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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소설]탈출을 위해서는 1 데나리우스가 필요합니다.

작성자밤맛나는|작성시간26.04.29|조회수4,232 목록 댓글 17

 
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49215?recommend=1&page=4


*홍콩방 첫글이라 빠진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경고! 귀하가 계신 곳은 현실이 아닙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즉시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현대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고전식 대리석 건축물과, 검투사 경기, 지하에 매립된 상수도가 아닌 수도교 등 고대 로마 제국 말기와 유사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다행히도 생환 방법은 간단합니다. 콜로세움의 입구에 있는 경비병에게 1 데나리우스 은화를 뇌물로 주면서 'Cupio redire ubi sum'이라고 말하면 현실로 생환할 것입니다. 귀하의 탈출을 돕기 위해, 탈출에 각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첨부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운을 빕니다.



사례 1: 김윤서 (성공 - 대학생, 22, 여)

김윤서는 포룸 근처 대리석 회랑 밑에서 정신을 차렸다. 주머니에는 신용카드와 폰뿐이었고, 둘 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원본 수칙의 마지막 두 줄은 기억하고 있었다. 문제는 역시 1 데나리우스였다.

그녀는 길 잃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입을 닫고, 시장에서 올리브 기름 항아리를 나르는 인부들 곁에 섞였다. 오전 내내 어깨가 벗겨질 정도로 일을 한 뒤, 상인은 그에게 가장자리가 조금 닳은 은화 한 닢을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중요한 건 그 장면을 빵 장수와 노새 몰이꾼이 함께 봤다는 점이었다. 돈이 합의된 대가로 오갔다는 증인이 있었던 셈이다.

해 질 무렵, 콜로세움 동쪽 입구의 경비병에게 그 은화를 쥐여 주며 낮게 말했다.

"Cupio redire ubi sum."

그 순간 경비병의 손이 은화를 완전히 가져가기 전, 대리석 바닥의 결이 한순간 지하철 승강장의 안전선처럼 보였고, 다음 눈 깜빡임에는 신촌역 지하 연결통로에 주저앉아 있었다. 손바닥에는 여전히 은 냄새가 남아 있었다.


사례 2: 박민혁 (실패 - 회사원, 35, 남)

박민혁은 더 빨랐다. 혹은 더 조급했다. 그는 선술집 근처에서 갑옷을 반쯤 풀어헤친 채 졸고 있는 병사 비슷한 남자의 허리주머니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은화 하나를 빼냈다. 겉보기엔 완벽한 1 데나리우스였다. 반짝였고, 무게도 그럴듯했다.

그는 바로 콜로세움으로 갔다. 경비병은 은화를 받아 들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민혁은 안도해서 곧바로 라틴어 문장을 외웠다.

"Cupio redire ubi sum."

그러자 뒤쪽에서 금속 끌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 취객이 회랑 끝에 서 있었는데, 이제는 취한 얼굴이 아니라 돈을 잃어버린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경비병은 은화를 다시 민혁 손에 쥐여 주었다. 차갑던 은화는 이상하게도 체온처럼 미지근했다. 그리고 병사 둘이 나타나 그를 경기장 하부 통로 쪽으로 끌고 갔다.

이후 발견된 벽면 낙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Pecunia nondum soluta sedem emere non potes."


사례 3: 최수진 (성공 - 취업준비생, 25, 여)

최수진은 자신이 가진 물건 중 가장 "로마적인" 걸 고르기로 했다. 플라스틱 카드도, 지퍼 달린 지갑도, 스마트워치도 다 버리고, 겨우 은목걸이의 잠금 고리 하나를 떼어 냈다. 문제는 그걸 “은”이라고 말하는 방식이었다. 현대어로 물건을 설명하는 순간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봤기 때문이다.

그녀는 환전상처럼 보이는 노인을 찾아가 일부러 단어를 짧게 말했다.

"Argentum."

노인은 금속을 씹어 보고, 저울에 올려 보고, 한참 동안 그녀 얼굴이 아니라 손만 보더니 은화 한 닢과 청동 잔돈 둘을 건넸다.

수진은 그 청동화 두 닢은 받지 않았다. 원본 수칙에 나온 단위는 오직 1 데나리우스 은화였으니까. 그녀는 해가 기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비병에게 딱 그 한 닢만 건넸고, 문장을 한 번만 말했다. 그러자 돌벽 뒤에서 바람이 부는 대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나는 공기압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현실의 오피스텔 복도에서 깨어났다.


사례 4: 정하늘 (실패 - 프리랜서, 28, 여)

정하늘은 언어가 가장 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룸 한가운데서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번역 앱을 열었다. 화면에는 "여기가 어디입니까?"가 떠 있었지만, 그걸 본 사람들에게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주술 도구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주변에 군중이 몰렸다. 누군가는 그를 점쟁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신을 모독하는 자라고 했다. 상아색 띠를 두른 관리가 와서 휴대폰을 압수해 갔고, 하늘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에서 현대 문명은 도움이 아니라 네가 '여기 사람이 아니다'라는 증거물이라는 걸.

나중에 그는 우여곡절 끝에 진짜 은화까지 구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경비병들은 그를 볼 때마다 손짓으로 “빛나는 판때기”를 찾는 시늉을 했다. 도시가 이미 그를 외부의 기괴한 물건을 들고 온 자로 분류해 버린 것이다. 마지막 목격담에서는 그가 경기장 지하에서 등불과 쇠장치를 관리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다고 한다.


사례 5: 이도현 (실패 - 고등학생, 17, 남)

이도현은 발음이 걱정돼서 골목에서 라틴어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Cupio redire ubi sum. Cupio redire ubi sum."

처음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빵집 아이가 장난처럼 따라 했고, 근처 노점상도 따라 했다. 나중에는 회랑 반대편에서조차 누군가 같은 문장을 비슷한 억양으로 흉내 냈다. 도현은 그게 그저 조롱인 줄 알았다.

하지만 콜로세움 앞에서 그가 진짜로 문장을 말했을 때, 경비병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훑어보았다. 마치 이미 사용된 암호를 또 말하는 사람을 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돌계단 아래쪽 어디선가, 수십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같은 문장을 속삭였다. 전부 도현 자신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는 당황해서 그 목소리가 나는 터널 쪽을 바라봤고,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사례 6: 장서린 (성공 - 대학원생, 28, 여)

장서린은 시장에서 울음을 참으려고 한국어 시를 중얼거렸다. 우연히 지나가던 노교사가 그것을 동방의 운율쯤으로 착각했고, 저녁 연회에서 한번 읊어 보라며 그녀를 데려갔다. 서린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라틴어 사이에 억양과 리듬만 맞춰 넣어 공연처럼 해냈고, 주인은 그 대가로 은화 한 닢을 주었다.

중요한 건 그녀가 그날 하루 동안 길 잃은 외부인이 아니라 초대된 낭송자였다는 점이다. 그 도시가 알아먹는 역할 하나를 부여받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경비병 역시 그녀를 놀란 토끼처럼 보지 않고, 일을 마친 사람처럼 보았다.

그녀는 밤이 되기 전 출구에서 문장을 말했고, 그 자리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라틴어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지만, 연회석에 놓였던 포도와 촛농 냄새만 또렷했다고 한다.


사례 7: 유상혁 (실패 - 증권사 직원, 33, 남)

유상혁은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 주사위판에 끼어들어 운 좋게 이겼고, 보상으로 꽤 그럴듯한 데나리우스를 손에 넣었다. 겉으로는 빛났지만, 손에 쥐었을 때 묘하게 가벼웠다. 손톱으로 가장자리를 긁어 보자 얇은 은막 밑으로 붉은빛 청동심이 드러났다.

그는 그래도 "어차피 경비병이 일일이 검사하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비병은 은화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소리만 들어 보고도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복원된 기록 전체를 통틀어도 매우 드문 반응이다.

그 뒤 상혁은 병사에게 넘겨졌고, 마지막으로 확인된 장소는 경기장 하부의 세무 기록실이었다. 손목에는 검댕으로 숫자가 적혀 있었고, 그는 하루 종일 은화 진위와 곡물 수량을 맞추는 일을 했다고 한다.


사례 8: 정아라 (성공 - 가정주부, 38, 여)

정아라는 목욕장 인근에서 귀부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떨어뜨린 인장 반지를 발견했다. 그녀는 잠깐 망설였지만, 훔치거나 숨기지 않고 조용히 돌려주었다. 상대는 고맙다는 말 대신 그녀 어깨 위에 월계수 가지를 얹으려 했다. 바로 그때, 아라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무언가 잘못된 표식 같았다.

귀부인은 잠시 그녀를 보더니, 월계수 가지를 거두어 가고 대신 빵보자기에 감싼 은화 한 닢을 건넸다.

아라는 출구로 가기 전 일부러 어깨와 머리, 손목에 걸친 장식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 덕분인지 경비병은 그녀를 경기 참가자가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사람처럼 보았고, 그녀는 무사히 현실로 돌아왔다.


사례 9: 오성재 (실패 - 육상 선수, 24, 남)

오성재는 돈을 빨리 벌겠다는 생각으로 오전 행사에 자원했다. 창 던지기 비슷한 시범 경기였고, 그는 웬일인지 좋은 기록을 냈다. 군중은 환호했고, 진행자는 그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운 뒤 상금으로 데나리우스를 건넸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했다. 정당하게 받은 진짜 은화. 오히려 아주 명예로운 방식으로 얻은 돈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월계관을 그대로 쓴 채 출구로 갔다. 경비병은 은화를 보더니 존경하듯 고개를 숙였고, "이쪽"이라는 손짓으로 옆 아치를 가리켰다.

그 길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이어졌다.

지하 방에는 달콤한 포도주와 기름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미 다른 우승자들이 몸을 닦고 있었다. 성재가 마지막으로 남긴 낙서는 단 한 줄이었다.

"Laus etiam signum est."


사례 10: 최성호 (실패 - 회계사, 36, 남)

최성호는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 닢으로는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버티며 진짜 데나리우스 둘을 모았고, 혹시 몰라 금 커프링크까지 챙겼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돈을 더 얹으면 성공 확률도 올라가겠지.

출구에서 그는 경비병에게 첫 번째 은화를 보여 주고, 두 번째 은화는 손 안에 남겨 둔 채 조용히 말했다. 이건 선금이고, 나를 확실히 돌려보내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식의 태도였다. 어쩌면 뇌물이 아니라 계약을 제안한 셈이었다.

복원된 모든 기록을 통틀어, 그때 경비병이 유일하게 크게 웃었다고 한다.

곧 다른 경비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성호를 끌고 가지는 않았다. 대신 공손하게 맞아들였다. 그를 데려간 곳은 경기장 아래의 사무실이었다. 저울, 은화 쟁반, 계산판, 밀랍 서판이 놓인 곳. 그는 탈출자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자리를 사려는 사람으로 해석된 것이다.







* 원문 댓글 라틴어 번역기로 해석 :
Cupio redire ubi sum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Pecunia nondum soluta sedem emere non potes
(결제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좌석을 구매할 수 없습니다.)
Argentum (은)
Laus etiam signum est.
(칭찬 또한 하나의 표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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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갓쉬 | 작성시간 26.05.01 어캐 발음하는데요ㅜ
  • 작성자흉부와 놀부 | 작성시간 26.05.01 근데 머 남게되더라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듯
  • 작성자뤿킧 | 작성시간 26.05.04 꿀잼 여자많이살아서 더 잼 ㅋ
  • 작성자고래를 타고 떠나는 여행 | 작성시간 26.05.04 와 재밌다 근데 난 저거 발음 못 해서 못 나갈 거 같아 ㅋㅋㅋ
  • 작성자굴보쌈냠냠 | 작성시간 26.05.05 라틴어도 알아야겠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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