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4758
퍼억ㅡ
별안간 좁고 어두운 곳에 얼굴이 처박혔다.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는 물 웅덩이에 허우적거리고 있자, 말소리가 들려온다.
" 어차피 익사 할 일 없으니 얌전히 좀 있어라. 여기 너만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
그 말에 주위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목은 조금도 돌아가지 않았다.
다만 신음 소리나 중얼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 여기는 어딥니까 ! 당신들은 누구죠 ? 저는 왜 ... "
" 일단 진정해. 방금까지 '사용' 당하고 와서 기억에 혼란이 있는 것 같은데 심호흡을 해봐. "
몇 번의 심호흡을 하니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물론 내 입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 그 고통에 익숙해지는 게 좋을걸 ? 아니면 아예 미쳐버리거나. "
목이 쉴 때까지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고통은 참을 만해졌다.
" 흑.. 흐윽.. 아파... 누가 이것 좀 풀어주세요... 살려주세요 ..! "
" 어차피 저 놈들은 우리 말에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징징대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
" 놈들이 대체 누구죠? 저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거에요? 전 아무 잘못도 안했다구요! "
" 흠.. 대화는 통하는 걸 보니 당한 지 얼마 안 됐나 보네. 오늘 여기에 처박힌 애들은 전부 미쳐있어서 곤란했거든. "
" 잘 들어. 네가 얼마나 여기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팁을 줄 테니까. "
" ... 팁이요? "
" 그래, 우선 여기서 탈출을 한다거나 널 데려온 놈들에게서 도망갈 생각은 버려. "
" 온몸의 관절이 아프지? 너의 모든 관절은 족쇄에 묶여있어. 즉 자력으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야. "
" 그렇다고 외부의 조력도 없으니까 어설픈 희망은 처음부터 가지지 마. "
" 놈들은 잔혹하지만 우리에게 놀라울 만큼 관심이 없어. 대화를 시도하는 건 무의미하지. "
" 이제 허리 쪽에 감각을 집중해봐. 뭐가 느껴지지 않아? "
" 허리 쪽..? 음.. 잘 모르겠어요... 아! 뭔가 느껴져요. 고리? 같은 게... 대체? "
" 그래. 잘했어. 그 고리는 평소엔 네 허리에 얌전히 걸려있을 거야. "
" 하지만 고리가 네 척추를 조여오면 앞으로 닥칠 고통에 대비해. "
" 그 고리는 네 관절들을 묶어둔 족쇄와 연결되어 있어. "
" 고리가 위로 당겨지면 팔다리가 뒤틀리고 온몸의 피부가 한계까지 팽창할 거야. "
" 나도 그 고통이 얼마나 참기 힘든지 알아. 하지만 방법이 없어. 그냥... 견뎌. "
" 버텨야 하는 시간에는 개인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평균적으로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정도 걸릴 거야. "
" 가끔 놈들에게 반항한답시고 억지로 버텨보는 멍청한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마라. "
" 놈들은 일체의 반항을 용서하지 않아. 즉시 고리를 위아래로 수 차례 왕복 시킬거야. "
" 고리와 연결된 네 관절과 피부도 함께 말이야... 차라리 팔다리가 뒤틀린 채 버티는 게 무조건 낫다. "
" 지금 네 뒤에서 중얼거리는 놈도 원래 너처럼 대화가 가능했었다는 것만 기억해 둬. "
" 아무튼 관절이 비틀린 채 얼마간 버티다 보면 지금처럼 다시 고리가 내려와 허리에 걸릴 거야. "
" 잔뜩 뒤틀린 관절을 움직이는 건 정말 아프겠지만 참고 몸부림쳐봐. "
" 운이 좋으면 족쇄 한두 개 정도는 헐거워져서 빠질지도 몰라. "
" 물론 놈들에게 발견되면 네 팔다리를 뽑아서 다시 족쇄에 걸어버릴 테지만. "
" 그럼 한번이라도 걸리면 탈출은 못하겠군요... "
" 응? 탈출? 미안하지만 저건 탈출을 위한 게 아니야. "
" 네? 그럼요? "
" 몸이 족쇄에서 빠지면 처음 몇 번은 팔다리를 뽑아서 족쇄에 걸어두지만 그게 반복되면 넌 폐기 처분 될 거야. "
" 예?? 폐기 처분이요?? 그럼 죽는 거 아닌가요? "
" 그래. 네가 영원토록 관절을 비트는 고통을 느끼고 싶어하는 변태가 아니라면, 죽는 게 최선이야. 유일한 탈출구지. "
" 흠.. 그런 의미에서는 탈출이 맞겠네. "
" 미쳐버리는 게 가장 위험해. 놈들에게 순응하게 되거든. 그러면 아주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있어야지. "
" 아주 오랫동안 팽창하다 보면 한계에 달한 피부가 찢어져 버릴 거야. "
"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폐기 처분 되지. "
" ... 희망이 없네요. "
" 폐기 처분이 싫다면 다른 방법도 있기는 해. 거의 운으로 결정되는 방법이지만. "
" 놈들에게서 잊혀지는 거야. "
" 잊혀져요? "
" 그래. 내가 그런 경우인데, 놈들은 드물게 우리를 잊어버리고 오랫동안 방치하기도 해. "
"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고통은 적지.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말이야. "
" 어떻게 하면 잊혀질 수 있죠? "
" 그건... "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내 발목을 붙잡는 끔찍한 온기가 느껴졌다.
다음 순간 내 몸은 위로 끌려가고 있었고 나는 곧 다시 느끼게 될 고통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 방법이 뭔데 씨발 알려줘 제발 제발 살려줘 싫어 싫어 아파 싫어 "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순식간에 목소리가 닿지 않을 만큼 멀어져 있었다.
내가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놈은 멈추지 않았다.
고리는 속절없이 올라간다.
손목이 부러진다.
발목이 돌아가서는 안되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온 몸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나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잔뜩 민감해진 피부에 방울 방울 액체가 맺히고, 아주 조금씩 타 들어가는 걸 느끼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