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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신비돋네]죽은 고양이의 보은

작성자에트와르|작성시간25.02.18|조회수13,952 목록 댓글 57

 
출처 : https://arca.live/b/spooky/95871213?p=1



난 어릴때부터 강아지보단 고양이를 좋아했어.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고...

지금은 사정상 키울 수가 없어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이지.



배경을 먼저 설명하자면

그 때 나는 17살이었나 18살 겨울 방학이었나



집이 시골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안 가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의 밭에 들렀어.



당시에 아버지께서 허리를 심하게 다쳐

거의 집에만 누워있다시피 하시고



내가 가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버지 대신 지시를 하고

밭의 상태를 확인하곤 했었거든.



그 날도 내가 자전거를 타고

레이서에 빙의된 것마냥 페달을 풀로 밟고 있었는데,



저 앞에 뭔가 있길래 속도를 줄이고 보니

내 손바닥만한 검은 새끼 고양이가 엎드려있더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추운데 길바닥에서 자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까



날이 추워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굶어서 그런건지

움직임도 거의 없고 숨이 다 꺼져가고 있었어.



근데 촌구석이라 동물병원은 시내를 나가야 있고,

그 시내가 자전거로는 20분 이상 가야하는 거리였어.



일단 우리 밭 농막에서 몸이라도 녹여보자 싶어서

입고 있던 패딩 지퍼를 내려

내 체온으로 몸을 덥혀주면서

천천히 우리 밭으로 향했지.



그래도 살리지는 못했음.


너무 늦게 발견한 탓이었겠지.



비닐 하우스 안쪽 저 구석에,

쟁기로 땅을 뒤집어도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땅을 판 후 묻어줬어.



죽는 순간은 추웠겠지만

앞으로는 따뜻한 곳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



그 날 밤에 꾼 꿈이 아직도 생생한데

내가 방에서 어떤 검은 고양이랑 노는 꿈이었어.



혼자 내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웬 검은 고양이가 창문으로 뛰어들어오더니

나한테 안겨서 골골대며

흔히 냥냥펀치라고 하는 행위를 하는 꿈이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 집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게 됨.







1.



어느 날 밭에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겨서

아버지를 호출했어야 했는데


허리가 다 낫기도 전에

그 몸을 이끌고 밭에 나오셔서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셨어.



난 농막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일하던 외노자 형님이 오더니


brother, 사장님 떨어지셨어! 라고 하는거야.



깜짝 놀라서 가보니 사다리는 뒤집어져있고

아버지께서 누워계셨는데


다행히 부드러운 비닐 같은 걸 잔뜩 쌓아놓은 곳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으셨어.



근데 놀라운 건 그 충격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더 이상 허리가 안 아프다고 하셨어.


병원에서도 비닐 위에 떨어지면서

오히려 추나 요법같은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2.



앞서 그 고양이를 비닐하우스 구석에 묻었다고 했잖아?



근데 그 아이를 묻었던 비닐하우스의 작물은

유달리 품질이 좋게 나왔어.



수확을 하고 공판장에서 가격을 매기면

항상 최고가를 받았고

품질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눈에 띄게 증가해서

쉴 틈은 없었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



막말로 돌덩이를 심어도 금이 나올 정도의 땅이 된거야.







3.



당시에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는데

치매와 병 때문에 스스로도 너무 고통을 받으셨어.



오죽했으면 정말 드물게

할머니께서 정신이 온전하실 때

'살아가 미안타'는 소리까지 하셨겠어.



그 말을 듣는 우리 부모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근데 고양이를 묻어준 후로는

할머니께서 자꾸 '괴이(고양이)가 보인다'고 하셨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허공에

'나비야 온나 내랑 놀자'

이러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어느 날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시더니

아침 식사를 평소의 배로 하시고는

부모님에게 갑자기 고맙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날 저녁에 돌아가셨어.







4.



근데 위에 이야기만 놓고 보면

저딴 게 보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할머니께서는 치매가 발현하기 전

몇 가지 바라는 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빨리 고통 속에서 해방되길 바랐고

다른 하나는

아들 형제자매끼리 화해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때 당시에 할머니 부양 문제 및

여러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결론적으로는 우리 가족이 아닌

상대방의 잘못으로 가족끼리 크게 분열이 나서

근 10년간 아무 왕래가 없었는데

할머니 장례식 때문에 한 장소에 모였어



형제지간이라지만

사이가 안 좋으니 가시방석 그 자체였고

나도 어릴 때 봐왔던 것이 있어 대충 인사만 했다가

장례식 마지막 날에

부조금을 모두 우리 아버지께 건네며

작은 고모님께서 말하셨어.



어머니를 니가 모셨으니

이 돈은 네가 다 가져가는 게 맞다고.



너 없는 동안 이야기 다 했으니까

보상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시며


줄줄이 서로의 잘못을 용서받고

그 자리에서 화해를 했어.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모여서

예전의 싸움은 서로 추억거리로 씹을 정도로

사이가 다시 돈독해진거야.




그 외에도

내가 처음으로 산 로또가 3등에 당첨된 일이라던지

여러가지 자잘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난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닌

내가 그 때 묻어줬던 고양이의 보은이 아닐까 생각해.



지금은 더 이상 그 자리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 일은 없어.



아마 뭘 해주고 싶었지만

자기도 아기라 큰 건 못 해주고

저런 소소하게 작은 행복들을

우리 집에 보내줬던 게 아니겠냐고 믿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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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따봉재슥아맡겨놨는데왜안주니 | 작성시간 25.05.05 따봉냥이야 편히 쉬렴 ㅠㅠ
  • 작성자돈생겼따1등 | 작성시간 25.06.14 ㅠㅠㅠ
  • 작성자Aibao | 작성시간 25.07.05 고양이 ㅠ ㅜ 아구 얼마나 추웠을까
  • 작성자소고기먹었지롱 | 작성시간 25.08.30 고양이ㅠㅠㅠㅠㅠㅠ
  • 작성자하앙아리 | 작성시간 25.09.12 ㅠㅜㅜㅜㅜㅜㅜㅜㅜ고양이별에서는 행복하렴 ㅠㅠㅠㅜㅜㅜ따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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