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도시락 싸기가 제일 싫어!!!!!!!!!!!!💢"
"하..💨 어떡하지...
오늘은 또 뭘 만들어야 한담😩"
지금 난 도시락 공포증이란 병에 걸려 있다.
생각하기 조차 괴로운 나날이었다.
"달걀이랑 소세지랑 닭튀김이랑 얇게 썬 사과를 넣고.."
"으아아ㅠㅠ 안 돼!!!
이건 어제랑 완전히 똑같은 메뉴잖아ㅠㅠ
소세지 베이컨 말이도 가득 넣자💦"
"여보 괜찮아? 얼굴이 퍼렇게 질렸잖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그렇게 정성 들여 싸줄 필요 없다고~
영웅인 그런 거 관심도 없어~"
"몰라요!!! 당신은 몰라!!!!
도시락은요~ 💕💕
떨어져 있는 엄마랑 아이를 연결시켜주는
사랑의 끈이라구요~💕💕💕💕"
남들도 다 보는 도시락
그러니 대충 싸서 보낼 수가 없는 거다
도시락은 같은 엄마들의 불꽃 튀는 경쟁!
어떻게 해서든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싸 보내야만 한다!
그 이유는
선생님 "영희 어머니~ 도시락을 어쩜 그리 예쁘게 싸세요?^^"
아이 기르는데 정성이 부족하단 소리를 듣기 싫은 것도 있지만
선생님의 칭찬은 엄마들의 안 보이는 경쟁에 부채질을 한다
진짜 이상한 나라;;
"토마토 싫어! 표고버섯 사줘~ 헤헤☺"
"그래그래~"
그러나 아무리 예쁘게 싸려고 해도
상대는 편식의 대왕인 아이라는 게 문제다.
싫어하는 것을 싸주면 절대 먹지 않는다
한정된 재료, 얼마 안 되는 레시피를 갖고
예쁜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하나의 기술이다.
"엄먀!!!! 엄먀!!!!!!"
"조용히 해라 단비야~ 엄마 도시락 싸잖아~
근데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있는 거야?
아까부터 30분이나 그러고 있는 거잖아~"
"여보!! 정신차려!!!"
"(멍~) ... 지금 몇시지?!!!!"
"아아😞 또 늦었다..."
"시간이 없어.. 더 쌀 것도 없어...
이렇게 되면........
나도 몰라~!!!!!! 아무렇게나 쌀 거야!!!!!!"
"다 됐다~ 냉동 볶음밥 도시락~🍱
도시락 싸기 간단하잖아~?😄"
"엄마~"
"수고했다 영웅아~^^"
"저.. 영웅 어머님.."
"오늘 영웅이 도시락 죽 싸주신 거 맞죠?.."
"네..(민망)"
"그걸로 다른 애들이 신기해해서요ㅎㅎ..
여러 가지 반찬을 영웅이한테 나눠줬어요~"
"그.. 그랬군요.."
볶음밥인데 죽이 됐나..?
"예전엔 분명 안 먹는다 그랬는데
글쎄 오늘은 영웅이가 시금치를 먹었지 뭐예요~
이제 편식하는 걸 고치려나 봐요~"
"시금치 맛있어!☺"
"민수 시금치도 먹었지?^^"
"민수.. 시금치를 먹었구나;;;"
"철수가 피망주고~ 주리가 귤도 줬어~
피망 맛있어~ 헤헤☺"
"그렇게 다른 애들 음식 얻어 먹으면 못써!!
창피하잖니!!!"
"뭐 어때요~ 친구들 반찬 먹으면 골고루 먹게 되니까
더 좋은 거죠 뭐^^;"
"그건 그래요!! 그만큼 영웅이도 컸단 얘기잖아요~?
이젠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다 큰거라구요~~💕"
"😒"
근데 선생님 말은 도시락 제대로 싸와달라고
돌려 말하는 거지?ㅋㅋㅋㅋ
도시락이 뭐라고...
영웅이가 이제 편식 안 한다니까
엄마도 도시락 싸는 거에 스트레스 안 받고 좋아함
간만에 도시락 15분만에 뚜딱 만들어냄
근데 영웅이가 유치원 지각을 꽤 자주함ㅋㅋ
민지 엄마한테 도시락 15분만에 쌌다고 자랑했는데
옆에 딴 엄마가 '지각도 안 하면 더 좋겠네요~^^'
저런식으로 계속 비꽈서 빡침ㅋㅋㅋㅋ
그날 밤
낼은 꼭 지각 안 하려고 일찍 잘 준비함ㅋㅋ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일찍 일어나야 한단 생각만 하느라
도시락 반찬 재료를 깜박함..ㅋㅋㅋㅋ
"어쩔 수 없지ㅠ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담아서 깨소금이나 잔뜩 뿌려주..
근데.. 이 도시락 때문에 또 놀림당하면 어떡하지...?"
친구1 "에? 영웅이 인스턴트 짜장면 싸왔어~"
친구2 "불쌍하다~~"
대체 도시락이 뭐라고;;;;;
"영웅아~!!! 미안해~~ 미안해~~~😭"
"엄마~!!!!!!"
"엄마~!!!!☺"
"영웅아~!!!!😭"
"있자나~ 오늘 엄마가 싸준 짜장면 맛있었어~ 헤헤☺"
"정말?! 고맙다ㅠㅠㅠㅠ"
영웅이 친구1 "영웅이 짜장면 맛있었어여~😋"
영웅이 친구2 "내일 짜장면 싸줘야 돼! 꼭이야~!"
영웅이 짜장면 맛있었다고 엄마한테 얘기하는 친구들
다행이다ㅠㅠ
"영웅아ㅠㅠㅠ 내일은 엄마가 맛있는 거 싸줄게ㅠㅠㅠㅠ"
이렇게 매일 아침 내 자신을 타일러가며
도시락을 만들어야 하는 괴로운 심정
누가 알아주랴
일본 부모들이 싸주는 애들 도시락보면
귀여운 캐릭터 도시락 같은거 많잖아
그것도 다 저런 경우 때문에 그러나?
도시락 대충 싸가면 놀림 받고, 심하면 왕따까지 당한다던데
진짜 이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