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뉴스데스크][책으로 보는 日本 ④] 일본은 선진국인가, 야만국인가 - 1 : 일본의 탈아입구(脫亞入歐)와 구화아침(歐化亞侵)
작성자이라너작성시간18.07.21조회수604 목록 댓글 2출처 :http://www.dailies.kr/news/articleView.html?idxno=10542
[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멀고도 가까운 나라. 부산에서는 제주도 보다 대마도가 가까운 일본.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일본대사관 건너편 단정한 한복을 입은 무표정한 얼굴의 단발머리 소녀를 두고 얼굴을 붉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 일본에 대해 이수진 교수의 ‘책으로 보는 일본’을 꾸려봤다 <편집자 주>
서현섭의 『일본은 있다』(고려원, 1994년)에 의하면 일본의 근대사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위한 노력과 구화아침(歐化亞侵)의 합리화로 점철되어 있다. 일본을 아시아적 사고에서 탈피시켜 구미 열강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탈아입구는 마치 하나의 구호처럼 전 일본인을 열광적인 서구주의자로 탈바꿈시켰다.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구화아침 역시 아시아를 침략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야 구미 열강처럼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서구를 알기 전의 일본을 스스로 비문명국이라 규정하고 서구를 닮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 문화와 문명에 경도된 일본의 많은 지식인들과 민중들은 서구를 알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각 분야에서 체계적이고도 방대한 양의 지식이 쌓여 갔다.
그렇게 쌓여진 서구의 지식들로 일본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비문명의 야만국으로 규정하게 되었고, 이른바 아시아적 전제주의라 할 일본 제국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조선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일본의 침략 내지 지배를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일본의 군국주의는 서구 열강의 복사판이었던 것이다.
그 전까지 중국과 조선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조차 간단히 무시해 버리고, 근대화한 일본이 미개한 아시아를 일깨워 서구 열강의 침탈로부터 아시아를 수호해야 한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정치ㆍ경제적 예속을 강요했고 서구 열강에 대한 도전으로 벌였던 태평양 전쟁에서의 패배로 쓴잔을 마시게 되었던 사실은, 패전 후 정치․ 경제대국으로 부활한 현대 일본의 감추어진 본심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일본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다시 커다란 위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반면 강압적인 개국으로부터 합방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조선의 식자들은 국제법이나 서구 문명에 대해서는 오랑캐의 법과 문명이라 하여 경멸하면서 연구조차 하지 않았고,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 의도를 순진하게도 국제사회에서의 세력 균형 정도로만 이해했다.
결과적으로는 청과 미국이 주도하여 한미 수호조약을 맺었고, 조선의 개국은 일본이 주도가 되어 행하지 않았던가? 일본인들이 발 빠르게 국제법을 연구하고 서구화에 매달려 아시아 전체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식자들과 지배층은 소화(小華) 사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적과 싸워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하는데 알고자 하기는커녕 집안싸움에만 골몰하고 있었으니, 손자병법의 기본조차 알지 못했던 당시 대부분의 식자들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수구(守舊)에만 급급한 민족과 국가는 뒤쳐지거나 식민지로 전락하기 마련이었던 근대 제국주의 시대에, 조선의 운명은 지나친 중국 의존과 자주적인 외교력의 부재, 또는 지배층의 기득권 다툼에 희생된 민중들의 근대 의식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스스로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말았던 것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지도부채. ⓒ인터넷 커뮤니티
생각해보면 임진왜란(임진년 조일전쟁)과 한일합방은 둘 다 조선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심정적 우월 의식과 자만이 가져온 무지와 무대비(無對備)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민중의 평안과 국가의 안위보다 당파적 이익이 더 중요시되었던 조선의 근시안적 쇄국주의가 모르는 사이에 서구 열강의 침탈 각축장으로 전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 인식한다 해도 역사는 되돌려지지 않는다.
또 고대에 우리가 아무리 많은 선진 문화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한 심정적인 자부심에서 일본인들을 깔본다고 해도, 늘 그래 왔듯이 그들은 역사적인 사실들을 너무도 간단히 부정할 것이고, 조선이 36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일본의 교과서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민족이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받은 은혜를 절대 은혜로 다시 돌려주지 않는다, 돌려주어도 피로 칼을 씻어 낸 뒤에야 돌려 줄 것이다. 철저한 앙갚음과 함께…
이제 현대의 일본은 국제사회의 주도적인 위치에서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의 국제사회는 근대의 제국주의 시대가 그랬듯, 다른 형태의 신식민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철저한 자국 이익 추구의 각축장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들에 대해 얼마큼의 대비를 하고 있는가? 여전히 일본에 대해 철저히 알기보다는 심정적 자부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는, 다시는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주적인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