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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소설]김씨 아저씨, 아들은 염하지 않고 태워버렸습니다.

작성자조퇴|작성시간25.02.08|조회수12,231 목록 댓글 15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apolitan&no=28398




김씨 아저씨, 아들은 염하지 않고 태워버렸습니다.



애초에 저희 가족에게 왜 이런 일을 시키시나 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부터 받아선 안됐어요.


김씨 아저씨, 조금 있으면 저희 형의 결혼이라는 걸 알고는 있으신지요.

유달리 결혼복 없던 저희 집에 첫 결혼입니다.

형은 보름 전 얼굴이 환한 아가씨를 데리고 처음으로 인사를 왔습니다. 예비 형수님은 어찌나 상냥하고 곱고 영혼이 맑은 분이던지, 아버지도 저희 형제들도 모두 반가워했답니다.

형은 그러면서 한달 정도 결혼자금을 모으러 다녀오겠다고 하며 형수님과 집을 나섰습니다.

그 후로 저희 아버지도 형이 돌아올 때까지 가난한 집에서 장남 결혼 보낼 돈을 바짝 모으겠다고 이래저래 궂은 일을 찾아서 하시더군요.

아마 아버지는 이번주에 몇시간도 체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형이랑 형수님이 살 작은 집 한켠은 꼭 해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그래서 아저씨가 시키신 일도 덥썩 받아오신 거겠죠.
의심도 못하고.





아버지가 김씨 아저씨 집에 같이 가자 했을 때, 저는 내심 기대도 좀 했습니다. 준다는 돈도 무지막지했지만 아저씨네 집에 가볼 수 있어서였죠.

솔직히 아저씨네 집 으리으리 할 줄 알았습니다. 왜, 신분은 없어졌지만 전형적인 그 귀한 양반 집을 생각했어요. 근데 아주 넓고 깨끗한 거 말고는 별 거 없더군요. 저희 집은 뭐 가난도 했지만 형제 식구가 원체 많아 집이 유난히 좁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더 넓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때 눈치챘어야 했습니다,

이 집은 아저씨네 집이 아니라는 걸.

가구 하나조차 살림하는 집을 그저 흉내낸 것 뿐이라는 걸.

그때 깨닫고 부리나케 도망쳤으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김씨 아저씨는 저희 아버지의 정말 오랜 친한 친구셨잖아요.

그렇게나 사업으로 대성하시자마자 연락을 칼같이 끊어버리셔서 저희 아버지는 아저씨가 아들이 있는 줄도 모르셨다고 합니다.




그렇게나 오랜만에 처음으로 연락와서 시킨 일이 '죽은 내 아들을 염하달라'니.



저희 아버지가 염쟁이 직업을 가지게 된 게 연락이 끊긴 이후라는 걸 아버지가 눈치채셨어서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저씨 연락이 끊긴 시점이 저희 첫째 형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라더군요.






아시다시피, 저희 집은 자식이 많습니다.

무려 십형제로 딱 손가락 갯수만큼 이지요.

혹시 아저씨내는 외아들이라, 자식이 많으면 부모가 그만큼 자식을 덜 사랑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자식에게 줄 애정은 한계가 정해져있고 그 애정을 열 그릇에 나눠준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아버지는 정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저희를 애지중지 마음을 다해 키우셨습니다.

덕분에 몇명 어머니는 달라도 형제간에 우애도 정말 좋았고 다들 효심 깊은 자식들로 자란 지라 저는 저희 집이 가난해도 다복하다고 항상 생각해올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우환이라면 그렇게 장성한 자식들이 전부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것 쯤이겠지요.

아버지는 이게 다 죄많은 자기 탓이라고 하시면서 자식사랑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늘 형제들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묻어나는 말들 뿐이셨거든요.


아버지는 어떻게 그 모든 것을 기억하시는지, 십형제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빼곡하게 적어놓은 책을 몇 백권 외우고 다니시는 것 같았습니다. 기척만 들어도 십형제 중 누군지를 바로 맞출 정도였으니 아버지는 그런 감각이 굉장히 남다른 분이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저씨, 왜 아드님의 시체가 저희 형의 얼굴이랑 똑같이 생겼습니까?





아버지는 혼비백산하여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자신의 맏아들을 찾으려는 듯 보이셨지만, 이상하게 아저씨네 집에 들어온 후부터는 발을 떼는 게 제 의지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머리가 백지가 되고 아버지와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그 곳에 살아있는 건 저와 아버지 뿐인 것 같았습니다. 온 세상이 무서울만큼 조용해지자 저는 어떻게든 입을 떼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조용히 하라는 듯 제 입을 막았습니다. 아버지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말씀하셨습니다.



- 동진아. 네 형 소리다.


아버지가 형의 코고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고 했을 때, 저는 아버지가 그만큼 감각이 뛰어나신 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가 돌아버리신 줄 알았습니다.

형의 코고는 소리라니요, 이건 누가봐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핏기가 다 빠진 형의 시체인데.

하지만 아버지는 시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는 무언가에 홀린 듯 마당에 빼곡하게 놓인 항아리 쪽으로 발을 돌리셨습니다. 사람 키보다도 훨씬 커서 압도되는 그 항아리들은 마치 마당을 지키는 수문장 같았습니다.

처음에 아저씨 네 집에 올때는 저 항아리들이 마치 아저씨 집을 지키는 수호신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생각이 얼추 맞네요.

아버지는 항아리들에 난 문양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으며 벌벌 떠시며 무언갈 찾으셨습니다. 그러다가 딱, 한군데에서 멈추셨지요.


김씨 아저씨, 혹시 마당에 호미를 그냥 둔 것은 애초에 저희를 유인하려고 그런 것이었습니까?


아버지는 그 호미로 항아리를 미친 듯이 내리쳤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뭔가 했는데, 항아리가 깨지고나니 아버지 뜻을 알겠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보다 큰데 고작 호미로 깨지는 항아리라니.. 이미 깨지기 직전이었던 거겠죠.


형은 잠버릇이 고약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아저씨네 집 항아리에 나체로 들어가 잘 정도로 그만큼 고약하진 않습니다.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형은 물렁한 뱀처럼 항아리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형은 다부진 근육질로 살집 붙은 몸이 전혀 아닌데, 형의 몸은 이상하게 물컹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랑 아버지는 처음엔 그런 형이 죽은 줄 알고 놀라 형을 얼싸안았습니다.


형은 그런 괴이한 행색으로 아주 작게 코를 골며 자고 있더군요. 형 입에 지푸라기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김씨 아저씨는 그게 소리를 다 막아줄 줄 알았던 거겠지요.

뼈가 빠진 것처럼 흐느적대는 형의 몸은 왜인지 축축했고 비릿한 냄새가 조금 났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가벼워서 저랑 아버지 둘이서도 번쩍 들을 수 있을 정도였죠.

그렇게 번쩍 들어서, 아저씨가 염하라 했던... 아저씨의 외아들 시체 옆에 뱀같은 형의 몸을 눕혔습니다.

나란히 보니 정말 더 똑같이 생겼더군요.
하나는 핏기가 빠져 완전히 죽어버린 형같았고 하나는 얌전히 잠에 들은 형 같았습니다. 혈색빼고는 다를 바가 전혀 없었어요.


아버지, 어느 쪽이 저희 형이죠? 라고 제가 물었을 때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잠에 빠진 쪽이라고 했습니다. 저 죽은 시체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과 닮았지만 분명 형이 아니라고.

아버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잠에 빠진 쪽은 저희 형이 맞긴 했어요.... 소화가 덜 되었을 뿐이죠.





죄송합니다, 김씨 아저씨.
김씨 아저씨의 아들은 염하지 않고 그냥 태워버렸습니다.




잠을 자던 저희 형은 그제야 눈을 뜨더군요. 아버지는 형을 얼싸안으며 눈물을 죽죽 흘리셨습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형이 괜찮으니 됐다, 어서 나가자며 형을 일으키려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아버지 머리가 멀리 날아가 마당에 떨어진건.



사실 이걸 쓰면서도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형이 눈을 떴을 때, 몸은 저희 형이 맞았으나 그 눈은 분명 형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번듯하게 생긴 형은 얼굴이 반으로 쪼개질 때까지 입을 벌렸고, 턱이 빠지는 소리가 날 때쯤 그 것이 형 입 밖으로 그 머리통을 내밀어 무언가를 찾더군요.

비릿하고, 물컹한 그 뱀의 머리가..........

저희가 태워버린 시체를 보더니 들리지 않는 비명으로 울부짖는 것 같았습니다.

그 끔찍한 구역질나는 입을 새처럼 한껏 벌린 체 우리에게 들리지도 않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김씨 아저씨는 큰 돈을 줄테니 한 가지 근무 수칙만 지키라고 하셨지요.

조용히 저랑 아버지 둘만 들어와 얌전히 염만 하고 나가야한다고.



죄송합니다, 김씨 아저씨.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저랑 아버지를 찾으러 온 형제들도 그 구렁이에게 전부 죽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얌전히 입다물고 형을 염했다면, 저 형의 가죽을 쓴 구렁이가 모두를 죽일 일은 없었을텐데요...

형만 얌전히 소화시키고 끝났을 수도 있겠죠.




그 구렁이가 왜 저만 살려두나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제 손이 물렁해질 때쯤 알았습니다.

구렁이가 첫째 형만큼 저를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입니다만, 구렁이한테 시집 간 셋째 딸 얘긴 들어봤어도 그 반대는 처음입니다..









이제 아저씨네 집에 저와 똑같이 생긴 외아들이 하나 더 생기겠더군요.



저는 잠버릇이 얌전하니 완전히 소화가 될 때까지 안심하셔도 됩니다. 구렁이가 저를 완전히 씹어 삼킬 때까지, 제 몸이 녹아 끈적해지고 온전히 녹아내릴때까지 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니까 이제 남은 저희 형제들에게 제발 그만 좀 찾아오라고 전해주세요.



아저씨는 외아들로 충분하시잖아요.

구렁이는 저로 만족할거고 아저씨 집에 저와 똑 닮은 새로운 아들을 내려주실 겁니다.







저희 형제들이 결혼복이 없다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게 복이었군요. 구렁이가 색시를 그렇게나 질투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제 형의 대체품인 아저씨 아드님도 당연히 그 복수에서 피해갈 순 없었겠죠. 그건 조금 통쾌한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지났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저도 보름이 지나면 글은 더 이상 쓰지 못하겠군요.


그치만 김씨 아저씨, 실은 저도 최근 몰래 만나던 여인이 있답니다. 구렁이가 이 사실을 알면 아저씨네 새 아들도 또

그때 나온 시체는 꼭 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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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열시반에잡니다 | 작성시간 25.02.11 염하러 갔는데 자기 아들 얼굴...미친
  • 작성자광명찾기 | 작성시간 25.02.12 2탄 3탄 다 읽으니까 이해가네ㅠㅠㅠ 와.... 김씨아저씨 징글징글하다ㅠㅠ
  • 작성자배부른 하늘다람쥐 | 작성시간 25.02.12 김씨아저씨 미친놈이세요 시발?
  • 작성자머하고놀지 | 작성시간 25.02.22 와 분위기 무슨일이야... 글 진짜 잘쓴다..
  • 작성자S윤탄석핵열2 | 작성시간 25.04.02 와 글 너무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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