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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소설]아마존에서 무거운 이불을 산 건 내 인생의 최악의 선택이었어

작성자파두|작성시간26.07.08|조회수3,916 목록 댓글 13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dv6c4p/buying_a_weighted_blanket_from_amazon_was_the/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야.

원래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이나 불안장애,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어.

그런데 몇 년 사이 거의 모든 집에서 하나쯤은 볼 수 있는 생활용품이 됐지.

이유는 간단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니까.

우린 편안함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돈은 다 써버리잖아.
가끔 그런 생각이 들더라.
특히 혼자 사는 남자들은 요즘 돈을 쓰는 이유 대부분이 결국 위로받기 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 말이야.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위안을 갈구하는 걸까.

적어도 그 당시 내 삶이 특별히 불행했던 건 아니었어.

아내와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2년.

그 긴 시간을 지나며 난 겨우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어.
교외에 있던 작은 집은 팔아버렸고, 직장 근처의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했지.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권했던 상담도 빠짐없이 받았고, 회사에도 복직했어.

물론 아직도 약을 먹어도 한두 시간 이상은 제대로 잠들지 못했어.

그래도 괜찮았어.

최악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믿었으니까.

사람이 충격과 슬픔 속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는 법이잖아.

그래서 결국 나도 하나 주문했어.

아마존에서.

침대도 퀸사이즈였으니까 이불도 퀸사이즈로 샀어.

비록 이제 그 퀸사이즈 침대에 함께 누울 '여왕' 은 없었지만.

배송은 이상할 정도로 늦었어.

난 프라임 회원이었고 무료 2일 배송까지 선택했는데도 말이야.

그래도 도착은 했으니 따로 항의는 하지 않았어.

다만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지.

익숙한 스마일 로고 박스는 어디에도 없었어.

대신 종이뭉치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꾸러미 하나가 현관문 앞과 주차장 사이에 반쯤 걸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어.

갈색 포장지로 대충 감싼 뒤 노끈으로 묶어 놓았는데 오는 내내 발로 차이기라도 한 것처럼 군데군데 찌그러져 있었지.

"와... 완전 시골 감성이네."

난 혼잣말을 하며 꾸러미를 질질 끌고 집 안으로 들어왔어.

"할머니가 목장에서 보내주신 선물인가?"

물론 스스로도 그 말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건 선물이라기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제 폭탄처럼 생겨 있었거든.

포장은 찢기고 얼룩져 있었고, 굵은 황마 끈은 다 헤져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어.

군데군데는 그을린 자국까지 있었지.

그걸 열 용기가 생기기까지는 두 시간이 걸렸어.

진토닉 세 잔.

전자레인지 저녁식사 하나.

그리고 적당한 용기... 아니면 적당한 자포자기.

포장을 뜯자 이불은 대충 접힌 정육면체 모양으로 묶여 있었어.

역시 같은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지.

포장은 엉망이었지만 이불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어.

폭신한 파란색 극세사.

두꺼운 누빔.

무게도 딱 적당해 보였어.

새 이불 특유의 깨끗하면서도 약간 화학약품 같은 냄새도 났고.

세탁을 해야 하나 싶어 라벨을 확인했지만 인쇄가 전부 번져 있었어.

괜히 세탁기에 넣었다가 망칠까 봐 그냥 기존 이불 위에 덮어두고 하루를 보냈지.

자정쯤 드디어 사용해 보기로 했어.

잃을 것도 없었으니까.

몇 달 동안 침대에만 수백 달러를 썼어.

최신 메모리폼 냉감 매트리스.

1000수 이집트산 면 시트.

충전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베개.

좋다는 건 다 사봤지만 단 하루도 푹 잔 적이 없었어.

그래서 사실 그날 밤도 별 기대는 없었어.

그래도 잠깐이나마 기대하는 척하는 건 즐거웠지.

차가운 시트 속으로 몸을 넣고 새 이불을 끌어올렸어.

배송 때문인지 약간 울퉁불퉁했지만 리뷰에서 원래 그렇다고 읽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어.

이불의 무게가 몸을 감싸는 순간...

놀랍게도 정말 편안했어.

눈을 감자 막내 두 아이가 우리 침대로 기어 올라와 내 위에 엎드린 모습이 떠올랐어.

웃음이 터질까 봐 꾹 참으며 나를 깨우지 않으려 애쓰던 그 아이들.

등 뒤에서 접혀 있던 이불의 두툼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아내의 체온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오전 10시였어.

회사에 지각했지.

살면서 지각 때문에 혼난 게 그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이었어.

하지만 그 화학약품 냄새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

일주일쯤 지나자 샤워를 하고 나와도 그 이상하고 중성적인 냄새가 내 피부에 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한 달쯤 지나자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됐어.

결국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기로 했지.

잠을 다시 잘 수 있게 된 게 너무 좋아서 세탁을 미뤘던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카운터에 있던 연세 지긋한 한국인 아주머니가 냄새 때문에 나를 한심하게 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변명도 미리 준비해 갔지.

일이 너무 바빴다거나 차에 오래 놔뒀다거나 인도 음식을 먹다 남긴 걸 주말 내내 차에 방치해서 냄새가 밴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그런 말을 꺼낼 기회조차 없었어.

아주머니는 손에 든 금속탐지기를 이불 위로 한 번 훑더니 짧게 말했어.

"안에 든 거 이상해. 세탁 못 해. 페브리즈 뿌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갔어.

안에 뭐가 문제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한마디만 했어.

"금속."

그리고는 냄새나는 이불을 다시 내 품에 안겨 주며 밖으로 내보냈지.

그 뒤로도 한 달 동안 난 그 이불을 계속 덮고 잤어.

냄새는 갈수록 심해졌지만 잠은 너무도 달콤했으니까.

그러다 결국 회사 사람들까지 냄새를 알아차리기 시작했어.

매니저인 메건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혹시 세탁기 안에 쥐가 들어가 죽은 건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말했지.

그게 마지막 계기였어.

그날 집에 돌아온 난 이불을 버리고 새걸 사기로 결심했어.

하지만 세상 전부를 이유도 모른 채 잃어본 사람은 알아.

사람은 위안을 주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해.

오히려 집착하게 되지.

결국 여섯 번째 세탁소에서야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어.

영어는 잘했지만 보스턴 사투리가 워낙 심한 남자였지.

"이런 이불은 안에 유리구슬을 넣는 경우가 많아요."

그가 말했어.

"구슬 만드는 공장에서 나사나 쇳가루 같은 게 섞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금속탐지기에 걸리는 거예요."

그러곤 아무렇지 않게 해결 방법까지 알려줬어.

"모서리를 조금 뜯어서 충전재를 양동이나 욕조에 쏟아내세요. 이불만 세탁해서 말린 다음 다시 넣고 꿰매면 됩니다."

난 바느질을 못한다고 했어.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지.

"깔때기 하나 사면 쉬워요. 아마존에서 몇 달러밖에 안 해요."

그러고는 얼룩진 여자 속옷 더미를 정리하러 돌아갔어.

난 정말 그의 말대로 했어.

깔때기를 주문했고, 또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도착했지.

마침 월요일이 공휴일이었으니 그 정도는 이해할 만했어.

양동이와 깔때기를 준비한 뒤 침대 끝으로 이불을 끌어당겨 모서리의 실밥을 조금 잘랐어.

유리구슬이 우르르 쏟아질 줄 알았지.

하지만...

쿵.

금속 덩어리 하나가 양동이에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어.

안을 들여다보니 금반지 하나가 있었어.

지문이 새겨진 결혼반지.

안쪽에는 글귀가 있었지만 손가락 살점과 뼈가 아직도 끼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어.

그래도 무슨 문구인지 난 알고 있었어.

'영원한 사랑의 영광을 위하여.'

내가 직접 새긴 문장이었으니까.

그리고 반지에 새겨진 그 지문은...

내 지문이었어.

머릿속이 새하얘졌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지.

그 충격으로 이불이 조금 더 기울어졌고,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아니.

흘러나온 게 아니었어.

마치 이불이 토해내는 것 같았어.

바싹 말라 부스러지는 살점과 뼈 조각을.

터진 종기에서 고름이 밀려 나오듯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툭툭 끊어지며 양동이 안으로 떨어졌어.

큰아들의 치아가 플라스틱 벽에 부딪혀 달그락거렸어.

아내를 닮아 잇몸이 약했던 아이였지.

충치를 치료했던 은색 충전재가 번쩍이는 것도 보였어.

거의 하얗게 바랜 헬로키티 밴드 한 조각은 작은 손가락 마디를 감싸고 있었어.

문을 두드리다 손가락이 까졌던 딸.

내가 붙여준 귀여운 밴드를 보고 울면서도 웃던 그 모습이 떠올랐어.

두 달 동안.

난...

아내와 아이들의 미라처럼 말라버린 시신 조각 수천 개를 충전재로 채운 이불 아래에서 잠들고 있었던 거야.

경찰도 그 택배의 출처는 끝내 찾아내지 못했어.

아파트 CCTV에는 번호판도 없는 갈색 밴 한 대가 잠깐 나타나 창문 밖으로 꾸러미를 던져놓고 떠나는 모습만 찍혀 있었지.

추적할 만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어.

아마존 측 변호사는 자신들이 정상적으로 박스에 포장하고 라벨까지 붙인 새 이불을 배송했다는 증거를 제출했어.

공정하게 말하자면 환불도 아주 신속하게 해줬지.

다만...

아마존 적립금으로.

그 뒤로 난 아마존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어.

가장 먼저 버린 건 에코 스피커였어.

새 침구도 전부 버렸고 프라임 회원도 해지했지.

혹시 몰라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까지 모두 처분했어.

편리한 건 인정해.

스마트 기술도 분명 좋아.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면...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어.

결국 그게 유일하게 말이 되는 설명이었으니까.

도대체 놈들은...

우리 가족의 시신을 어떻게 찾아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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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갓쉬 | 작성시간 26.07.10 마 니가죽엿나
  • 작성자아머러헴 | 작성시간 26.07.11 지가 죽이고 들킨거야??ㄷㄷ
  • 작성자파프리카 청춘이다 | 작성시간 26.07.11 니가 묻어놓고 극복이 힘들었다한겨
  • 답댓글 작성자파프리카 청춘이다 | 작성시간 26.07.11 근데 아마존 결제수단으로 환불안하고 예치금 환불해준거 리얼하고 짜친다
  • 작성자고양이를좋아해 | 작성시간 26.07.16 지가 죽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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