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전남대학교
여시들 안녕! 맨날 홍콩에서 사는데 글은 처음 써본다!! 내 기준 살면서 2번째로 무서웠던 경험이야ㅠㅠ
예전에 여수에 잠깐 살았을 때가 있었어.
학교때문에 1년 반정도? 암튼 그때 아마 엠티철이었을거야. 엠티가려고 했는데 폐렴때문에 못가고 마침 연휴도 길어서 고향집에서 푹 쉬려고 했어.
내 고향은 제주도라서 여수에서 제주도 가려면 비행기 아니면 배를 타야했어. 하필 가는 날은 비행기가 있었는데 오는 날은 비행기가 없어서 배를 타야했지.
어찌저찌 고향집에서 쉬고 오는 날, 진짜 비가 말도 안되게 많이 내리는거야. 근데 배는 눈이나 비가 내리는 유무가 아니라 파랑으로 휴선을 정해. 그날은 비는 심했지만 파랑이 심하지 않아서 운행했다ㅠ(여기서 휴선했으면 담날 학교 안가도 됐었는데)
암튼 배를 타고 가는데, 여수-제주는 도착할 때 해안선이 복잡하지 않아서 5시간이면 가. 반대로 제주-여수는 도착할 때 해안선이 복잡해서 6시간은 걸리지. 근데 그날은 비가 와서 시야확보가 안된다고 1시간 넘게 선박을 못 한거야. 그래서 원래 10시면 도착해야할걸 11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어.
당연히 시내버스는 끊겼겠지. 근데 그 날 유독 이상하게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여객선 터미널이 엑스포역이랑 붙어있어서 택시가 진짜 엄청 많거든. 나는 혹시라도 시내버스 다니는게 있나하고 좀 걸어서 올라가보려고 했어.
좀 올라가니까 신축 아파트단지가 있더라고. 당연히 버스는 전부 끊겨있었고, 마침 비도 다시 엄청 내리고, 핸드폰 배터리도 나가서 카카오택시도 못 부르는 상황이었지. 그래서 한 20분 기다려보고 혹시나하고 아파트단지 입구 마트에 들어가봤어.
아직도 기괴한게, 내가 물론 뭘 사러 들어간건 아니지만 일단 사람이 들어왔으면 인사는 아니더라도 날 쳐다보거나 그래야 하잖아?(들어가면 바로 앞에 카운터였음) 근데 눈도 안마주치는거야. 게다가 뭐 티비보면서 신문을 자르고 있더라고. 속으로 욕하면서 물어봤지.
“혹시 여기 택시탈 수 있는 곳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예요?”
“엑스포역.”
“아~ 저기 밑까지 내려가야하는거예요~?”
“어.”
“혹시 여기 핸드폰 충전 되나요?”
“아니.”
내가 존나 사근사근하게 물어봤는데 존나 싸가지 없게 대답하더라고? 이미 기분은 상했고, 엑스포역까지 다시 돌아가면된다길래 걍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왔지. 근데 내가 나오는데 어디 전화를 걸더라고? 뭐 내 알빠 아니니까 걍 나왔어.
근데 그 날 진짜 내가 뭐에 씌였나봐. 아까 마트 들어가기 전에 한 20분 기다렸는데 택시가 단 1대도 안 지나갔거든? 근데 막 엑스포역까지 안 내려가도 여기서 좀만 기다리면 택시가 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야. 그때가 12시 되기 10분전이었을거야.
근데 마트에서 나와서 5분도 안돼서 택시 한 대가 오는거야. 개이득이다 생각하고 탔지. 근데 갑자기 마트 건물 뒷 편에서 어떤 남자가 뛰어오네? 택시는 내가 탔는데 그걸 기다리네? 그땐 이게 뭐지 하고 벙쩌있었는데, 남자가 자연스럽게 택시 앞자리에 타고 기사아줌마는 나한테 합승 괜찮지? 하고 출발했어. 나한테 대답 듣기 전에 걍 출발함ㅠㅠ
근데 생각해보니까, 난 목적지를 말 한 적이 없었지. 합승남도 목적지 말 한 적 없었어.
“저기 저 00동 00마트 앞으로 가주세요.”
“아~ 맞다! 어디갈지도 안 물어봤네~”
이러고 계속 가는데 기사아줌마랑 합승남이랑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거야.
“아~ 비싼긴디 다 젖었네!”
“비싸믄 을매나 비싸다고!”
둘 다 경상도 말씨였고, 기사아줌마는 물티슈를 꺼내서 합승남한테 주더라고. 둘이 아는 사인가? 생각이 드는 순간 진짜 소름이 돋고 뛰어내려야하나 망설여지더라고.
그러다가 합승남이, 몇 살이예요? 하고 뒤돌아서 날 보고는, 신경실적으로 다시 앞으로 돌아봤어.
“아! 애기네, 애기! 완전 애기!”
이러면서 기사아줌마한테 짜증을 내는거야. 나는 뭔 말인가 했지. 그랬는데 신호등 걸렸을 때 기사도 돌아보더니,
“어리네. 어려.”
이랬어. 그리고 도착지까지 10분가량 아무말도 안하더라고. 도착지주변 제일 밝은 편의점 앞에서 세워달라고 말했고, 돈을 건냈지. 한 7000원 좀 넘게 왔고, 10000원을 건냈어. 그리고 거스름돈을 주면서 기사아줌마가 의미심장하게
“어린게 좋은거야. 어린게 참 좋은거야. 조심히 들어가~”
이러는거야. 난 진짜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네 하고 거스름돈 받고 내렸지. 근데 백원짜리는 안주고 천원짜리 2장만 줬더라ㅡㅡ
암튼 그러고 존나 빨리 뛰어서 집에 가서 문 다 걸어 잠그고 폰 충전해서 키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엉엉 울었어ㅠㅠ
그때 그 마트, 택시, 합승남은 뭐였을까ㅠㅠ 그냥 우연이었을까??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ㅜㅜ 내가 그때 22살이었는데 쌩얼에 백팩,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고 있었거든,, 만약 내가 좀 성숙하게 꾸미고 탔었다면?? 상상도 하기싫어ㅠㅠ
제일 무서운건, 나 내릴때까지 합승남은 목적지 말 안하더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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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맥주ㅇ 작성시간 18.07.22 헐 뭐였을까??? 미친 개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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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전남대학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07.22 그니까,, 진짜 다시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ㅠㅠ 여수 진짜 치안 안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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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트하트뿅 작성시간 18.07.23 나라도 무서웠을 듯.. 근데 계속 읽다보니까 택시기사님이 아는 사람 태우러 왔다가 여시가 타서 같이 동행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몇 번 당해?봤는데 모르는 사람이 같이 타는 거 자체로 무섭긴 하더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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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미드나잇 서커스 작성시간 18.07.23 미친 무슨짓거리를 하려고 했던거지 분명 뭔 의도로 그렇게 한거같은데 다행이다 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