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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달글겟판에서 여시들이 쓴 릴레이 소설

작성자두루마닛|작성시간19.09.05|조회수2,488 목록 댓글 19

출처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VrYr/95574?svc=cafeapp


달글에서 여시들이 릴레이소설을 썼는데
규칙은 순서를 정하고 한사람당 제한시간 10분안에 이어써야되는거였어
한정된 시간안에서 이어쓴건데도 멋있게 잘 써서
데려왔음


로또에 걸렸다.
무려 45억이라는 금액이었다.
그동안 처절했던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믿기지가 않았다.
45억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의 고급 아파트도 살 수 있을거고... 꿀꺽, 침을 삼키며 펜을 들었다.
책장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구깃구깃한 노트도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하고 싶은건 많았지.

노트에 적은 것은
집 마련하기
집 ... 집 마련하기...
그 외는 생각 나는 것이 없었다.
집없는 설움이 크긴 했나보다.
월세 계약은 올해말에 만료가 된다.



대충 옷을 주워입고는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얼른 당첨금을 수령해야지.

잠깐 조는 사이에 동이 트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45억을 내 손에 쥔 듯 가슴이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하철 시간표를 찾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45억인데 이까짓 택시비가 뭐라고 벌벌떠나. 지하철 어플을 닫고 현관문을 열었다.

너무 조급해하거나 긴장하면 누가 알아챌까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농협은행본점으로 가주세요."

"허허허 손님 로또라도 당첨되셨나봐요?"

"네?? 로또당첨이라니요! 아,아니에요!!"

"껄껄 농담입니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기사놈을 끝까지 경계했지만 다행히 별 일 없이 도착했다.

농협은행이다...! 45억에서 이것저것 세금을 떼고 30 억 조금 넘는 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뭔놈의 세금을 이렇게나 많이 뗀다냐
화가 나는 내가 우스워졌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욕심많은 인간이었다니.
그리고 1억은 현금으로 받아 가방에 넣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놀라 내 손을 잡은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7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였다. 그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눈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것처럼 눈동자가 참으로 고요했다.

그 눈동자 덕분이였을까, 나는 쉽사리 입을 뗄수 없었다. 어떻게 말을 건내야하지, 무슨 말을 뱉어야하지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때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모른 척 해요?"

"모른척하다니, 무슨 소리야."

"저 알잖아요."

"우리가 아는 사이라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나를 아랑곳않고
아이는 나를 내가 가려고 하던 백반집으로 이끌었다.


“내가 여기오려는거 어떻게 알았어? 아니.. 일단 뭐 좀 먹을래?”

“저는 아까먹었어요.”

7살 답지 않은 침착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 호들갑 떠는 쪽은 내쪽이었나보다. 주문을 하고 나서도 아이는 빤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어.. 아까 왜 모른척하냐고 물었지? 그게 무슨뜻이야, 우리가 어디서 본적이 있다는 말이야?”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꿈, 그래 그 꿈.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선명히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그때 나는 꿈을 인지한 채로 자유롭게 소인국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를 만났었다. 내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아이를.

-내가 아저씨 인생 바꿔주면 아저씨는 뭐해줄래요?

- 뭘 원하는데?

- 음, 아저씨 목숨?

그때 나는 콧웃음치며 꿈깨라고 말했었는데... 내가 말이없자 아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약속 지켜요."

"약속을 지키라니...?"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목숨, 아이는 목숨을 원한다고 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정말 내 목숨이라도 앗아가겠다는 것인가...?

내 말에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씨익 웃기만 했다. 꿈에서 한 약속인데 정말로 지켜야 하나? 게다가 지금 현실에선 아무것도 도움이 된 게 없는데?

순간 내 조그마한 양심이 흔들렸다. 아이는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아이답지 않은 웃음.

"내가 지금 아저씨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하는데 왜 못 믿죠?"

"아니 그게..."

"못 믿으시니까 바꿔드리죠 그 인생. 부디 만족하시길 바랍니다. 아.저.씨?"


아이는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쫓아나가려고 했지만 잡을새도 없이 멀리 달아나다 사라져버렸다. 기분은 묘하지만 일단 이상한 일도 다있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여자가 되었다.


제길
여자가 되었다.
낭패다.
남자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전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육군병장만기제대를 한 내가 여자가 되다니.
앞으로의 일들이 막막했다.

먼저 밖으로 나왔다.
아침공기가 상쾌했다.
돈이 많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줄 몰랐다.
눈에 보이는 택시를 골라 탔다.
습관처럼 기사 옆 좌석에 앉았는데
택시기사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
카드밖에 들고오지 않아 내밀었더니

"에이 씨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상관없었다.
그런 불친절마저 개의치않을만큼 로또는 내게 의미가 컸다.


돈돈
돈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고 했다. 나는 한껏 여유로워졌고, 앞으로도 그랬을 것이다. 만약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행복하신가봐요? 여자가 된 기분은 어때요?"



노숙자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지? 이 사람이 그걸 어떻게...?

"누구세요..?"

모자를 푹 눌러쓴 허름한 노숙자는 뭐가그리 기쁜지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뭐지... 그때 든 기분은 두가지였다.

첫째, 낯섬. 그리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185의 꽤나 건장한 체격이던 나는 다른사람을 올려다 볼 일이 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여자의 몸으로 저 남자를 올려다 보고 있다. 위화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두번째는 "익숙함"이었다.

"제 돈 다 드렸잖아요. 부족하진 않을텐데."

남자는 모자를 벗었다.

나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나였다. 여자가 되기 전의 나..

"누구..세요..?"

"아마 네가 제일 잘 알테지. 내가 너를 제일 잘 아는 것 처럼."

남자는, 아니 나는, 아니 남자는, 기괴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거지? 아이를 만난 것 부터가 꿈인것인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난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그저 그사람을 처다보면서 어버버 거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또다시 그 남자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었다.


"약속했으면 책임을 져야죠. 그래도 인생을 바꿀만한 돈은 가졌잖아요. 그쵸? 뭐 내입장에선 위로금 같은 거지만"


그 남자는 내 어깨를 두어번 툭툭 치고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뭘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잘 된 것일까 아님 잘못된 것일까.

일단 집으로 들어가서 생각하자. 하고는 내가 사는 반지하 원룸으로 들어갔다. 옷부터 갈아입으려고 하는 찰라 신경 쓰이지 않던 모든게 신경 쓰였다. 특히 저 창문이 무서워졌다. 급하게 몸을 일으켜 창문을 잠구고, 현관문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 놓고 누울 수있었다.

눕자마자 코를 찌르는 이 망할 곰팡이 냄새는 익숙해지질 않는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바뀌질 않는다니,



음? 근데 나는 왜 집을 안 바꿨던거더라?

갑자기 눈이 뜨였다.
그러고보니 막상 로또에 당첨되고서 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지?

급하게 불을 켜고 통장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꿈은? 로또는? 통장은? 내가 여자가 된건?
사타구니에 손을 넣어봤지만 잡히는건 없었다.

다행히 서랍 구석에서 통장을 찾았다.
일단 처음 계획처럼 집부터 옮기자는 생각에 부동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돈 많은 사람들은 어느 집에 살았더라,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재벌 집?

한순간에 닥쳐온 부에 아무런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집 구하는것이 어색해보여 단번에 복권 당첨자인줄 알면 어떡하지? 복권 당첨소식은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데... 온갖 걱정에 내가 걷는것인지 길이 나를 밀어내는 것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가까스로 부동산에 도착했다.
내 남루한 행색에 부동산 주인은 마뜩찮은 표정을 비쳤지만, 내가 품에서 현금을 꺼내 보이자 눈빛이 번뜩였다.

"아이고 사모님, 봐두신 집은 있으신가요?"

그의 대답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언뜻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잔에 차를 내 오며 조심스레, 하지만 빠르게 나를 쇼파로 안내했다.

가난때문에 항상 무시받았던 내가 처음 겪어보는 친절이었다.

난 집이고 부동산이고 아는 것이 없었다. 인터넷에서나 몇 번보던 유명 연예인이 산다던 아파트에 나도 한번 살아보자 하고 계약했다.

"어이구 젊은 여자분 혼자 살기엔 좋지만 나중에 결혼하고 애낳고 기를려면 더 큰데가 좋아요~ "

애? 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듣는둥 마는둥 하는 찰라 벽에걸린 티비에서 뉴스가 나왔다.
대기업 차기회장 얘기였다. 분명 며칠전 회장에겐 젊은 딸 하나 밖에 없어서 후보가 밀렸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부동산 아저씨의 말을 무시하고 유명 아파트를 계약했다.


아파트로 이사한지 열흘째.. 늦은 밤 미드를 보며 맥주를 마실 생각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몇캔과 마른안주를 사오는 길이었다.

엘레베이터문이 닫히려는 순간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거참.. 씨발..좀 기다리면되지 하여간 김치들은.."

나는 불쾌한 언행에 깜짝놀라 남자쪽을 쳐다봤다.

그 남자는 계속해서 궁시렁거렸다.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을 헤집자 호신용으로 사두었던 잭나이프가 손에 잡혔다.


짤깍, 짤깍.

칼날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하자 그 남자는 눈에 띄게 놀라는 듯했다. 평범수를 닮은 얼굴이 보였고 여시에서 자주 보던 댓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제 분명히 죽였는데..."


이게 무슨 말이지? 내 입에서 생각치도 못 한 말이 나왔다.

이건 누구의 기억이지?


잠깐, 분명 내 모습을 한 남자가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기억은 원래 그 남자의 기억인가? 이 몸도...?

45억은 다른 사람과 인생을 바꾼 대가였던것인가?


문득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회장, 후보에서 밀려 소리없이 사라진 젊은 딸. 그러한 뉴스와 함께 나온 여자의 얼굴.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반쯤 미친듯한 표정의 저 여자.


잭나이프를 든 체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만졌다. 단순히 여자가 된게 아니란말이야? 생각이 멈춘다. 아니다. 그냥 우연일 것이다. 우연으로 비슷한 얼굴을 갖게 된것이리라.


그때 구석에 있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씨..씨발..뭐야 재수없게.."


그리고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모자쓴 남자는 미친듯이 뛰쳐나갔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을보는데 갑자기 이상한 살의가 느껴졌다.

재수없어? 그건 니놈이겠지.

낯선 내 모습이 혼란스러웠다.



안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맥주만 몇캔째 비우며 멍하니 티비만 바라보았다. 하루종일 저 대기업 뉴스밖에 떠들지 않는다.


-네, 방금 회의가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마치고 임원들이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회장의 외동 아들 ㅇㅇㅇ군이 회장 당선되었습니다.


분명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몆주째 미뤄지던 회의였다. 속이 미식거렸다. 화면엔 차기 회장얼굴이 클로즈업 되었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카메라를 향해 입꼬리를 올려 웃는모습이었다.


마치 날 향해 비웃는것 같았다. 이게 여기 현실이구나. 저 사람은 몇십억이나 있었지만 회장이 되지 못했고 그 돈을 주고서라도 성별을 바꾸는걸 택했다. 남자가 되자마자 빠르게 회장자리에 올랐고 나에게 비웃어주기까지 했다.


돈이 많았으나 밖에 나가는게 두려웠다. 따라붙는 남자들이 신경쓰였고 얼마 되지않는 시간동안 생명의 위협도 많이 느꼈다. 이제는 사람들의 눈동자 조차 무서웠다. 좋은집을 가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왜 저사람이 돈 대신 남자가 되는것을 택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난 온세상이 불편해졌고 이 나라에서 나는 사람이 아닌 한마리의 짐승이었다. 내 목숨을 가져간다던 아이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이거였구나. 이 뜻이었구나.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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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MistyMoon | 작성시간 19.09.05 뿌듯하다 나 이거 참여했지ㅋㅋㅋㅋ출근 준비하며 급하게 썼던 문단이 퇴근하고 보니 저런 결말을 맞을 줄이야..이어받아준 여시들 대단해👏🏻👏🏻
  • 작성자단배추김치 | 작성시간 19.09.05 와.....개쩔어
  • 작성자휴학 실패한 여시 | 작성시간 19.09.05 헐대박.... 진짜 재밌어 여시들 다 천재얌
  • 작성자Wauwcapou | 작성시간 19.09.05 혼자 쓴것같아!!! 너무 멋져!!!!
  • 작성자고앵여시 | 작성시간 19.09.06 헐 진짜 잘 썼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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