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블로그, 짱공유
난 20대 중반에 서울 변두리에 작은 회사에서 잠깐 일했어
근데 말만 회사지. 직원이라곤 나 포함 달랑 세명이었고
일도 전문적인 수준도 아니고
회사라기엔 열악한 체계였어
게다가 대표는 업무 특성상 항상 외부 미팅이 잡혀 있었고.
근무환경도 최악이었어. 사무실이 반지하였는데 솔직히 처음 면접보고 망설였어.
반지하 근무 환경이 싫었거든. 일단 여름이라 습하고 찝찝하고 벌레도 많을 거 같고.
근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당장 일을 해야 할 상황이었고
일도 나름 쉬운 편이라 급전만 막자 싶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를 다녔어.
앞서도 말했지만 사무실엔 직원이 나 포함 세명이었는데 나머지 둘은 여자였어
나보다 일을 먼저 시작했는데 그들과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고
업무 끝나면 바로 퇴근 땡~ 분위기라 친해질 계기도 없었어
문제가 일어난 날은... 여직원 둘은 일을 마치자마자 퇴근했고 나도 애사심 없는 직원 중 하나라
바로 퇴근하고 싶었는데 희한하게 그날 따라 잔업이 남은 거야.
그래서 입사 처음 야근을 하게 됐어. 잔업한 지 1시간 쯤 지났을까
몸이 뻐근해서 기지개를 켜고 담배나 필겸 사무실 창문 (내부에서 사람 발목 정도만 보이는 작은 반지하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려는데 이상하게 누군가 날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거야;; 쎄한게..
등골이 서늘하면서 머리가 쭈뼛 서는게... 담배 피려던 나는 우연히 창문 밖을 봤고 얼마 후 기절했어.
다음 날 눈을 떴는데 근처 병원이더라.. 연락 받고 왔는지 사장이 옆에 있었어.
일어나자마자 사장한테 막 따졌어. 창 밖으로 본 거 대체 뭐냐고. 설명해보라고..
그러니까 사장도 엄청 당황스러워하더라고..
그게 뭐였냐고?
그날 내가 창문 밖에 봤던 그것들?
사장한테 따졌던 '그것들'이 뭐였는지 궁금하지?
그래.. 다시 돌이켜서 설명해보자면
내가 담배를 피우려고 창문을 열고, 한기가 들어서 창문을 다시 돌아봤을 그때.
창문 쪽에 희끄무레하고 동그란 무언가 두 개가 있는 거야.
사람 발목 정도만 보이는 작은 공간이라 처음엔 애들이 공놀이하다가 놓고간 공인 줄 알았어.
근데... 이게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더라고.
분명 창백한 피부에 머리는 산발인 여자의 얼굴이었어.
눈에 초점도 없고 입을 쫙 찢은 채 웃는, 두 여직원의 얼굴.
그 얼굴 두 개가 허공에 놓여있는 거야.
그리고 나를 보고 있었어.
난 처음에 그 직원 둘이서 창 밖에 엎드려서 야근하는 나를 장난치나 싶었어.
근데 거긴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비좁은 공간인데
그리고 엎드리거나 심지어 쪼그려 앉는 것 조차 불가능한 공간이었어.
더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직원들과 나는 사적인 얘기도 안 할만큼 먼 사이였어.
그러니까 이게 장난일 수가 없는 거지...
몸통도 없는 얼굴들이 창문 높이에 딱 맞춰 둥둥 떠 있다가 나랑 눈 마주치자 기묘하게 웃은 거지.
근데 여기서 더 기가 막힌 건..
병원에서 깨어나서 사장한테 따졌잖아?
근데 사장이 당황하면서 덧붙인 말이 우리 회사에 여직원이 없다는 거야.
맞아. 생각해보니까.. 여직원은 없었어.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두 달동안 나는 얼빠진 새끼 마냥 여직원 두 명과 같이 있다고 생각하며 일을 하던 거였어.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 사장과도 함께 여직원 얘기를 나눈 적도 없었고..
나눌 일도 없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로 기억이 달랐던 거 같다.
사장은 면접 때... 나한테.. 지금 회사 인원이 없으니 당분간만 혼자 일을 할 거라고 말했대.
그리고 정말 일 할 수 있는지 거듭 물어봤대.
근데 나는 그걸 들은 기억이 없어.
이후, 외근이 잦은 사장과 크게 마주칠 일 없었고 나는 나 대로 여직원이 있는 상황에서 일을 했고
사장은 사장대로 나 혼자 성실히 일한다는 생각에 고마워했던 거고.
정말 어이가 없지?
이쯤되면 결론은 하나야. 그럼 둘 중에 하나가 정신이 나가거나 거짓말을 친 거거니까.
누가 진실인지 궁금하지?
근데 결론은 나도 미친 게 아니야.
당황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낸 사장의 변명을 듣고 어느정도 감이 잡혔거든
사실 5년 전에 그 회사 사무실은 지상에 위치했었고,
사장은 여직원 두 명을 채용해서 사업을 꾸렸었어.
여직원들이 나름 일도 잘 하고 성실했고, 오래 일할 사람들이라 사장은 숙식도 제공했대.
근데 갑자기 어느 날. 밤에 회사에서 자다가 작은 화재가 나서 둘 다 질식사 했대.
그 일이 벌어진 후 사장의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그 일은 사무실까지 흘러들어가서
다른 직원도 일을 그만 두었고
혼자 어떻게든 하다가 버거워서 나를 고용했던 거 같은데
난데없이 내가 기절을 해 버렸고.. 또 사전에 나한테 여직원 얘기를 흘린 적도 없는데
내가 여직원 운운하면서 따지니까 사장도 꺼림칙 했나봐.
하.. 이렇게 글 쓰다가 다시 떠오르지만 그날 나는 분명 사람 얼굴을 봤거든.
그것들의 정체는 대체 뭐였을까?
사장이 데리고 있다가 죽은 전 직원들의 망령이 아닐까 추측해.
그 얼굴들도 괴기스럽고 무섭지만... 더 미쳐버리겠는 건 두달동안 의문의 것들과 같이 일했다는 게
더 싫고 오싹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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