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blog.naver.com/jiho8930/221490140527
자넬과 나는 시작부터 죽고 못사는 사이였어. 우리는 젊고 탐욕스러웠고, 바늘과 실처럼 붙어다녔지. 마침내 내가 그녀에게 청혼했을 때, 그녀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승낙했지만 곧 내가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했지. 그녀가 매끄럽고 땀투성이인 다리로 나를 감싸고 있을 때였어. 우리는 침대에 지친 상태로 널부러져 있었어. 그녀가 내 위에 누워 있을때, 그 심장소리가 나를 쳤지. 그리고 그녀가 속삭였어. "우리가 지금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처음에는 망설였어. 나는 미리 생각해둔 "곧"이나 "당연하지, 지금은 말고" 따위의 대답 중에 하나를 고르곤 했지. 나는 어렸고 내 커리어에 집중하고 싶었고, 경험도 없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부모'라는 위치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은 두려웠어.
물론 나는 자넬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지. 마침내 우리가 주 북부에서 작은 가정 결혼식을 했을 때, 나 역시도 아기를 기르는 것을 원한다는것을 깨달았어. 아무리 우리가 어려도, 더 어려지지는 않을 거잖아. 우리의 결혼식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밤에 자넬이 나를 팔로 꼭 껴안고 물었어. "내가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
내가 "그래"라고 대답 했을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의 반짝임을 절대 잊지 못할거야. 내가 이전에 결코 본 적 없던 열정으로 빛났고, 갑작스러운 탐욕이 그녀를 집어삼킨듯 보였어. 피임 도구들은 바로 치워졌지. 난폭할정도의 열정으로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탔고,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나눴어. 사실 그때 "좀 더 나중에"라고 대답할걸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첫 몇 주간 매일 저녁을 땀에 젖은 채로 서로에게 안겨서 보냈지만 아침의 알람이 옷을 입으라고 나를 깨울 때에도 별로 귀찮지가 않았어.
자넬은 격주로 화장실에 뛰어들어서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소변을 봤지. 간절히 두 줄이 뜨기를 바랐지만 두 줄은 나타나지 않았어. 한 달간의 열정이 사그라들고, 그녀는 발을 질질 끌기 시작했어. 나는 할 수 있는 한 그녀를 위로했고, 이윽고 불임 전문가를 찾아가 보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어.
의사에게 내 정액 샘플을 건넬 때 내 마음은 거의 벼랑 끝을 걷는 것 같았지. 자넬의 아기를 향한 열망을 볼 때, 내가 있든 없든 아기를 가지려고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이기적이게 들리겠지만 문제가 내 것이 아니라 그녀의 검사 결과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자넬은 조기 폐경으로 인한 무배란 상태, 즉 불임이었어. 그녀는 큰 타격을 받았어.
첫 몇 주간은 나는 부드럽게 다른 대안들을 제시해 보았지만, 그녀의 끔찍한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듯 보였어. 내가 난임 전문의가 제안한 난자 기증이나 입양에 대해 말을 꺼내자마자 내가 이전에 그녀에게서 결코 본 적이 없는 혐오 서린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라고.
난 그냥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불임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 나는 최선을 다해 섬세하고, 협조적이고, 배려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그녀는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또 몇 달이 흘러갔어. 그녀를 잃은 것만 같았고 고통의 메아리가 우리의 아파트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것만 같았어.
그리고 두 달 전, 자넬이 사고를 당했지.
그녀가 일하던 병원에서 걸려온 자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점심 시간을 맞아 시내에 있었어. 그녀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고, 그저 야채를 썰다가 엄지손가락 끝을 베었고 꿰메야 한다고 했지.
나는 곧장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자기는 괜찮다고 하며 일이 끝날때까지 기다린다고 했어. 내가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러 갔을 때 그녀가 나에게 달려와 나를 꽉 껴안고 내 가슴을 눈물로 적시며 울었어.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차갑게 대한 것에 대해 계속해서 사과했지.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울었고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동안 서로에게 쌓아올렸던 독을 풀었어. 난 부풀어오른 붕대 감은 엄지손가락을 보고 히치하이킹에 대한 썰렁한 농담을 했고, 엄지를 척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이 세상 모든 것을 칭찬하는 것 같다고 했어. 그녀는 끙끙거렸지만 곧 진심으로 웃음을 터뜨렸어. 진단 이후 처음이었지.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 질 것 같았어.
자넬은 미소짓기 시작했고, 웃었고, 마침내 다시 나와 함께하는 현실로 돌아왔어. 내가 끔찍했던 몇 달간 그리워하던 그녀의 수정같이 반짝이는 눈이 다시 돌아왔다고. 우리의 운명을 마주하는 것은 다른 문제들을 사소하게 보이게 만들었고, 자넬은 그 새로운 시야로 곧 여러 가지를 바라보기 시작한 듯 보였어.
그녀의 기분이 나아진 것과는 별도로 육체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그녀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어. 우리의 섹스가 더 이상의 임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 듯 했지.
"제발, 지금은 아냐." 이러거나, "지금 준비가 안됐어." 라고 말하곤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그녀에게 이해했다고 알렸지. 나는 내 모든 삶을 그녀와 함께 할 거고 서두를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녀는 매일 저녁마다 욕실에 들어가서 긴 추리닝 바지로 갈아입었고, 나는 아마 그녀가 의도적으로 나에게 자극이 될만한 작은 몸짓 하나조차 숨기는 것이라고 판단했어. 곧 나는 그녀의 낯선 옷태를 보며 그녀가 놀라울 정도로 살이 빠진 사실을 알아챘지. 나를 매료시켰던 아름다운 곡선의 몸매에서 그녀는 앙상하고 뻣뻣하게 시들어갔어.
내 고용주는 곧 임금 인상을 미끼로 나를 유혹했고 나는 거기에 집중해서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어. 나는 한사코 주말에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무역 쇼에까지 따라가게 되었지. 자넬을 멀리하고 싶어하는 내 일부분을 자각했거든. 나는 그녀에게 금요일 아침에 작별 키스를 했고, 일요일 저녁에 그녀를 다시 볼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계획이 변경되었어.
무슨 정치 문제때문에 무역 쇼의 둘째 날이 취소되어서 나는 토요일 비행기를 타기로 했지. 나는 지쳤고 긴 샤워만 하고 싶었어. 하지만 자넬이 공항에서 보낸 내 문자에 답이 없자 걱정이 되더라고.
내가 계속해서 전화를 했는데도 그녀의 자동 응답 메시만 받게 되자 걱정은 공포가 되었어.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문을 열었지만 들어가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자넬의 코트는 의자 위에 놓여있었고 샤워를 하는 중이더군.
"잰, 여보. 나 하루 일찍 왔어. 별 일 없었지?"그녀를 불렀지만 샤워기의 물소리가 내 목소리를 묻어 버린 것 같았어.
"여보." 다시 부르고 문을 건너갔지. 그 때 내 구두가 바닥에 미끄러졌고, 나는 똑바로 서기 위해 노력했어. 의문을 품고 아래를 보니 붉은 방울들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고, 나는 바로 그게 피인걸 알았어.
"자넬!" 내가 소리쳤어. 공포가 내 심장을 뒤틀었어. 나는 문고리를 돌려서 내던지고 문을 열었어. 내 시선이 킷자국을 따라서 타일 바닥에 놓여진 톱니모양의 부엌칼에 닿았지. 그 위에, 벌거벗은채로 욕조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자넬이 있었어.
그리고 나는 왜 그녀가 몇 달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다녔는지 알았어. 많은 양의 피부덩어리와 근육들이 썰려 나가있었어.
그녀가 스스로 파낸 피부의 움푹한 구멍 주위로 얼룩덜룩한 피부가 부풀어 있었어. 어떤 부분에는 큰 상처 딱지가 보랏빛으로 멍들고 감염된 피부 위에 자리잡고 있었어. 팔 앞부분과 허벅지, 근육이 파여나간 자리에는 끌로 파낸 듯한 분홍빛으로 빛나는 흉터가 있었지.
몇몇 상처는 붉고 생긴지 얼마 안되어 보였고 갓 벗겨진 피부로부터 반짝이는 핏자국을 길게 흘리고 있었어. 고깃덩이처럼 변한 내 아내의 육신이 미소를 지으며 내 쪽을 돌아볼때, 난 똑바로 서 있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 그녀가 앙상한 팔에 무엇을 안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할 때 말이야.
그건 고깃덩어리였어. 얼기설기 꿰메어진 자넬의 피부에 감싸인.
그녀가 직접 피와 살을 파내어서 만든 형상.
부위마다 부패한 정도가 다른 그것을, 아기 모양으로 꿰멘 것.
그녀의 불임인 몸이 만들어낸, 썩어가는 엄지손가락 끝을 코로 달고있는 아기였어. 그 사고가 이 끔찍한 생각의 방아쇠를 당긴 거였다고.
자넬이 그 물체를 유방이 사라진 가슴에 껴안고 앙상한 팔로 다정하게 얼렀어.
"아름답지 않아?" 그녀가 물었어. 그녀는 고깃조각 덩어리를 기쁨의 눈물을 머금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지. 난 피가 흩뿌려진 바닥 위로 넘어졌고 이 불경한 장면에서 도망치려고 애를 썼어.
하지만 이미 그걸 보고 난 뒤였어.
내가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르기 전- 내가 구토하기 전, 내가 피비린내나는 그곳을 기어나오기 전, 내가 그 공포스러운 장면에서 뒤돌기 전에- 나는 보았어.
그 악몽같은 아기 모양의 형상이, 천천히 부풀어 오른 머리를 나를 향해 돌렸고,
웃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