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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작성자한솥도시락|작성시간19.10.06|조회수8,006 목록 댓글 11

출처 :여성시대 한솥도시락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 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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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생각 중인 여시 | 작성시간 19.10.06 심지어 요즘은 여자가 대학진학률 추월했잖아ㅋㅋ...ㅠㅠㅠ
  • 작성자다 잘될거야♡ | 작성시간 19.10.06 아휴..
  • 작성자국민을 빽으로 맞짱 | 작성시간 19.10.06 목에 칼이 들어와도 결혼하지 않으리라
  • 작성자강냉이털리고싶냐 | 작성시간 19.10.06 좋은글이다 그래서 넘 서글퍼 울엄마만해도 본인 공부머리 없다 어쩌구하시지만 내가봤을땐 찢어지게 가난한 집 일으켜 세우신거 보고 엄마가 제대로된 환경에서 자랐으면 커리어 대박일거라고 매번느껴
    손재주도 많고 눈치 진짜 빠르고 암튼 이렇게 대단한 여성들 진짜 많았을텐데 넘 안타까워
  • 작성자지정상l존자 | 작성시간 19.10.06 어릴땐 이 시 읽고 엄마를 떠올렸는데 이젠 친구들이 떠오른다는게 참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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