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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타]투신천국

작성자Benjamin|작성시간21.06.17|조회수3,615 목록 댓글 4

 

 

재벌 3세가 뛰어내렸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출근한 아침

그날 하루 부산에서만 십대 셋이 뛰어내렸다는 인터넷 오후 뉴스를 보다가

이런, 한강에 뛰어내렸다는 제자의 부음 전화를 받고

저녁 강변북로를 타고 순천향병원에 문상 간다

 

동작대교 난간에 안경과 휴대폰을 놓고 뛰어내린 지

나흘이 지나서야 양화대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며

세 달 전 뛰어내린 애인 곁으로 간다는 유서를 남겼다며

내 손을 놓지 못한 채 잘못 키웠다며 면목없다며

그을린 채 상경한 고흥 어미의 흥건했던 손아귀

 

학비 벌랴 군대 마치랴 십 년 동안 대학을 서성였던

동아리방에서 맨발로 먹고 자는 날이 다반사였던

졸업 전날 찹쌀콩떡을 사들고 책거리 인사를 왔던

임시취업비자로 일본 호주 등지를 떠돌다 귀국해

뭐든 해보겠다며 활짝 웃으며 예비 신고식을 했던

 

악 소리도 없이 별똥별처럼 뛰어내린 너는

그날그날을 투신하며 살았던 거지?

발끝에 절벽을 매단 채 살았던 너는

투신할 데가 투신한 애인밖에 없었던 거지?

 

불은 손목을 놓아주지 않던 물먹은 시곗줄과

어둔 강물 어디쯤에서 발을 잃어버린 신발과

새벽 난간 위에 마지막 한숨을 남겼던 너는

 

뛰어내리는 삶이

뛰어내리는 사랑만이 유일했던 거지?

 

 

정끝별, 투신천국

 

 

 

 

 

 

 

 

 

 

 

 

내가 미워서

술을 마셨다

내가 다시 불쌍해

술을 마셨다

남몰래

울며 잠든

밤이 많았다

 

 

정채봉, 술

 

 

 

 

 

 

 

 

 

 

 

 

 

내게 와서 묻지 마세요

이제는 죽음을 아느냐고.

 

내게 와서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나는 평생을 피곤했고

이제야 예서 쉬노니.

 

 

황인숙, 빈 무덤 앞에서

 

 

 

 

 

 

 

 

 

 

 

 

죽고 싶음의 절정에서

죽지 못한다, 혹은

죽지 않는다.

드라마가 되지 않고

비극이 되지 않고

클라이막스가 되지 않는다

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견뎌내야 할 비극이다

시시하고 미미하고 지지하고 데데한 비극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물을 건너갈 수밖에 없다

맞은편에서 병신 같은 죽음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최승자, 비극

 

 

 

 

 

 

 

 

 

 

 

 

아주 이상한 기분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중간에서 내리라는 요구를 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하늘 한가운데잖아요? 

여기서 내리면 나는 죽잖아요?

 

 

김사과, 천국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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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쭉빵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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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넵 감사합니다 | 작성시간 21.06.17 와..와….
  • 작성자멀린의처진오른쪽고환에걸고 | 작성시간 21.06.17 와아 .. 고맙습니다 .. 계속 곱씹으며 읽어보게 될 것 같아
  • 작성자아아악그게다라고 | 작성시간 21.06.17 글 너무 좋다..
  • 작성자토프레소밀크티 | 작성시간 21.06.17 와 오늘의 필사 이걸로 해야겠다. 좋은 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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