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다 대학까지 나오는 시대인걸 알지만
그렇다고 고졸인 제 학력이 부끄럽진 않네요
어쩌겠어요 집안 형편이 안좋은걸요
대출 받아서라도 갈까 했지만 관뒀네요
친구랑 저는 중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에요
저나 이친구나 성적은 비슷비슷 중상위권이였고
다만 이 친구는 그래도 눈치 안보고 대학갈 수 있는 형편이고
저는 많이 어려웠단게 차이점이네요
인문계 고등학교라 90% 이상은 다 대학갔어요
우리반에선 저만 안갔구요
선생님의 눈총을 받았지만
도저히 대출내가면서까지 학교다닐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전액 장학생 할만큼 똑똑하지도 못해서 자신도 없었구요
변명같지만 어쨌든 전 대학을 포기하고 겨울방학부터 회계를 배웠어요
한달 배워서 전산회계1급 전산세무2급 fat1급 tat2급 따서
20살 남들 대학들어가던 3월에 회계사무실 들어갔어요
최저시급도 안주더라구요 ㅎㅎ
거기다 인문계라는 이유로 못뽑힐뻔 했지만
자격증도 있고 제가 엄청 간절하게 매달려서 들어간 자리였어요
친구들이 대학 캠퍼스 거닐때 저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사무실에서 살았어요
그냥 가끔 시간 내서 친구들 만나면
백만원 조금 넘는 월급에서 적금 80붓고 나면 남는것도 없었지만
친구들 밥사주고 커피사주고 그랬네요
그렇게 회계사무실에서 1년반 근무하고 나온 뒤 대기업 계약직 사무직으로 입사했어요
저도 솔직히 제가 뽑힐줄 몰랐어요
안될줄 알고 그냥 지원이나 해보자 해서 지원했는데
120명중에 저랑 다른 분 두명 뽑혔더라구요
회계사무실에서 일한걸 많이 인정해주셨더라구요
그때가 저 21살 겨울때네요
회계사무실보다 연봉이 거의 두배정도 높았어요 (상여금이며 이것저것 다 포함해서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좀 생긴거 같았어요
비록 계약직이지만 대기업이라 너무 좋았어요
직원증 받았을땐 너무 좋아서 친구들 불러서 소고기 샀어요
저렴한 집이였지만 그때 25만원 나왔네요
직장인이지만 사회초년생 저한테 매우매우 큰 돈이였죠
그돈이면 제 한달 식비가 넘으니까요....
다른친구들 모두 축하해줬지만 중딩때 친구만 달갑지 않아했어요
계약직이라 어떡하냐면서 불쌍하단 식으로 얘길 하더라구요
그때는 그래도 친구라서 절 걱정해주는건가? 바보같이 착각했었네요
처음에 6개월 계약하고 6개월 후에
저랑 같이 붙은 다른 분은 회사에서 계약 안해줘서 나가셨고
저는 계약을 5개월 더 연장해주셔서 일을 했어요
회사에서 그래도 나름..? 인정을 받는다 생각해서
내심 솔직하게 정규직 기대도 했었거든요
이때 다른 친구들은 잘될거라며 위로해줬는데
그 친구만 저에게 다른 자리 빨리 알아보라며 곧 너 버려질거 같다는 말을 했어요
기분 나빠서 첨으로 화냈더니
그 친구가 한다는 말은
나 너 생각해서 해준 말이야.
우리는 다 대학생이라 상관없는데 냐는 고졸이라 앞으로 살기가 더 힘들어질텐데 괜찮겠어?
지금부터라도 빨리 안정적인 자리 찾아야지
맞는말이지만 친구끼리 어떻게 저런식으로 얘길 하나요
화가 나서 절교 하자 하고 인연 끊었는데
다른 친구들의 부탁과 그 친구의 사과로 다시 받아주고 잘 지냈어요
그 사이에 회사 포인트가 나와서 제 직원 포인트로 제주도 숙박 결제해서 다같이 여행도 다녀왔구요
이것저것 주는게 정말 많더라구요 온누리 상품권도 엄청 나오고..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네요
결국 11개월 다니고 계약 연장을 안해줘서 저는 또 바로 다른 직장을 찾았어요
이때쯤 전문대 다니던 친구들은 슬슬 졸업 앞두고 또 취업준비하는 시기였어요
저에게 막말했던 그 친구도 3년제 대학나와서 취업 준비하고 있을땐데
저에게 많이 기대길래 위로해주며 술도 한잔씩 사주고 그랬어요
저는 그때 대기업 관두고 나서 또 바로 취업했거든요
정말 운좋게도 중견기업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됐고
대기업보다는 연봉이며 복지 혜택이 낮았지만
일반 소기업 회사에 비하면 너무너무 괜찮은 조건이였어요
이때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나 너 기분 상하게 하려는게 아니고..
너 자꾸 계약직 자리만 전전해서 다니면 어떡해?
제대로 된 자리를 잡던지 우리처럼 대학을 나오던지 해.. 하더라구요
기분 나빴지만 정말 친구로써 해주는 걱정이겠거니 했어요
그렇게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저는 재경관리사랑 회계관리1급 자격증을 땄어요
아 대기업 다니면서 컴활1급이랑 산업기사도 땄었구요
회사에서도 조금 놀라더라구요
어린 친구가 악바리 근성이 있다며 좋게봐주셨고 저는 결국 정규직 전환이 됐어요
가족들 친구들 친척들 다 너무 축하해줬고 부모님은 못해준게 많아서 미안하다며...
저보다 더 좋아해주셨어요
저도 내심 대학 못간것에 대해 속상한 맘이 있었는데 정규직 되자마자 그생각 싹 잊혀지더라구요
친구들한테 또 전화돌려서 다같이 치킨파티 하는데
그 친구만 불참하더라구요
그리고 제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더니... 뒤에서 제 욕을 그렇게 하고 다닌다 들었네요
고졸 주제에 운좋게 회사 들어가놓고 파티는 무슨 파티냐며
재수없다고 비웃었더라구요ㅋㅋㅋ
그 친구는 계속해서 저를 무시했던거죠..
자기는 대학을 다니고 나는 고졸 직딩이란 이유만으로요.. 자기가 위라고 생각했던거겠죠
저는 지금도 그 회사를 잘 다니고 있고
3년 적금든게 만기가 다되가서 그거 포함하면 모은돈이 4천5백이 넘어요
제 나이가 지금 24살이니까 이정도면 적지 않게 모았다 생각해요
저는 그 친구보다 못한 삶을 산다고 생각 안하는데 그 친구는 아니였나봐요
제가 자기보다 못한 삶을 살거라 생각했나봐요
그 친구는 아직 취업못하고 취준생 생활한다 들었는데
아직도 제가 불쌍해보이는지 묻고 싶네요
내가 사주던 술과 밥 커피는 잘만 얻어마셔놓고
뒤에서는 나를 그렇게 무시했던 그 친구 빼고는
다른 친구들 대부분 취업 됐고
저번달 제 생일에 돈 모아서 40만원대 가방 선물 해주더라구요
저는 앞으로 더 열심히 살 생각이에요
지금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회사에서 야간대학 지원이 된다고 해서 전문대 회계쪽으로 알아보고는 있어요
마음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대학에 갈수 있는 상황이네요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게 된다면 그 친구한테 연락해보고 싶어요
아직도 니가 잘난거 같냐고....
너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록 대학 못나왔지만 부끄럽게 살진 않았다고 해주고 싶네요..
하소연 겸 쓴 글이 길어져서 죄송해요 ㅜㅜ쓰고나니 속은 시원하네요
오늘까지 휴가라 푹 쉬었는데 ㅎㅎ 내일부터 또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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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삐융피피융 작성시간 19.08.22 열폭이네 근데 글쓴이 진짜 대단하다 고졸이여도 자격증따거 취업하고 직장다니면서 또 자격증 따고 돈도 착실히 모으고... 대학을 가든 안가든 잘될 사람인데 지 열등감에 못이겨서 추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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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골드키위만먹어 작성시간 19.08.22 인성 참... 대학하나로 본인이 더 잘났다고 생각했나보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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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챈들러 빙빙 작성시간 19.08.22 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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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우루우 작성시간 19.08.22 진짜 못되서 소름 재수없다
얻어먹을땐 언제고 -
작성자우바이 작성시간 19.08.22 돈 모은거 대박..... 학벌 다 필요없고 돈이 최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