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35개.
레너드는 산탄총을 손질한 뒤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셨다.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끝나는 것까지 보고 갈 거야?”
내가 묻자 “에이, 뭐. 여기까지 왔는데 봐야지.”
그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괜찮은 이야기였어. 그동안의 모든 장면들 말이야. 더 나쁠 수도 있었잖아.”
더 나쁠 수도 있었다.
그건 내가 늘 마음속에 품고 살던 말이었다.
“넌 뭐 할 건데?”
“난… 마지막 말은 내가 하고 싶어.”
그가 코웃음을 쳤다.
나는 말을 이었다.
“내가 떠날 때마다 사람들한테 꼭 작별 인사하는 거 알지?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서. 예의도 있고, 시적으로도 멋지잖아.”
“언제부터 네가 예의를 따졌다고?”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사람도 좀 변하거든.”
“우린 죽는 게 아니야. 애초에 진짜가 아닌데 무슨 천국이고 지옥이야. 그냥 존재가 사라지는 거지.”
침묵.
“이제 몇 단어 남았어?”
“181개…”
레너드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내랑 딸은 어때?”
“모나는 자기 방식으로 가고 싶다더라. 오늘 아침에 발견했어. 근데 로니는... 너무 어려서 자기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이해 못 했어. 그래서 고개 돌렸을 때 내가 쐈다.”
평소 같았으면 그 말을 듣는 순간 산탄총을 그에게 겨눴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다.
“몇 단어 남았지?”
“음… 107개.”
단어라는 건 생각보다 세기 어렵다.
모양도 길이도 다 다르다.
어떤 순간 하나를 표현하는 데 여러 단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아마 그래서 레너드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정확히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산탄총이 터지는 소리는 귀가 멍해질 만큼 컸다.
튀어 오른 피는 눈앞을 가릴 만큼 선명했다.
나는 끝내 그의 시신을 바라보지 못했다.
52단어 남음.
왜 작가는 우리가 가짜라는 걸 알게 만들었을까?
왜 이야기가 언제 끝나는지도 알게 했을까?
난 그저 진짜가 되고 싶을 뿐인데.
하지만 그건 너무 먼 꿈이라는 걸 안다.
10단어 남음.
나는 눈을 감는다.
3…
2…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