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3일 오후 4시 31분
"아줌마~ 안계세요?
자신의 다세대 주택 이곳저곳을 서성이던 집주인 A씨는 김씨의 집 창문이 열린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씨를 불렀다. 혹시 열린 창문으로 비가 들이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던 것
"아줌마~ 비와요... 창문도 그냥 열어놓고 어딜가셨나..."
"헉...저거...피...피잖아....사....사람이 죽었다..사람이.."
가벼운 마음에 창문가에 다가간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창문틈으로 보이는 김씨의 방안은 온통 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두 사람의 성인 남성이 끔찍한 몰골로 숨져 있었다.
부산동구에서 발생한 여장남자의 노숙인 살인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 ! 드러워서 내가 나간다 잘먹고 잘살아라!"
"그래 나가라 나가 다신 오지마!"
2016년 6월 27일 밤.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던 남성과 말다툼을 했다.
사소한 말다툼은 이내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이어졌고 결국 남성은 집을 나가버렸다.
홀로 남게된 김씨는 늘 그래왔듯이 외로움을 술로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성욕이 서서히 오르는 것을 느꼈다.
결국 그는 허전한 마음과 욕구를 풀 상대를 찾기 위해 여장을 한뒤 집을 나섰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부산역광장
그곳이 김씨가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다
그곳을 얼마나 서성였을까
김씨의 눈에 광장 벤치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B씨(53)와 C씨(44)가 들어왔다.
곧장 김씨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술 드시고 계시네요~ 두분이. 나도 좀 같이 마시면 안될까요~?"
"아~~그럼 여기 앉으세요. 뭐 같이 먹죠 허허"
셋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마냥 사이좋게 술잔을 기울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던 김씨는 말쑥한 차림의 B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는 B씨에게 추파를 던졌고 B씨 역시 그리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결국 두 사람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기로 하고 함께 김씨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C씨가 문제였다.
C씨가 기어코 김씨의 집에 함께 가겠다고 나섰던 것
따라 나서겠다는 C씨를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던 김씨는 두 사람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온 세사람은 여기서도 또 다시 술을 먹기 시작했다.
" 안주 몇가지 좀 해가지고 올테니 술좀 드시고 계셔들~"
함께 술을 마시던 김씨는 안줏거리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주방에서 칼을 들고 안줏거리를 만들던 김씨의 귀에 두사람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ㅅㄲ 야 니는 니 ㅈ대로 따라 와가지고 왜 이 ㅈㄹ을 하냐!
내가 먼저 할테니까 넌 가만히 있어!"
"아니! 형님이 그걸 어찌 아소! 내가 먼저 한다니까!"
놀랍게도 두 사람은 서로 김씨와 먼저 성관계를 하겠다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급기야 두사람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까지 시작하자 참지못한 김씨가 중재에 나섰다.
"그만 들좀 하세요. 일단 앉아서 말로 하자구요.
그만 싸워요 그만"
"아니 넌 뭐냐? 이년아 넌 빠져"
" 말리지마 이 ㅆ년아 콱 그냥 "
김씨는 그저 싸움을 말리기 위해 나섰을 뿐인데
오히려 기분나쁜 욕설을 듣게되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그는 이 두사람을 모두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2016년 6월 28일 03시 10분경.
김씨는 안줏거리를 만들때 사용했던 과도를 집어들고 두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이년이 이게.."
"퍽 퍽 퍽 퍽...."
"악...악..."
먼저 공격을 받았던 건 B씨였다.
김씨는 호감을 느꼈던 상대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하게 B씨를 공격했다.
그는 과도를 이용하여 B씨의 몸을 마구 찔러댔다.
"으악..으악..그만..그만"
"죽어 이 ㅅㄲ야..죽어"
드러난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B씨를 무려 27회나 찔렀고 정확하게는 목을 15회
가슴을 8회 배를 4회 가량 찔렀다.
김씨는 이와 같은 무자비한 공격에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런 공격양상은 전형적인 오버킬로 원한범죄가 아님에도
이런 과도한 공격을 하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어쩌면 김씨의 심연 어딘가에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흉폭한 야수같은 기질이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날의 어떤 상황이 그 뇌관을 건드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을 해본다.
B씨를 살해한 김씨는 이어서 C씨를 살해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C씨는 이미 술에 만취하여 김씨가 B씨를 살해하는 것을 보고도 말리기는 커녕 도망조차 치지 못했다.
C씨는 그야말로 인사불성의 상태였다.
그런 C씨를 살해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김씨는 옷걸이에 걸린 노란색 꽃무늬 스카프를 빼어들어 그것을 C씨의 목에 감았다.
그리고는 목 앞쪽으로 스카프의 양 끝을 엇갈려 잡은 뒤 두손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한 5분가량 지났을까.
C씨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렇게 술에 취한 C씨는 별다른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범행 후 겁이난 김씨는 전에 입원한 적이 있는 양산의 한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했다.
김씨에겐 일단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모면하는 것이 중요했다.
" 저희 집에 이종사촌이 동생이 찾아와도 절대 문을 열어주시면 안됩니다
절대 열어주지마세요."
혹시나 누가 찾아와 문을 열어 시신이 발견되는 것이 두려웠던 김씨는
6월 30일과 7월 3일 두차례나 전화를 하여 집주인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나 김씨의 이 전화는 그가 범인임을 더욱 확신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결국 김씨는 자신이 입원중인 병원에서 긴급체포 되었다.
놀랍게도 검거된 김씨는 여성이 아니라 여장남자로 밝혀진다.
그는 10대 후반 곡예단에서 곡예를 하다 허리를 다쳐
남성의 기능을 잃게 된 뒤 줄곧 여장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최근까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화장을 하며 머리를 기르는 등 여자로 행세하며 살아왔는데
실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여성으로 알고 있었다.
김씨는 주로 전국 행사장에서 각설이 공연을 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런 힘겨운 삶을 감안한다면
그에게 어느 정도 동정심이 일기도 하지만 몇가지 의문점도 남는다.
알고보니 그가 2008년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사람을 살해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때에도 자신의 과거를 거론하며 동정심을 유발했고
실제 당시 재판에서도 이런 부분들로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시에 그는 45세의 자기보다 훨씬 어린 피해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고
이것이 일부 동기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는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갑작스럽게 살해했다.
재판부 역시 이점에 큰 의문을 품었다.
김씨가 14세나 어린 피해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대체 왜 그런 구타를 고스란히 감내했는가 하는 점
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기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등
재판부도 그가 주장한 살해 이유를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로부터의 추행이나 폭력행사가
범행을 부추긴 면이 있는 점과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는 점등을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했는데
재판부의 판결을 비난할 수는 없겠으나 일부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위 모든 내용은 김씨의 주장에 근거한 추정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김씨가 저지른 두 살인사건의 자료를 모두 꼼꼼하게 읽어보았는데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김씨가 혹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겼던 냉혹한 살인마'는 아니었을까하는 점이다.
특히 김씨가 7년전에도 사람을 살해했다는 것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하는 중요한 근거다.
물론 B씨의 경우 전혀 다른 수법을 썼지만 C씨의 경우 이전과 동일한 수법을 이용해 살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두 범행 모두 뚜렷한 동기가 없다.
김씨의 주장에 의하면 첫번째 피해자의 경우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모두 김씨의 주장에 불과할 따름이다.
또한 김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그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2008년으로
피해자가 김씨를 폭행했다는 시기와 최대 3년이상의 차이가 난다.
김씨가 밝힌 마지막 괴롭힘으로부터도 1년가량 지난 상황이다.
거기에 김씨는 자갈치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집으로 데려와 성관계를 했다.
그리고 성관계를 마친 바로 그날 만취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인데
과연 과거의 폭행사실이 떠올라 화를 참지 못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일까.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인을 제외한 유일한 목격자이자
당사자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범인들은 범행을 유발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덮어 씌우곤 한다.
필자는 그것이 그들의, 아니 모든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이라고 본다.
수사기관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명확한 물적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결국 사건의 실체를 아는 이는 범인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범행동기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수사기관이 별도의 노력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자가 죽기전 범죄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욕을 했다고 주장할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그 주장을 완전히 부정할 수가 없다.
어찌보면 그것은 사건의 본질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지엽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잔인하게 50대 식당 여주인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했던 탈북자 신광호의 경우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겼다.
피해자가 자신을 자극해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
그 밖에 엄동설한에 갈곳없는 자신을 보살펴준 모자를 잔인하게
살해했던 강정태도 홍은동 엽기 살인마 김씨도 모두 피해자가
자신에게 욕설을 하여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들의 말은 사실일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어쩌면 수사기관은 편의상이라는 이유로 살인과 그 범행수법등
중요한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만큼은
범죄자의 말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범죄자의 주장을 믿기보다는
사건에서 드러난 잔인한 범행 수법과 범인의 성향
심리등에 근거한 나름의 합리적 의심을 하며 사건을 파악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건의 실체를 아는 사람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오직 김씨 뿐이다.
진실을 알 수 없으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다시 우리 사회로 돌아온다면
그의 손에 우리중 누군가가 또 다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김씨는 사람을 죽인 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출소한지 고작 1년가량이 지난 상황에서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필자는 부디 김씨가 이번에 선고받은 무기징역으로 교도소안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바랄뿐이다.
-인터넷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