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깜짝이야.
-전해줄 게 있어서요.
-석우 있는 곳이에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아닐 걸요? 걔 나 싫어해요.
-석우한테 약속했어요. 가족들 꼭 데려가겠다고.
-그러니까 한 번만 꼭 가주시면 안 돼요?
-아줌마. 나 그렇게 기분 나쁜 데 가기 싫거든요?
-애 엄마잖아요. 아이가 가엾지 않아요?
-코 찔찔, 눈물 찔찔.
-싫다고.
-아무리 어려도 애 엄마잖아요.
-당신 자식이잖아.
-니 자식이잖아!
-아줌마.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 있어?
-자식 잃은 건 나야. 내 자식 죽인 건 아줌마고.
-...
그대로 가버리는 여자
-하..
-
-...
-은서는 재웠어?
-응.
-아빠한테 인사 올려라.
-...
-상 차리느라 진짜 고생 많았어, 엄마.
-...
아무 대꾸 없이 자리를 뜨는 엄마
-아빠한테 몇 살 때 시집왔지, 엄마가?
-스물 넷 됐나?
-그 꽃다운 나이에 애 둘 딸린 홀아비한테 시집 오고 싶었어?
-팔자가 그러니 그렇게 됐지.
-정말 무뚝뚝해, 엄만. 아빤 정말 다정다감 했는데.
-어렸을 때 같이 사진 보던 게 제일 기억나.
-...
-이땐 뭐했다, 이건 뭐하는 거다. 하나하나 얘기 다 해주곤 했었는데.
-아빠는 왜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봤을까?
-물 좀 올려드려야겠다.
-고마워, 엄마.
-...
-세경이랑 나 잘 키워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무슨 소리야, 엄마.
-난 가끔 니 속을 모르겠다. 무슨 생각하는지.
-엄마..
-상 치우자.
-...
-
-번개탄을 구입한 후 대로를 지나 지하철 역으로 향하고 있어.
-화질은 후졌지만 특이한 모자 덕분에 알아보긴 쉽지.
-여기서 첫 번째 미스테리.
-안석원은 왜 번개탄 하나를 사려고 지하철을 탔을까?
-동네 슈퍼에서 아는 사람 만날까봐 싫었겠지.
-도보로 20분, 차로 3분, 지하철 이동시 30분.
-왜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죽으려는 마당에 뭐 제정신이었겠냐?
-좋아. 그럼 두 번째 미스테리.
-안석원의 동선은 왜 여기서 사라졌을까?
-이게 끝이야?
-이 모습 이후로 완전히 증발했어.
-여기서 마지막 반전.
-화면 밖은 사각지대라 안석원이 어디로 향했는진 알 수 없어.
-참고로 그 사각지대엔 화장실이 포함돼있다는 거.
-그리고 봐봐. 정확히 12분 47초 후.
-짠! 남편이 가니까 와이프가 왔네.
-더 없어?
-더 있지. 안석원의 걸음걸이를 봐봐.
-형이 전에 지적한 대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절고 있지.
-화질 덕분에 더 명확하게 보일 거야.
-다음은 와이프 김동숙.
-어때? 뭔가 비슷하지 않아?
-둘이 같이 볼까?
두 사람 모두 왼쪽 다리를 미세하게 절고 있어.
-두 사람의 신장, 팔 놀림, 상체 각도와 어깨 높낮이까지
정확히 일치해.
-이 두 사람은 동일인물이야.
-...
-
-이걸 보고도 계속 아니라고 할 거예요?
-...
-남편으로 변장해서 번개탄을 구입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나 아니라니까요.
-이거요. 과학적으로 다 분석해서 증명된 거라 우겨봤자 소용 없어요.
-생사람 잡지 말아요.
-300만원에 대한 출처도 입 싹 닫았었죠?
-보세요.
남편이 아줌마 두들겨 패고 받은 보험금이라는 것도 싹 다 밝혀졌거든요?
-...
-죽이고 싶었죠?
-죽을 것 같았죠? 무서웠죠?
-내 딸래미 손가락까지 분질러서 보험금 쳐먹는 그 인간
죽이고 싶었죠.
-아니야. 안 죽였어.
-그 인간이 안 죽으면 내가 죽게 생겼는데?
내 딸래미가 죽게 생겼는데?
-그런데도 손 놓고 있었다고? 그게 엄마야?
-안 죽였어.
-안 죽였어!
-형사님. 나 안 죽였어요.
-나도 아줌마가 안 죽였다고 생각해요.
아줌마 말을 믿어요. 진심으로.
-...
-그런데 지금 범행 동기, 범행 도구, 자살 위장쇼까지
다 증거가 확실한 마당에
-이러면 나 검찰에 넘기는 수밖에 없어요.
-재판에 가면 판사라고 별 수 있나?
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유죄 때리겠지.
-그러면 아줌마는 그냥 남편 죽인 여자밖에 안 되는 거예요.
-뭔가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아줌마가 안 죽였다는 거 밝혀낼 확실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요.
-나 믿죠?
끄덕끄덕
-그래요. 믿어야 돼요. 내가 아줌마를 믿는 것만큼.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면 분명히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억울하게 살인 누명 쓸 수는 없잖아요.
끄덕끄덕
-누가 시켰어요.
-...
-
그림 그리고 있는 은호
-안녕하세요.
꾸벅
-고마워서 인사하러 왔어요.
-그 애 찾은 거예요?
-덕분에요.
이름은 정석우고요. 그 아이 엄마도 만났어요.
-다행이네요.
-네.
-그림 그리시나봐요?
-그냥 스케치예요. 심심해서.
-저기 은호씨. 부탁 하나 들어주실래요?
-
-아줌마를 남편으로 변장시켜서
번개탄을 사오라 시킨 사람 있을 거 아니에요.
-거기 슈퍼로 가라고 콕 집어줬겠지.
특별히 cctv 화질도 나빠야 했으니까.
-...
-이렇게 나오면 나 아줌마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어요.
-그 사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나쁜 사람 아니겠지. 아줌마를 도와주려고 한 거겠지.
-내 하소연도 다 들어주고 위로도 많이 해줬어요.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근데 그 고마운 사람 때문에 아줌마가 살인 누명을 쓸 순 없잖아요.
-우리 소라 걱정도 진짜 많이 해주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그 좋은 사람. 그 사람이 누구냐고요.
-
-...
-앞머리가 좀 이렇게 짧고
-단발인데 끝이 좀 동그랗게..
-얼굴형은 계란형이고..
-눈썹도 진하고..
-비슷한가요?
-네..
-이제 입만 더 그리면 돼요.
-...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우경
-...
-
-도저히 안 되겠어요?
-...
-좋아. 관둬요.
-여기 체포영장 신청해.
-붉은 울음..
-...
-뭐라고요?
-그 사람이 시켰어요.
-붉은 울음.
-다 그 사람이 시킨 거예요.
-
-아이 입 크기는 어때요?
-큰 편? 아니면 보통?
-...
-턱을 쳐들고 웃는 버릇이 있어요.
-항상 웃고 있었어요.
-...
-...
-...
-...
-알아..
-난 그 애를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