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모해유머커뮤니티,루리웹
1. 재래시장에 온 구미호
아주 어릴 때. 90년도 일이야
밤 열시가 넘었는데 건어물 파는 할머니 네 가게에 긴 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 손님이 온거야.
그런데 가게 문턱을 넘지 않고 자꾸 밖에서만 기웃거리길래
내가 다가가서 아줌마 뭐 사러 왔어요? 할머니 불러 드려요? 하니까
여자가 깜짝 놀라서 날 보더라고.
그러더니 대신 북어포 한 마리만 사달라며 만원을 주는 거야
이상하지만 어릴 적에 워낙 시장에서 잔심부름을 많이 했던 타입이라
만원을 들고 가게에 들어갔어 할머니한테 북어포 한마리 달라고 했어
방에서 할머니가 나오면서 짜증스럽게 누가 이 밤에 북어포를 찾아~ 하고
북어포를 봉지에 담아줬어
난 그걸 받아 들고 여자한테 건네주면서
할머니가 밤에 티비 봐서 밖에 잘 안 나온다, 다음엔 그냥 문 열고 들어가서 부르라 했어
여자는 고맙다고 웃으면서 조용히 골목으로 사라졌어.
이게 내 마지막 기억이야
그런데 다음 날 학교 다녀 오니까 시장이 발칵 뒤집힌 거야
무슨 일인지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 들어보니까
건어물 할머니네 금고통에서 만원짜리 칸에 나뭇잎이 나왔대
이상하다고 난리가 난 거지. 왜냐면 건어물 할머니네는 장난 칠 손자 손녀도 없거든
근데 나뭇잎이 돈통에 있으니 이상한 일이지
지켜보던 동네 무속인 할머니가 내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무서운 표정으로
너 어제 뭐 했어? 누구 만났어? 물어보는 거야..
그래서 심부름하고 동네에서 놀았다고 했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그거 말고. 너 어제 누구 만났잖아.
하길래 그제야 하얀 원피스 입은 여자가 떠올라서
어떤 여자 심부름으로 북어포 사줬어요~ 하니까 무속인 할머니가 날 질질 끌고 가더니
대나무 이파리로 종아리를 막 때리는 거야 그리고 내 몸에 팥도 뿌렸어
알고 봤더니 그 하얀 원피스 입은 여자는 구미호였어
무슨 사연인진 모르지만, 이 동네에 갑자기 시장이 들어서면서
산이 밀리고 그 어지러운 상황에 새끼를 잃은 것 같다고 ...
건어물집 할머니 가게 문턱에 무속인 할머니가 준 부적이 붙어 있거든.
아마 그거 때문에 못 들어가고 밖에서 서성인 거 같다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거야
난 알겠다고 했지..
그 이후 생각해보니
나 어릴 적에 우리 초등학교 뒷산에 여우가 산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래서 다들 뒷산을 가기 싫어했어. 여우가 아이들 길 잃게 만들어서 미아로 만든다고 했거든.
실제로 산에 갔다가 길 잃고 행방불명 된 친구들도 있었고 파출소며 시장 사람들 단체로 찾아다니기도 했어
현재는 있던 산도 밀어버리고 수변공원을 만들었는데
난 아쉽고 미안해서 아직 거길 가보진 않았어
그 구미호는 아직도 북어포를 사러 시장에 내려오는지 모르겠다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2. 둔갑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어릴 적 합천 가야산 쪽에 사셨답니다. 당시 너댓살쯤 되었고, 하루는 밤중에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는데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더래요. 무슨 소리인가 잘 들어보니 사람이 상 당했을 적에 하는 상여 소리였습니다.
잠도 안 오니까 구경 하려는데 현재 고인이신 할아버님이 아버지보고 나가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지금 여우떼들이 모여 사람흉내 내기 좋은 시간이니까, 지금 나가면 홀려 잡아 먹힌다고요.
할아버님은 밖에 대고 돌아가라고 고함을 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여우인지 뭔지 정체 불명의 것들은 여전히
상여소리를 내며 사람 흉내를 내고 있었고요. 그때 할아버님 형님도 같이 사라지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답니다.
그러자 여우들은 겁을 먹고 목소리를 감췄어요. 점점 사라진 거죠. 그때 이 마을에서 이 소리를 들은 건
저희 부친이나 조부 말고도 여럿 있었는데 모두 오래된 여우떼들이 사람 흉내 낸 거라고 했답니다
신기한 것은 소리는 들었을지언정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었으니...
또 저희 누나 친구 할아버지가 겪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분이 젊을 적에 어떤 마을 어른과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모두 잠깐 낮잠을 잤는데 순간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머리부터 옷, 피부 전체가 새하얀 여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더래요.
너무 놀라서 졸도할 뻔 했는데 옆에 계신 그 어른 분도 목격했는지 소곤거리면서 그랬답니다.
저건 둔갑여우인데 절대 눈을 깜빡 말고 기선을 제압하며 쳗봐야 한다고요. 그럼 저건 꼼짝 못 한다 하셨답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은 연장을 들고 처리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분이 도끼 들고 옆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이 누나 친구 할아버님이
눈을 계속 떠 있으니 눈가가 간지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깜빡거렸대요. 그 순간 휙 바람같이 둔갑 여우 비슷한 것이
도망쳤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뻥인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3. 늦은 밤 마주친 구미호
외할아버지가 경험하셨던 일 중 하나는 젊었을 적 읍내서 거하게 취하시고 늦은 밤에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걷다보니 앞에 걸어가는 여자가 보이더랍니다
늦은 밤에 여자 혼자 있으니 이상하여 불렀더니 그 여자가 고개만 돌리고 싱긋 웃더니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더랍니다
비틀비틀 따라가는데 아무리 가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더랍니다
그럴때마다 다시 돌아보며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한참을 그렇게 따라가다 한기가 들어서 주변을 살폈더니
물이 가슴팍까지 차오른 저수지 안이었대요..
여자는 온데간데 없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뒤돌아 집까지 뛰어갔답니다
그리고 할아버님은 깨달으신 거죠. 여우한테 홀린 거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