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루리웹]
옛날 바다 동쪽 있었던 나라들 가운데 북쪽에 불라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에는 젊고 총명한 오구대왕하고 예쁘고 마음씨 착한 길대왕비가 살면서 금슬이 좋았다고 합니다.
금슬좋게 살면서 나라를 다스려 안과 밖에 모두 화목하였으나 단 하나의 걱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자식을 낳지 못한 것이 서너 해가 되기에 이르자
이때부터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자식을 낳게 해달라고 빌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다섯해 동안 정성을 드렸던 데 대한 답이었던 건지
태기가 있어 아이를 낳으니 첫째 아이가 '천상금이'라고 불렸으며
둘째 아이는 '지상금이' 셋째는 '해금이'
넷째는 '달금이' 다섯째는 '별금이' 여섯째는 '원앙금이' 이렇게 이름을 붙여두고 불렀습니다.
일곱번째는 아들이겠거니 하고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딸을 낳자 오구대왕은 실망과 함께 크게 분노한 나머지
내게는 딸은 필요없다. 아들을 바라고 있었는데 어찌하여 하늘은 내게 아들을 주시지 않고 딸만 주신단 말인가?
이렇게 된 바에야 버릴 것이니 서해 바다의 용왕께 진상품으로 보내리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왕의 분노때문에 길대부인도 이번만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버림받은 처지라서 '바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나서
아이를 상자에 담아 띄워서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험한 파도가 치는 망망대해를 뒤집힐 듯 뒤집힐 듯 하면서도
그 상자는 간신히 무사히 떠내려 와서 마음씨 착하고 사람 좋은 비리공덕 할아버지가 있었던 곳으로 이르자
그때 비리공덕 할아버지는 낚시대로 소일거리 삼아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담긴 상자가 떠내려온 것을 보고
하던 낚시도 내팽개치고 아이를 안고서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아이가 없었던 노부부는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바리공주를 키웠으며
한편 궁궐에서는 바리공주를 버린 후부터 길대왕비와 오구대왕이 시름시름 병을 앓기 시작하니
화타편작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다고 이름이 알려진 의원들도 심지어 인삼녹용같이 좋은 약도 다 소용없었으니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였던 것입니다.
이에 한 스님이 말하기를 서천 서역국의 약수를 얻어올 수 있다면 대왕의 병을 고치는 건 물론이고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하였으나
신하들은 물론이거니와 여섯 공주들 또한 산 사람으로서 어찌 저승에 갈 수 있겠느냐면서 고개를 저으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고 다음날 오구대왕은 버린 막내공주가 보고 싶다고 말하자
신하들이 대왕께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바리공주를 수소문했고
천신만고 끝에 바리공주를 찾아내어 궁으로 데리고 오니
자신의 앞에 있는 바리공주를 보면서 오구대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있었고 오구대왕의 병든 모습에 마음씨 착한 바리공주는 눈물을 흘리면서 있다가
자식으로 태어나 아버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어디에라도 가겠다면서 청하였고
허락을 받은 바리공주는 그날로 서천서역국의 약수를 얻으러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의 서천서역국을 물어 물어 가면서
할아버지가 보이면 밭을 갈아 주면서 도와주었고, 할머니가 보이면 산더미 같은 빨래를 도와주면서 길을 물었습니다.
굽이 굽이 열두고개를 넘어 오고 황천의 바다를 건너서
한 마디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동수자와 만난 바리공주는 저승의 약수를 달라고 청하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고
이에 동수자가 자신과 혼인을 해야 약수를 구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날 저녁 바리공주가 동수자와 혼인을 하였으며
다음날 아침 바리공주는 동굴로 가서 약수를 얻었고 동수자는 살살이꽃, 피살이꽃, 숨살이꽃을 꺾어서 불라국으로 돌아왔는데
도착해 보니 이미 한 달 전에 오구대왕이 숨을 거두었고 막내공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미루다가 오늘에야 상여가 나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승세계의 하루가 바로 인간 세상으로 일년이 되었던 것입니다.
바리공주가 상여 앞으로 나가 관을 열고 먼저 살살이꽃을 몸에 닿게 하자 살이 생겨났고 다음으로 피살이꽃을 닿게 하자 피가 살아났으며 숨살이꽃을 문지르자 숨을 쉬고
그런 다음으로 약수를 입에 흘려 넣자 오구대왕이 눈을 뜨더니 다시 살아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기뻐서 날뛸 뜻이 좋아했으며 이야기하기를 버린 공주께서 대왕 마마를 살리셨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오구대왕이 꼴보기 싫다고 버렸던 딸이 못난 아비를 구해주었다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리공주는 궁궐 밖에 좋은 집을 지어 비리공덕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셔와 편안히 사시게 해드렸고
뒤에 바리공주는 동수자와의 사이에서 세 아들을 낳으니 모두 훌륭히 자라 오구대왕의 뒤를 이어 불라국을 훌륭하게 잘 다스려 갔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모아 놓으시고
“불라국의 바리공주가 그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않음이 없으니, 죽은 사람들의 죄를 씻어주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일을 맡기고자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바리공주는 죽은 이들을 편안하게 저승길로 안내해 주는 역할을 맡았고
비리공덕 할아버지는 노제라고 해서 길에서 지내는 제삿밥을 먹을 수 있도록 역할을 맡았고 비리공덕 할머니는 지노귀새남굿의 제삿밥을 먹을 수 있게 점지 받았으며
동수자라고 불렸던 무장승은 평토제와 산신제로 먹게끔 점지 받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