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타타우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휴학신청하고 집에 있을 때였어
엄마는 툭하면 어디 같이 놀러가자고 꼬시기나 하고 도움이 안 됐어
집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못 하겠다 싶어서 독서실을 알아봤어
카카오맵에 검색하니까 바로 코앞에 하나 있더라고
전화를 걸었어
-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달칵
- 안녕하세요~ 거기 보람 독서실이죠? 가격 좀 문의드리려고 전화 드렸는데요
- ........
- 여보세요? 여보세요? ....... 제 말 안 들리세요?
- ........
- 거기 독서실 맞
- 달칵
- 죠...? 뭐야 끊었어?
이상하다 싶었어 왜 남의 말을 듣다말고 끊어? 장사할 맘 없나
그래도 거기 말곤 독서실이 없었어. 버스타고 40분 넘게 걸리는 학원가로 가는거 아닌 이상 말이야
달리 선택지가 없었고 마침 외출복을 입고 있었어서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집밖으로 나갔어
- 직접 가서 물어보지 뭐
딱 3분 거리였어
건물 외벽에 대문짝만하게 상호명이 붙어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
유리문 한쪽은 열려 있었고 짧은 계단을 올라가니 신발장이 있었어
바닥에 슬리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길래 신고있던 운동화를 벗어서 신발장에 넣고 슬리퍼로 갈아신었어
왼쪽에 있는 투명 유리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어
아주 조용하더라고
정면에 카운터가 있었고 내가 서있는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방문이 하나씩 있었는데 왼쪽엔 남자독서실, 오른쪽엔 여자독서실이라는 명패가 달려있었어
카운터엔 사람이 없었어
- 화장실 갔나
곧 돌아 올테니 그동안 구경이나 하자 싶어서 여자 독서실 문을 열었어
공부하는 사람들한테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슬쩍 들여다보고 다시 닫을 생각이었지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곳은 독서실이 아니었어
공부하는 사람도 없었고, 책상도 없었고, 의자도 없었고, 창문도 없었고, 바닥엔 남자 운동화들과 남자 옷들, 신문지 뭉치 따위로 뒤덮여 있었어
그래 뒤덮였다는 표현이 맞아
쓰레기 몇가지가 지저분하게 굴러다니는 수준이 아니었어 바닥 가득 옷, 신발, 신문지들로 발 디딜 공간이 없었어
이상하게도 누군가 많은 인원들이 방금 전까지 좁아터지도록 머물던 곳 같았어 왜냐하면 공간 넓이는 내 방보다 좁았지만(5평 원룸의 화장실만 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운동화들이 많았거든
한 명이 신는게 아닌 것처럼
그보다 여자독서실방에 이런게 왜 있는거야...?
작은 신발장이 있었는데 신발장에 신발들이 꽉 차다 못해 방안에도 잔뜩 널브러져 있었어 허름한 옷과 운동화들이 가득한 방에 앉은뱅이 탁상이 하나 있었고
갑자기
'여기 주인이랑 마주치면 안 돼'
그 생각이 번뜩 들더라
존나 싸했어
싸하다 못해 조상이 경광봉 흔들면서 너 씨발 뒤졌다 경고를 보내는 거 같았어
문을 닫고 오른쪽으로 곧장 몸을 날려 유리문을 열었고
나 왜 슬리퍼로 갈아신었지 씨발!
급하게 운동화를 신고 계단을 뛰어내려서 건물 밖으로 나왔어
그 길로 집에 갔어
벗어나니까 좀 안심이 되더라
폐업하고 독서실을 없애기 위해 공사를 한다기엔 카운터에 세팅된 컴퓨터며 전화며 누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이지 정상영업하는 장소 같았어
실제로 누가 내 전화도 받았었고 (누군지 모르겠음)
그 누군가는 통화 끊고 내가 독서실에 도착하는 3분 사이에 사라짐. 나를 피해 숨거나 모습을 감췄다기엔 내가 거기에 찾아가겠다고 미리 말한 것도 아님
여자독서실 방이 비좁았던 것도 이상해
그 정도 공간이라면 책상 의자를 놔도 딱 한명만 수용할 수 있을 정도였어
카운터와 방 두 개말고 다른 방도 없었는데 찐독서실이었다면 그만한 크기의 방 하나만 있는게 말이 되나?
이것도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엄... 그자리에서 누구랑 안 마주치고 바로 나와서 다행이야
다음에 지나칠 때 문 열어보니까 그땐 잠겨있더라 불도 꺼져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