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44700
사랑하는 동생아,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형이 직접 맞이해줬어야 했는데, 갑작스레 급한 회사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냉장고에 반찬이랑 고기 좀 채워뒀으니까 챙겨 먹고, 이따 집에 가서 보자.
다만, 있는 동안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사실, 네가 타지에 가 있던 동안 이 동네엔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여기에 일일이 적기엔 너무 복잡하니까 이따 전부 말해줄게.
지후 너를 위해 하는 말이니, 내 말을 믿고 이 규칙들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
1. 밤 10시 이후에는 절대 현관문을 열지 마.
산짐승들이 내려와서 문을 긁는 경우가 많아.
사람 목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바람 소리나 짐승 울음소리니까 무시하고 자면 돼.
절대 반응하지 마.
2. 2층 끝방(서재)은 잠겨 있을 거야.
거기엔 형이 정리 중인 중요한 문서들이랑 시제품이 있어서 잠가뒀어.
억지로 열려고 하지 말고, 그 앞을 지날 때는 웬만하면 발소리를 죽여서 지나가렴.
그 방에 쥐가 좀 많은데 쥐가 또 예민해서 밖에서 소리가 나면 갉작거리는 소리를 시끄럽게 낸다.
그 소리가 밤새 들리니까... 푹 자고 싶다면 부디 조심해라.
3. 수돗물 마시지 말고, 냉장고에 있는 생수 마셔.
시골 수돗물은 지하수라 흙냄새가 좀 많이 날 거야.
혹시나 배탈 날 수도 있으니까 형이 사 둔 생수만 마시는 게 좋을 거야.
맥주랑 음료도 있으니까 그거 마셔도 되고.
4. 혹시 '민수'라는 친구가 찾아오면 절대 문 열어주지 마.
그래, 한때 네 불알 친구였던 그 민수 말이야.
사실...걔가 최근에 좀 안 좋은 일(사이비 종교 문제라고 들었어)에 휘말려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는 소문이 있어.
괜히 너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해도 절대 들이지 말고 꼭 경찰에 신고해라.
다른 건 몰라도 이거 만큼은 꼭 형 말 명심해.
5. 새벽 1시쯤에 전화벨이 울리면 절대 받지 마.
아까도 말했다시피 시골 마을이라 가끔씩 전화선이 혼선 돼서 잘못 걸려오는 전화야.
받으면 기분 나쁜 기계음만 들리니까 그냥 코드 뽑아두는 게 맘 편할 거야.
형이 부탁하는데 위에 다섯 가지는 꼭 지켜줘라.
그럼 잘 쉬고 있어, 이따 형이 일 끝나고 가면 보자.
지후야, 이제 가족이라곤 너랑 나 둘 뿐이니까 우리가 서로 의지해야만 해.
형이 너 만큼은 꼭 지켜줄게.
사랑한다, 동생아.
야, 이거 읽는 즉시 짐 싸서 도망쳐.
설명할 시간 없어.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지금 네 본가에 있는 거, 네 형 아닐 수도 있어.
아니, 그냥 너희 형이라는 사람 믿지 마. 미친 소리라는 거 알아.
근데 봐봐, 너 취업해서 다른 지역 가서 살 때도 나 평생 여기 토박이였던 거 알지?
여기... 시발 이제 사람 살 만한 데가 못 돼.
나처럼 원래 여기 눌러 살았던 거 아니면, 너처럼 여기 왔던 외지인들 지금 싹 다 없어졌어.
혹시 이거 읽고 있는 시간이 낮이 아니면, 일단 아래 적어둔 거 꼭 읽어봐.
우리 할머니가 해주신 얘기랑 내가 겪은 거 토대로 적은 거야.
제발 내 말 믿어라.
우리... 친구잖아.
1. 밤 10시 이후에 누가 문을 두드리면, 무조건 대답해.
꼭 "누구세요?"라고 크게 외쳐야 돼.
이 마을 돌아다니는 혼령 같은 건데, 대답 안 하고 무시하면 '빈 집'인 줄 알고 그것들이 들어와.
혹시 형이 무시하라고 했냐?
그거 널 제물로 바치려고 덫 놓는 거야.
2. 2층 서재가 잠겨 있으면 당장 부수고 들어가.
거기가 유일한 안전 지대야.
아마 거기 부적 붙어 있을 건데, 밤 되면 거기로 들어가서 숨어야 살 수 있어.
쥐 소리? 절대 아니야.
거기 진짜로 갇혀 있는 게 뭔지 알면 넌 기절할 거다.
3. 냉장고에 있는 물 절대 마시지 마.
그거 수면제 성분이랑 환각제 섞여 있을 거야.
너 잠재우려고 수작 부리는 거야.
오히려 수돗물이 제일 깨끗해.
그냥 수돗물 틀어서 마셔.
4. 형이 나에 대해 뭐라 썼든 그거 다 거짓말이야.
나 아예 완전 멀쩡해.
형이 혹시 나를 미친놈 취급하거나 사이비라고 했냐?
그거야말로 그놈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야. 너 고립시키려는 거라고.
내가 새벽 1시쯤에 너 구하러 갈 거야.
내 목소리 들리면 문 열어줘.
5. 전화벨이 울리면 무조건 받아. 그거 내가 거는 거야.
그 집에서 바깥 상황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 유선 전화 뿐이야.
지금 봐봐, 핸드폰 안 터질 걸?
진짜 부탁이니까 전화 코드 뽑지 마.
제발 내 말 믿어.
나 지금 목숨 걸고 너한테 가는 중이야.
물론 네 형이 유일한 혈육이라는 거 알아. 근데 지금 상황이 너무 많이 변했다.
나, 진짜 우리 20년 넘는 우정 하나만 가지고 너한테 가는 거야.
지후야, 너 만큼은 여기서 살아 나가야 돼.
그리고 다신 여기 올 생각하지 말고.
하...자세한 얘긴 이따 만나서 하자.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액정엔 정말로 '서비스 없음'이라는 문구가 덩그러니 떠 있었다.
민수의 말이 사실이었던 걸까.
일단 형한테 전화를 걸어볼까 하던 그 순간, 거실의 낡은 괘종시계가 댕댕 울리며 밤 10시를 알렸다.
나는 갑작스런 소리에 쫄아 잔뜩 몸을 움츠렸다.
왠지 모르게 집 안 가득 스산한 기운이 가득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쿵. 쿵. 쿵.
"계세요? 저기요, 안에 누구 있습니까? 잠시만요."
문득 현관에서 어딘가 낯익은, 하지만 묘하게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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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mwhk 작성시간 26.01.30 민수 개수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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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케챱케챱 작성시간 26.02.01 나 무서워까봐 최대한 아무 일아닌척 써준거같아서 형믿을래.. 수돗물이 더 안전하는것도 이상하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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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암마 작성시간 26.02.02 민수 우리집 왜케 잘 알고 있음? 전화 얘기하는 거 보니까 그동안 매일 그 시간에 걸려온 것 같음 민수가 멀쩡하면 나도 없고 형만 있는 위험한 집에 매일 새벽1시마다 전화 걸었을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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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철웅 작성시간 26.02.07 동네가 저 지경이 됐는데도 출근을 해야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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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Interstellar 작성시간 26.02.18 누구 말을 믿으라는 거야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