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중지섭
중학교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어서
아이들은 출처가 같은 친구를 찾아 무리를 지었다. 그러면은 꼭 도태되어
남게 되는 아이가 있기 마련인데. 그 아이가 그런 아이였다.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 물려받았는지 약간 허름해진 교복을 입고 있었고 빡빡 민
머리에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은 것인지 언제나 미간에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아이는 인상 답게 성질머리가 좋지 않아서 언제나 소란을 일으켰고
분쟁에서 그 아이의 편을 들어주는 다른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인가 나는 그 아이와 시비가 붙었다.
싸운 원인도 어떠한 언쟁이 오갔는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 아이에게 던졌던 한마디는 기억난다.
친구도 하나 없는 주제에
그 아이는 남자, 여자 가릴 거 없이 싸움 중에는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형형하게 나를 쏘아봤을 뿐이다. 매우 화가 난듯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울 거 같기도.
중학교 1학년 초 그게 그 애와 내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3년을 같은 반이 되었건만 그래도 나눈 얘기가 없었다.
3년 동안 그 아이는 계속 싸웠고 마치 원래 그래야 되는 것 마냥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3학년 졸업 날 엄마와 이모와 사촌 동생이 왔다. 나는 넓은 교우 관계를 자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주치는 아이들이나 선생님들께 인사를 했고 사진을 찍어댔다.
여기저기서 같이 사진 찍자는 말이 왔고 나도 같이 찍자 말이 갔다.
운동장 끝에는 라일락이었던가.. 꽃에는 문외한인 내가 알 정도로 강렬한 향을 뿜는 꽃들로 가득한
정자가 있었다. 졸업식은 2월 아직 추운 날이어서 그런지 꽃향기는 나지 않았고 어쩐지 우중충한 기운까지 풍겼다.
그곳에 그 아이가 있었다. 조금 젊어 보이는 여자와 함께. 오롯이 그 둘이서만.
나랑 같이 사진 찍어 줄래? 시험 칠 때보다 더한 긴장을 안고 말을 걸었다.
그 여자는 하얀 꽃처럼 웃으며 우리 둘이 있는 모습을 찍어줬다.
사진을 찍고 우리 동생이랑 사진 찍어줘서 고마워요. 라고 했다.
이상하게 그 말이 너무 아팠다.
내가 지낸 곳은 부산이었는데 북구 쪽이라 그런지 다들 경상도 사투리가 심했건만 그 아이의 누나는
제법 세련된 서울말을 썼다. 왜 부모님께서 오지 않으셨는지, 서울말을 쓰는 누나만 온 것인지, 그 생각에 미치자 더욱 아팠다.
당시는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시절이 아니라 인화를 해야 했다.
사진관에서 뽑은 수십 장이 넘는 사진을 한장 한장 넘기다 그 아이와 둘이서 찍은 사진이 나왔다.
그 아이는 자기 누나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나 인상을 써서 몰랐는데 그렇게도, 그 나이대처럼 웃을 수도 있는 아이였다.
아-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날로 돌아가 내가 했던 말을 삼키고 그 아이와 더 얘기해볼걸.
나는 어리석어서 깨달음은 느렸고 후회만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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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정리 하다가 발견해서 올려봐.
25살이 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친구야.
조금만 더 내가 상냥했다면 그친구에게 상처주지 않았지 않았을까 싶어.
여시들도 이렇게 후회되는 일이 있니?
(문제시에 지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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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성진 작성시간 12.10.04 고등학교때 미술 안배우고 수능공부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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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난겸둥이짱 작성시간 12.10.05 고등학교 선택 대학교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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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방아타령 작성시간 12.10.06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그런 사람 놓친 거ㅠㅠ 그렇게 좋아했는데 왜 헤어지자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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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리벨 작성시간 12.10.06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 아무것도 하지 않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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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건강하쟈 작성시간 14.12.26 그날 그 거짓말을 한거. 평생 후회해. 그 일 이후로 성격은 정말 개판이 되어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