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arca.live/b/spooky/108351348
비 오는데 잠은 안 오고 해서 썰 좀 풀어볼게.
주절주절 막 적는 거라 두서없을 수 있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해봐.
학창 시절에 봉사활동을 많이 다녔어.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
큰 뜻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었고.
그냥 좋은 일 한다는 느낌? 그냥 그런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
봉사 동아리 친구들하고 크리스마스에 보육원에 가서 몰래 산타 같은 이벤트도 해보고
나름 소소한 추억이 있지.
본론으로 들어가 동아리 친구들하고 같이 노인회관에 가서 봉사를 한 적이 있어.
조그만 마을에 있는 노인회관이었는데 주인 없는 집을 개조한 장소였고
그곳에서 어르신들이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집 청소도 해드리고, 말동무도 해드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
당시 노인회관에 안 쓰는 별관이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거기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어.
근데 호기심이 진짜 무섭다?
나중에 마당에 나왔다가 별관 쪽 봤는데 문이 살짝 열려있더라고.
다가가니 거기에 할머니가 한 분 계셨어.
좀 마른 체형에 기운이 없어 보이는 느낌?
당시의 나는 그 할머니가 혼자 계시는 게 좀 안되어 보였었나 봐.
할머니 왜 여기 혼자 계세요?라고 물으니 사람들이 자기를 별로 안 좋아한대.
남편 없는 사람이라고. 미망인이라고 무시한다고. 자기는 그래서 여기 있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할머니한테 아까 다른 할머니들하고도 이야기 나눴는데 혼자 지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이야기했어.
할머니는 갑자기 고개를 흔들더니 자기 남편은 예전에 행방불명이 됐다고 하더라.
약한 자신을 많이 위해주고 도와주던
정말 자상하고 한없이 잘하던 남편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편이 집에 없더래.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 않아서 걱정하며 기다렸는데
몇 날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데.
그래서 할머니는 남편을 찾으러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고
남편이 뒷산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데.
할머니는 남편이 자주 가던 산책로였기에 몇 번을 올라갔다 왔지만
남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서울에서 비싼 가격에 개들을 빌려서 남편의 흔적을 찾기도 했고,
땅을 파보기도 했는데 도저히 남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데.
아직도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렇게 자상한 남편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하는 생각에 요즘도 잠을 잘 못 주무신데.
다른 사람들이 내가 남편을 못살게 굴어서 그렇게 됐다고 말해서 너무 서럽데.
할머니가 이 이야기를 하시며 우시기 시작했어.
나도 괜히 마음이 아파서 같이 울었던 기억이 나.
그 뒤로 혼자서 할머니를 찾아갔어.
다른 어르신들이 말 섞지 말라고 눈치를 줘도 일부러 그 할머니에게 친하게 굴었지.
지금 생각해 봐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중엔 할머니 집에 초대도 받았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허름한 아파트였어.
할머니가 주신 다과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
할미는 이렇게 손님이 온 게 너무 오랜만이야. 그래서 눈물이 나려고 해.
그런 종류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
그러다 유과의 가루가 목에 걸려서 내가 꽤 기침을 오래 했어.
내가 기침을 안 그치니 할머니가 당황하시기 시작했지.
그러고는 슈퍼에 다녀오겠다고 나가셨어.
이상하게 할머니가 나가고 나니 그제야 집안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라?
분명히 집은 허름했는데 없는 물품이 없었어.
연식은 조금 있었는데 혼자 지내기에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보였어.
갑자기 괜히 무섭더라.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 문을 열었어.
거기에는 다양한 액자들이 정말 많이 있었는데
모든 사진들에 할머니가 찍혀 있었고
그 옆에는 아이들이 있었어.
내 또래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근데 진짜 소름 끼쳤던 게 뭔 줄 알아?
전부 다른 아이들이었어.
전부 달랐다고.
그때였어.
현관문에서 철컹 소리가 났고 나는 돌아봤지.
안방에서 현관문이 바로 보이는 구조였거든.
현관문에 우유 넣는 장소 알아?
예전에는 다 우유 투입구가 있었거든.
할머니가 거기로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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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쳐다보고 있었어.
나는 너무 놀라서 꽥 하고 비명을 질렀고
패닉에 빠졌지.
이상하다.
빨리 여길 벗어나야겠다.
도망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어.
앞뒤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베란다로 나가서 그대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지.
발을 절면서 뒤도 안 쳐다보고 도망갔던 기억이 나.
그 뒤로 심한 불면증이 생겼어.
봉사활동도 더 이상 나가지 않게 되었고.
요즘도 가끔 생각해.
혹시나 할머니가 나를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갑자기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아이들은 누구지?
할아버지는?
그 집은?
그냥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면
여전히 어딘가에서 그 할머니가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