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유치원 원장 "계약서만큼 받은 적 없다.. 소망 적은 것"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경기의 한 사립유치원 대표와 원장이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게 계약했지만, 관할 교육청은 "규제 관련 규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베이비뉴스는 경기 용인시 A 유치원의 임용 계약서를 입수했다. 대표인 B 씨는 주 30시간을 근무하고 월 급여 3000만 원(연 3억 6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원장 C 씨는 연봉 3억 6000만 원을 명시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대로라면 A 유치원은 원장과 대표의 급여로 한 해 7억 2000만 원을 책정한 셈. 경기도 관내 사립유치원 교직원 평균 급여 수준이 209만 원임을 감안하면, A 유치원 원장과 대표의 월급 3000만 원은 교사 월급보다 15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또한 두 사람은 각자의 근로계약서와 임용계약서에 각각 갑과 을로 등장한다. 영유아 학부모 단체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이하 비범국) 박용환 대표는 "원장과 대표는 부부관계"라고 설명했다.
해당 유치원 원장 C 씨는 5일 베이비뉴스와 전화에서 "계약은 그렇게 했지만 그만큼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원장은 "개원 초기 2년은 무급으로, 그 이듬해는 국공립 유치원 원장의 월급 반도 못 받았다"며 "지금은 국공립 원장 수준으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 월급 먼저 챙겨드리고 그 다음에 그만큼 받았으면 하는 소망을 적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유치원은 지난해 교원인건비로 4억 6060만 원을, 직원인건비로 2억 2800만 원을 지출했다고 유치원 정보 포털 '유치원알리미'에 밝혔다.
◇ 학부모 단체 문제제기에, 경기도교육청 "급여는 개인 간의 계약… 규제 조항 없다"
비범국은 해당 문서 입수 후 지난 22일 관할 기관인 경기도교육청에 ▲사립유치원 경영자 급여 기준 및 급여 실태 자료 여부 ▲고액연봉 책정 규제 조항 여부 ▲설립자·대표 고액연봉에 대한 입장 및 대책 등을 질의했다.
하지만 관할 기관은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경기도교육청은 "급여 기준과 실태 자료는 관리하고 있지 않으며, 현행 법체계에서 (사립유치원 경영자 급여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사립유치원의 급여와 수당은 각 사인과 사인 간의 계약에 의해 이뤄진다"며 "급여와 수당 지급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비범국은 이같은 교육청 답변에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박용환 대표는 지난 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에서 "유치원 운영비에서 원장과 대표가 초고액 연봉을 받아가지만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해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허점을 찾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살찐고양이법'을 사립유치원에도 도입해 초고액연봉 운영자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찐고양이법'은 임원과 사원 간의 임금 격차를 규제하는 법으로, 여영국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사학판 살찐고양이법을 대표 발의했다. 여 의원은 해당 법안에서 사학법인 임원의 보수를 최저임금액의 연 환산액 5배 이내로 지급할 것을 명시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사립유치원 경영자의 고액연봉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사립유치원 경영자의 초고액연봉은 과도한 학부모 부담금뿐 아니라 국가재정에서 투입되는 사학연금 지원금까지 이중 부담을 초래한다"며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 교원 보수 상한선을 마련해 친인척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평교사 최저임금 위반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