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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각지고 커다란 차체, 거친 엔진음.
아빠는 나에게 남자라면 SUV를 타야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SUV는 뒤쪽 공간이 넓어서,
큰 짐도 거뜬히 실을 수 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빠차의 트렁크를 꽉 채울 만큼의 큰 짐을
실어본 기억이 나에게는 없다.
아빠는 식구들을 SUV에 태워서
여기저기 놀러다니거나 하는 가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주말에는 항상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아니, TV만 본 거면 다행이다.
걸핏하면 술에 취해 엄마와 나, 동생에게 손찌검을 해댔다.
철들 무렵에는 집을 뛰쳐나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리고 언젠가 차가 필요해졌을 때,
난 인천의 어떤 중고차상에서 낡은 세단을 한 대 구매했다.
차체는 작고 낮았지만,
바닥에 깔려가는 듯한 그 특유의 조용한 승차감이 좋았다.
트렁크 공간도 나에겐 전혀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몇 년 만에 돌아간 집의 풍경은 변한 게 없었다.
불편한 몇 시간을 보내고, 난 겨우 고향집을 빠져나왔다.
집에서 나올 때 챙겨온 짐을 트렁크에 실으며,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거봐 아빠, 세단에도 큰 짐이 충분히 실리잖아."
그리고 차분하게 차에 시동을 걸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렸다.
묵직하고 조용한 세단의 주행감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