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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 여성에 대한 공격의 빗장을 풀다

작성자Maximus|작성시간21.03.13|조회수1,384 목록 댓글 7

 출처 : 책 <대한민국 넷페미사:우리에게도 빛과 그늘의 역사가 있다>ㅡ권김현영, 손희정, 박은하, 이민경 공저

PC 통신의 시대가 저물면서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직전, 영 페미니스트들에게는 굉장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군복무 가산점제 위헌 판결을 내리지요. 그날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당시에 미즈에서는 일일이 전화를 해서 목소리를 통해 가입 신청 회원이 여성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어요. 당시에 미즈 시삽이었던 저는 그날도 열심히 전화를 돌리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그 밤에 이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겁니다.
그날 이후 모든 여성 단체 홈페이지들은 한 달 이상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자유게시판은 대부분 폐쇄해야 했고요. 한국여성민우회는 3개월 동안 홈페이지를 오픈할 수 없었고, 웹진 달나라 딸세포는 해킹을 당하는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게 됩니다. 당시에 군 가산점에 위헌을 제기했던 고소인이 이화여대에 다니는 여성 비장애인 다섯 명과 연세대를 다니던 남성 장애인 한 명이었는데, 사람들은 장애인은 빼고 나머지 다섯 명을 ‘이화오적단’이라고 부르면서 개인 신상정보를 털기도 했지요. 장애인실업자연대에서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도 발표했지만, 결국 이 문제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전쟁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 판결 이후 여성에 대한 공격이 심해져서 저 같은 경우에는 게시판에서 논쟁을 하다가 화가 난 남성들이 집 앞에 찾아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 강의를 준비하느라 옛날 자료를 열어봤더니 네 개의 공문서가 보였어요.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 이후 당한 사이버 성폭력이나 스토킹을 신고해서 고소한 후 분당경찰서, 서울경찰철, 종로경찰서, 인천서부경찰서에서 받은 통지서들이었지요.
1999년은 IMF 이후 재취업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성 해고자들에다가 취직을 하지 못한 여성 구직자들이 넘쳐나던 시기입니다. IMF 이후 직장에 다니던 30만여 명의 여성이 해고를 당했으니 일자리는 적은데 그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엄청나게 많았던 겁니다. 사기업에서는 여성 취업자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주지 않기 시작했고, 기존의 정규직 여성들조차 결혼했다는 이유로 쫓겨나거나 정리해고 1순위가 되던 해예요. 특히 금융계의 정리해고가 극심했지요.
1990년대는 대학 교육이 더 이상 엘리트 교육이 아닌 완전한 대중 교육으로 진입했던 시기입니다. 대학 교육이 대중에게로 확장되었고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그리 비싸지 않았지요. 그렇게 대학 교육까지 받은 많은 여성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자 공무원 시험으로 몰렸어요.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도 엄청나게 많은 여성들이 몰려들었는데, 한 지방직 공무원의 커트라인은 100.5점이었습니다. 즉 100점 만점을 받아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었던 거예요.
군 가산점 논쟁의 핵심은 ‘3점’이라는 점수였습니다. 100점 만점에 3점. 이 3점이라는 점수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일 때는 상관없지만, 공무원이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였고 여성들이 여기에 올인하자 많이들 100점을 맞았어요. 근데도 안 되는 거예요.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군 가산점이 공무담임권을 해치는 게 아니냐는 위헌소송을 내게 됐던 건 겁니다. 군 가산점은 사실 3중 혜택을 주고 있었어요. 군 복무자에게는 공무원이 되면 호봉을 챙겨줬고 승진에도 가산이 되는데 들어갈 때마저 가산점을 주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거였지요.
당대의 논쟁이 가장 불타오르던 PC 통신에서는 이와 관련해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이후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만든 웹진 ‘월장’에서도 그 연속선상의 설전이 이어졌고요. (...) 그런데 그런 여성 네티즌 특유의 용맹함이 있습니다. 미즈에서 활동하던 몇몇 분들은 나우누리 플라자에 가서 이렇게 남자들을 놀려댔어요. “넌 지금 논리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넌 남자니까 3점 줄게.” 그런 이들이 1진으로 나가서 남자들을 놀려대고, 이후에 저 같은 이들이 2진으로 나가서 남자들에게 사안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역할을 했지요.
그런데 이 놀림받은 남성들이 분노한 나머지 나우누리에서 미즈 폐쇄 청원 운동을 벌입니다. 그 근거는 상처받았다는 거였어요. (웃음) 제 친오빠가 당시에 나우누리에 다니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 사안의 담당자였어요. 그래서 미즈 폐쇄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곤 했는데, 오빠 말로는 그때부터 PC통신에 있던 많은 여성 회원들이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즉 이런 논의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구체적인 폭력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 음담패설
  • 내리까시란 이름의 집단 폭력
  • 술자리에서의 성폭력
  • 나선다? 그러나 게으르다
  • 지구를 내가 지킨다고? 울트라 수퍼 코믹 독수리 오형제

‘여성의 목소리여! 치마를 걷어붙이고 가부장제의 담을 뛰어넘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월장’은 2001년 4월 24일 웹진을 창간했는데, 특집 기획 기사였던 <예비역이 싫은 몇 가지 이유>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일삼고 대학 내에서 군대의 위계 문화를 재현하는 예비역은 대학 내의 적”이라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월장의 홈페이지는 한동안 폐쇄되었고, 이들에 대한 분노와 인신공격, 성적 폭언, 테러 위협 등이 난무했으며 이들의 신상이 무단으로 성인 사이트 폰섹스 게시판에 공개되기도 했다.

물론 미즈는 폐쇄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자신들의 분함을 못 이긴 이들이 남성학 동호회를 만들었지요. 여성과 남성 간에 서로를 놀리고 ‘디스’하는 문화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1999년 이후 지금까지 근 15년간의 인터넷 전쟁을 만들어냈던 서막이 열리게 된 셈입니다.


<대한민국 넷페미사:우리에게도 빛과 그늘의 역사가 있다>ㅡ권김현영, 손희정, 박은하, 이민경 공저




누구나 남이 죽는 것보다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아프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혐오로 목숨을 잃고 폭력을 당하는데 누군가는 억울하고 불쾌한 말을 듣는 데 그칩니다. 이것이 동일한 혐오이고 동일한 폭력인 것처럼,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둘 다 문제’라는 식으로 다뤄지는 겁니다. 여성의 목숨을 해치는 죄와 남성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죄는 대등한 것인가 봅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ㅡ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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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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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작고소중하고아름다운 | 작성시간 21.03.13 게임으로 알게 된 남자동생 군가산점제 때문에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난리를 치길래. 너 지금 하는 일 접고(용접공임) 공무원 될 거야? 했더니 아니라고 함. 그런데 왜 화내냐고 하니까 공무원만 해당되는 가산점이냐고 되묻더라. 그래서 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화내는 거냐고. 그리고 남자들 군대도 경력으로 쳐줘서 여자보다 호봉 더 받지 않냐고. 그런 건 왜 생각 안하냐고. 게다가 군가산점제 폐지는 장애인 남자가 차별 받는다고 헌소하는 걸 여자들이 도와준 거지 여자부터 시작한 거 아니라고 말했더니 아 그래? 라고 함. 언젠가 길바닥에서 흉기난동 부리는 남자 잡는데 여경 뒷짐지고 서있었다는 사진 가지고도 지랄하길래. 저거 남자고 지나가던 행인이다. 검색해봐라. 하니까 또 아닥함. 뭘 제대로 알고 지랄을 해도 해야지.
  • 작성자훈며들어 | 작성시간 21.03.13 남자들은 무조건 여자를 적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났음. 이유 있는 비난이 아닌 비난하기 위해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격. 앞에 나섰던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존경함
  • 작성자남자는 인간이 맞는가 | 작성시간 21.03.13 공무원만 해당되는건데 니가 왜 화내냐고하니깐 형식적으로라도 있어야된다고 우기더라
    자댕이들 심뽀는 실질적으로 지한테 도움이 되길 바라는게 아니라 여성차별을 법적으로 찬성받고 싶은거임
  • 답댓글 작성자남자는 인간이 맞는가 | 작성시간 21.03.13 지금 성매매 불법이어도 아무렇지않게 하면서도 성매매 합법화하자고 우기는거랑 비슷한 심리임
    불법이어도 어차피 할거지만 법적으로도 인정받고싶다는거지
    아예 남성에게 혜택주는거에 그 누구도 반기 못들게끔, 여자들이 억울해하게끔 아예 도장을 찍고싶다는거임
  • 답댓글 작성자남자는 인간이 맞는가 | 작성시간 21.03.13 한남이 바라는건 완벽한 여성차별국가, 남존여비국가여서 형식적으로라도 평등한걸 못견디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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