24.12.09 나대신 일도 안할거면서 관찰만하네 칷
  • 작성자똥가루를날려 방구를더크게터뜨려 | 작성시간 24.12.16 세수하고나서 이글을 봐서 다행이다..안그랫으면 세수못하고잣을듯
  • 작성자맛좋은산이 | 작성시간 24.12.17 거울속으로 영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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