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현동 고시원 살인사건은 2008년 10월 20일 오전 8시 15분 경 D고시원에서 2003년부터 거주하던 정상진(1978년 2월 27일생, 경상남도 합천, 당시 30세)이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의 D고시원에 화재를 일으킨 뒤, 화재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어나온 피해자를, 미리 준비하고 있던 칼로 피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찔러 살해또는 중상을 입힌 살인 사건이다. 화재로 고시원의 세 층이 일부 전소했으며, 칼에 무차별적으로 찔린 피해자들은 중국동포 이월자(51세)와 서진(21세)을 비롯해 사망자 6명, 중상 4명, 경상 3명이다.[1]
2009년 4월 22일 서울중앙지검 신영식 검사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상진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며, 같은 해 5월 12일 오후 2시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 정상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정상진은 항소하지 않아 사형이 확정되었다.
2)
4년간 범행 준비
정 씨는 지난 5월 예비군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선고받은 벌금 15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아 지명수배된 상태였으며, 10월 20일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돼 있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벌금 미납 때문에 감옥에 가면 고시원 측이 자신의 짐을 치우다 범행도구를 발견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
범인 정씨 인형뽑기 중독으로 천만원 탕진
논현동 고시원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정씨는 '인형 뽑기'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날릴 정도로 중독 증세를 보여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가 주차요원으로 일하기 몇년 전 함께 일했다는 한 지인은 "정씨가 고시원 앞 편의점에 위치한 인형 뽑기에 중독돼 1000만원이 넘게 날렸다"면서 "당시 월급이 180만원 정도였는데 그 돈의 대부분을 인형뽑기에 쓰고 남는 돈은 로또를 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60만원까지 인형뽑기를 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혀를 내두르며 "최근에도 계속 인형 뽑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4)
논현동 고시원 범인은 물병과 대화하는 ‘사회적 외톨이‘
범인 정모(31)씨는 지방에서 홀로 상경, 비정규직을 전전한 사회적 외톨이였다.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끔찍한 범죄가 벌어진 강남의 고시원은 번화가 한복판에 숨은 외톨이들의 은신처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상징적이다.
정씨는 2002년 상경한 뒤 뚜렷한 직업 없이 식당 배달, 주차요원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정씨 주변인들은 "하는 일마다 진득하게 붙어있지 못하고 자주 옮겨 다녔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업이 없다 보니 이런저런 경제적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예비군훈련 불참으로 벌금 150만원이 밀렸고, 휴대전화요금과 지난달 고시원 월세 17만원도 내지 못했다.
경찰도 정씨가 이 같은 생활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밝혀, 경제적 궁핍에 따른 좌절과 사회적 불만이 응어리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씨는 범행도구를 2004~2005년 동대문 등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돼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번화가인 강남 지역 고시원에서 5년 동안 기거했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했을 테고, 이런 불만이 사회에 대한 복수정씨는 또 탈모가 심해 평소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녔고, 여자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로 볼 때 외모 콤플렉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중학생 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자주 두통을 호소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도 특별한 정신 병력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자기조절 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이 망상 형태로 왜곡되는,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져든 것 같다"며 "사회적 연대의 끈이나 가정의 사랑 등을 통해 해소될 수도 있었겠지만, 정씨는 이런 것과 모두 떨어진 사회적 이방인이었다"고 말했다.
정씨 주변 사람들은 정씨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 종달새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고 전했다. "상대가 받아주면 한 두시간씩 끝도 없이 주절댔다"는 것이다. 정씨가 말 붙이기를 좋아했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한 주민은 "4차원적인 공상과학 얘기를 자주했고, 식탁의 물병과도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며 "사건 전날에도 이번 주 로또 1등 당첨번호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둥 혼자 횡설수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