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69&aid=0000610113
9일 발생한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사망한 버스 승객들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참사를 당할 줄 꿈에도 모르고 사고 당일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이었다.
희생자 9명 중 4명이 이송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사고 당일 오후 A씨(29)의 시신이 안치된 이 병원 응급실 앞에서는 가족들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집안 막내딸인 A씨는 아버지와 나란히 버스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버스 앞자리에 앉은 아버지는 사고 직후 구조돼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지만, 버스 뒤쪽에 있다가 뒤늦게 구조된 딸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입원한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직원은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자 '우리 딸 괜찮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당시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 대답을 못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다가 이날은 본가에 방문하는 길이었다. 딸의 시신을 확인한 백발의 어머니는 "이렇게 갈 거면 공부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 우리 막내딸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라고 오열했다. 다른 유가족은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던 착한 막내딸이었다. 엄마한테 온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라고 한탄했다.
사망자 B씨(65)의 남편은 병원 장례식장 앞에 멍하니 서서 "불쌍한 아내"라며 흐느끼고 있었다. B씨는 지난해 초 친척에게 식당을 넘겨받아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가 하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이라 장사는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사고 당일 B씨는 다음 날 점심 장사 때 내놓을 반찬거리를 만들려고 근처 말바우시장에 갔다가 자택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가족들은 B씨가 매몰된 버스에 탔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B씨 남편은 잠깐 장을 본다며 나간 아내가 3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급히 찾아나섰던 차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사고 20분 전에 B씨와 짧은 통화를 했다는 아들은 "김치 담근다고 마늘을 까놓고 나가셨더라"고 흐느끼듯 말했다. B씨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집은 사고 현장과 고작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한 가족은 "천사처럼 착한 사람이 이제 뭘 해보려고 하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며 "이건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