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heqoo.net/2134040317
질투의 화신
(2016.08.24 ~ 2016.11.10)
연출 박신우
극본 서숙향
출연 공효진 조정석 고경표 서지혜 外
질투라곤 몰랐던 마초 기자와 재벌남이 생계형 기상캐스터를 만나
질투로 스타일 망가져 가며 애정을 구걸하는 양다리 로맨스
"정신 차려."
"예."
"한눈팔지 마. 나랑 일할 때는."
"야 한눈팔지 말라 그랬다. 일할 때 한눈팔지 말라고 내가 그랬다고..."
"기자님 가슴이...꼭 저희 엄마 가슴 같습니다.
그...유방암 일지도...모릅니다."
"누가?"
"저희 엄마가 유방암이셨어요."
"그래서 내가?"
"외할머니도요."
"그래 두 분...그렇게 된 거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고.
그리고 그래서 니가 유방암에 대해서 도사고, 박사고, 의사가 된 거 다 인정하겠는데."
"가족력이 있어서 미리미리 6개월마다 병원에 다니고요. 그리고 전 일주일 전에도 저기 초음파 정기검진..."
"야 나 남자야. 어? 미안해 웃으면 안 되는데 나 남자라고. 사내! 수컷! 어?
너희 외할머니도 여자, 너희 엄마도 여자, 그리고 너도 여자잖아!"
"남자는 사람 아니에요? 남자는 가슴 없어요?
남자랑 여자랑 똑같댔어요. 똑같이 아프댔어요 엄마가."
"꼬라지 하고는. 뭐래? 국장이."
"..."
"갈게. 내일은 더 잘해.
야 쫌 전에 너 때문에 여기 가슴이 막 어? 너 땜에 너 날씨 하는데, 방송사고 날까 봐 막 두근두근하더라.
너 실수할까 봐, 내 가슴이 막 쪼그라들었다니까 그 순간에?
왜 그모양이냐? 넌. 누가 방송전에 그렇게 술을 처먹으래.
왜 니가 내 가슴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어 왜 떨리게 만들어? 나를."
"표나리 해고하셨습니까?"
"어."
"왜요?"
"왜요?"
"예. 왜요? 3년 만에 돌아왔더니 국장님 변하신 거예요?
아니 매일매일 뉴스 꼭지 30개 중에서 시청률 제일 가장 높았던 꼭지의 기자는
국장님이 직접 자기 애 마냥 예쁘다 예쁘다 업고 보도국 한 바퀴 돌면서
시청률 지상주의자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시더니,
상을 주질 못할망정 해고하시는 게 말이 됩니까?"
"날씨가 뉴스 꼭지는 아니잖아."
"뉴스도 아닌데 뉴스 시간에 해요?"
"업어주는 건 기자 후배일 때 얘기지 기자도 아니잖아."
"앵무새마냥 남이 써준 기사 혼자 읽는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직접 취재해서, 기자마냥 직접 기사 쓰고, CG 의뢰하고,
날씨 뉴스 꼭지는 혼자 확실하게 책임지는데,
아니 기상 캐스터가 날씨 전문 기자가 아니면 뭐...뭐 아나운서에요? 왜 보도국 소속인데 그럼?"
"방송국에 알려지는 날이면 앵커고 뭐고, 오디션이고 뭐고 다 끝이야.
경쟁자들 개떼같이 몰려들어가지고 물고 뜯고, 이상한 기자 만들 거 뻔하고.
유방암 걸린...아홉시 뉴스 앵커라고 여의도 찌라시 주인공 되고 싶지 않다.
여기저기 알려지면 나 기자 생활하기 힘들어. 나 가족한테도 말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만 입조심하면 돼 알겠어?"
"기자님...안무서워요?"
"진짜 소문나면 넌 나한테 죽는다."
"죽어도 말 안 할게요. 억을 준대도 말 안 해요."
"누가 억을 준다고 하면, 말을 해...니가 언제 억을 벌겠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스하고 안 하고는 내 마음대로에요. 기자님 마음대로 아니거든요?
이런 내가 미친년 같겠지만, 아무리 짝사랑이라도 3년 넘게 품은 마음을,
손 한번 못 잡아보고 끝내는 것도 미친 짓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니까 내가 끝내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미련 가졌던 거예요. 여한이 없어요 이제.
그리고 여자 마음 가지고 그렇게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아까는 내가..."
"예. 정나미 제대로 떨어졌어요 아까."
"야."
"미련 한 방울도 없어요. 이제."
"아니 진짜 나 아까 그 리모컨 아니었으면 막판에는 날씨 스튜디오에서 못 견디고 뛰쳐나왔을 거예요."
"잘한 거예요. 끝까지 남아있던 거.
둘이 있다고, 방송사에서 경고 준다고, 그거 겁먹을 거 없어요.
그게 약자의 생존방식이에요. 피하면 한 번 더의 기회도 없어.
날씨 스튜디오에서 마지막에 '아, 절대 두 사람이 서는 건 안되지' 방송 위한답시고 포기하고 물러섰으면,
경고가 아니라 패자로 낙인찍힐 거예요. 패자보단 경고가 훨씬 낫지?"
"기자님. 기자님 친구 말이에요."
"정원이?"
"바람둥이에요? 여자친구 없어요?"
"잘 모르겠는데? 직접 물어봐 그런 거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궁금해졌어요. 그 사람이."
"너 나 좋아하잖아 아직. 내 친구 건드리지 마. 너 나 잊은 척하려고 내 친구 궁금해하는 거잖아."
"정말 아닌데...잘 자요."
"애쓰지 마, 척하지 마. 자연스럽게 잊어 그냥.
야 3년을 짝사랑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어..."
"치사하다 막판에?"
"미련은 요 빨대 구멍만큼도 남기지 않을 거예요.
그럼 남녀가 끝내는 게 뭐 치사하지 뭐 아름다울 줄 알았어?"
"아니 여기 남녀가 어디 있어. 여자 하나 할머니 하나 아니었어?"
"아무리 혼자 하는 서러운 짝사랑이라도 이별이 있고 끝이 있는 거예요. 굿바이."
"신이 있다면 왜 착한 우리 형을...왜 우리 형을 데려간 겁니까
죽을죄를 지은 건 전데...차라리 저를 데려가시고 덤으로...
덤으로 제가 표나리도 데리고 가겠습니다.
형을 돌려주세요...다시 살려주세요 우리 형을...으허ㅓ어엉엉ㅇ
(본격_여주_순장시켜달라는_개또라이_남주)
"너 두 엄마 중에 누구랑 살 거야?"
"난 더 질투하는 엄마랑 살 거야.
더 질투한다는 건 더 사랑한다는 거니까."
"웃지 마라...웃지 말라고...
...사랑 많이 받아라 이번에는."
"내 가슴이야. 니 것처럼 걱정하지 말고, 더듬거리지도 말고, 관심 좀 꺼 제발."
"아 그게 안되는데 어떡해요. 아 난들 뭐 이러고 싶어서 이래요? 나도 이제 기자님 꼴도 보기 싫어 진짜."
"그러니까..."
"아니 근데 기자님이 너무 자기 가슴을 그냥 나 몰라라 하니까.
자기 가슴인데 내팽개쳐 두니까. 기자님 가슴 생각하면 엄마 생각나.
기자님 가슴은 그냥 나한테 맡기면 안 돼요?"
"표나리씨 봤어? 전화도 안 받고, 방송국에 없어?"
"너 때문에 숨은 건 아니고? 니가 숨게 만들어놓고 왜 찾냐?"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야?"
"나 표나리씨랑 끝까지 가보고 싶어 도와줘라 니가."
"그렇게 상처 줘가면서 뭐 끝까진지, 중간까진지, 시작도 하기 전 까진지.
표나리가 고통받고 가야 될 거면 나 너한테 표나리 소개시켜준 거 취소야.
어떻게든 찾아 표나리. 니가 반드시 꼭 찾으라고 혼자 그렇게 서럽게 두게 하지 말고."
"제발 거기 있지 마라. 있지 마라. 있으면 안 돼.
오늘 같은 날도 거기서 기다려주면 난...어쩌라고..."
"...다시는 딴 놈한테 못 보낸다."
"정원이 믿어도 되는 놈이야. 우리도 사귄다고 소문났는데, 서로 좋아한다고 소문났는데 우리 사겨? 아니잖아.
우리 소문 잘못 난 것처럼 정원이 열애설도 잘못 난 거야 그럴 거야."
"바로 가야 치료시간 맞출 수 있잖아요. 미쳤어요? 왜 이렇게 빨라 속도 좀 줄여요."
"1분이라도 더 지체하면 나 미쳐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더 이상 기회 없어 너한테 정원이한테."
"예? 병원 일로 가는 거 아니잖아 어디로 가?"
"태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너 좋아했었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옆자리에 니가 앉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대.
그리고 마일리지가 니가 상상도 못할 만큼 지구를 몇 바퀴 돌 만큼 쌓여있어도,
지 옆에 앉히고 싶은 사람이 니가 처음이었대.
그 꽃도 정원이가 보낸 거 아닐 거야. 정원이 하얀 꽃 안 좋아해.
정원이 그 새끼 남자인 나한테도 꽃 보내는 미친놈인데, 내가 기자상 받을 때도 꽃 보냈는데,
보낼 때마다 매번 똑같이 파란색이었어.
오늘 너 날씨 할 때 정원이가 직접 밤새 만들어준 그 옷도 파란색이었잖아.
우리 정원이 믿자.
나보다 더 외로운 놈이고, 나보다 더 자상하고, 나보다 더 여자한테 더 잘해줄 놈이고,
나보다 돈도 많고, 무엇보다 건강하고, 그리고 사내답고, 키도 크고,
너한테 좋은 신발 신겨주고 나보다 더 좋은 곳 데려갈 놈...
그리고 나보다...뭐 하여튼 뭐 내가 뭐 괜히 소개시켜줬겠어? 정원이 직접 만나봐.
그리고 정원이 피해자야!
그 새끼 뭐 지 맘대로 다 하고 사는 것 같아도 지 맘대로 하고 사는 거 하나 없어 내가 알아."
"아니 그러게 그렇게 좋은 사람을 왜 나한테 소개시켜줬어요?"
"정원이가 100번도 더 넘게 전화했었어. 데려다줄게."
"표나리 엉터리. 비가 오네...데이트하기 좋은 날씨라더니.
표나리...엉터리..."
"하 미치겠다 미치겠어, 진짜 돌았어요? 아오 정말 기자님 1기여도 젊어서 위험하다고 그랬...
아 왜 그래 진짜? 그냥 아프려고 환장했어? 어? 그냥 말 안 듣기로 작정을 했어?
병원도 안 가면서 술을 먹고 그래요 진짜? 왜 이렇게 속을 썩여 진짜!"
"속을 썩인대...너 나 때문에 속이 썩냐?"
"아까 얼마나 찾아는지 알아요? 정원씨랑?"
"속을 썩여야 나를 찾지..."
"뭐예요? 많이 마셨네 많이 마셨어. 미쳤어 진짜.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어?"
"너 나랑 사귈래? 내가 뭐든지 다해줄게 사귀자."
"바보같이 굴지 말고 표나리한테 제대로 말해요. 좋아한다고."
"절대 안 돼. 봤잖아. 내 친구랑 사귀는 거 표나리."
"뺏어."
"안돼 내가 소개시켜줬어."
"그래도 뺏어."
"어떻게?"
"표나리 기자님 3년씩이나 짝사랑했어. 말만 하면 넘어올 거예요."
"...진짜...?"
"금방 넘어와 내가 볼 때 표나리는."
"...그럴까?"
"그럼요.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우정 따위 갈기갈기 찢어버려, 남들은 고민도 안 해 이런 거 가지고."
"그래 뭐...그럴 수도 있지...사랑이 우선이지 뭐..."
"당연하지...개새끼밖에 더 되겠어?"
"개새끼?"
"응, 개새끼 되기 싫어요?"
"너 나 지금 놀리는 거야?"
"당연하지."
"..."
"그러니까 선배. 개새끼 그딴 거 하지 말고, 나랑 9시도 하고, 연애도 하고, 또..."
"...내가 못할 것 같냐? 개새끼 한번 돼보지 뭐."
"너 왜 표나리한테 짝사랑을 3년씩이나 받았어? 니가 빨리 접게끔 행동을 했어야지.
그 여자가 얼마나 힘들었겠냐? 사내새끼가 돼가지고 그걸 3년씩이나 내비 둬?
짝사랑이라고, 공짜라고 그걸 3년씩이나 받아쳐먹냐?
이 세상에서 지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이 재수 없는 새끼야."
"그만해."
"그만해? 뭘 그만해. 욕 들은 지 3분도 안됐어
3년씩이나 혼자 가슴앓이 한 여자 생각해봐. 3분도 못 참아?"
"그래서 내 발등 내 도끼로 허벌나게 찍어대고 있으니까 넌 좀 그만하라고 쫌!
내가 3년 전에 표나리 마음 받았으면 그래. 오늘 같은 일 없었겠지.
니가 이렇게 중간에 껴서 지지고 볶지 않았겠지.
그걸 바래 지금?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어떻게, 내가 표나리 마음 다시 가져와볼까?"
"이 미친 새끼가 진짜...너 표나리한테 니 마음 들키지 마. 절대 들키지 마. 넌 늦었어!
3년 전에 못 했던 거? 너한테 기회 없어 이제.
니가 나한테 표나리 소개시켜 준 그 순간부터 너는..."
"자신 없냐?"
"한번...해보자는 거야?"
"자신 없어?"
"왜 쓰다 말았대..."
[사랑해요 표나리]
"그림 봤지? 내가 이 말 3년 전에 했으면 어땠을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너무 늦었어요 기자님."
'나 너 좋아한다'
"나 좋아하지 말아요."
'나 너 사랑한다.'
"나 다른 사람 사랑해요. 나 기자님 친구 사랑해요."
"미안해. 너무 늦게 알아서."
"7분만 말할 거니까 숨 고르면서 잘 들어.
모닝뉴스니까 실제처럼 할 거야 아마.
미리 읽어보라고 주는 예독 원고 그 딴 거 믿지 마.
아침엔 밤사이 들어온 속보가 넘쳐나거든?
생방하면서 스튜디오에서 만든 슬라이딩 원고 실시간으로 앵커석에 밀어 넣으면서 뉴스 하랄 가능성이 많아.
취재 화면 편집 덜 돼서 1분이고, 2분이고 뭐 읽을 것도 없는데 시간 끌라고 할 수도 있고,
그때는 봐! 봐.
내 눈이 카메라야.
원고 받는 그 1초 안에 첫 주어랑 마지막 문장 외워서 무조건 카메라 보고 멘트해야 돼.
그것만 잘해도 반은 된 거야 알겠지?"
"예."
"그렇게 한 번도 읽어보지도 못한 원고 받을 때는, 제일 헷갈리는 건 숫자로 도배된 원고고.
장음이 뭐야?"
"2, 4, 5, 만, 두, 세, 네, 쉰...그 외엔 몽땅 단음이요."
"잘했어 맞아.
카메라는 총 네 대. 그중에 제일 신경 써야 할 건 정면 카메라.
눈과 고개 방향은 같이 가야 전문적으로 보이고, 살짝 곁눈질, 한번 힐끗도 뉴스 프레임안에선 엄청 거슬려.
짧은 시간인 만큼 잡동작이 없어야 돼.
그래서 앵커들은 사소한 습관까지 다 없애는 거야.
너는 날씨 하면서 손짓, 발짓, 뭐 엉덩이 내밀어, 가슴 내밀어 이것저것 많이 했으니까 그거 특히 조심해야 되고.
시선은 정면 카메라 렌즈 하단부를 보는 게 제일 자연스럽다.
5초면 결정 나 아나운서 시험은, 눈으로 보는 비디오가 2~3초.
넌 호감 인상이니까 뭐...뭐 그건 됐고,
첫음 딱 들었을 때 음색을 2~3초.
너 맑은 날씨 할 때 '안녕하십니까' 음보다
오늘은 비가 오겠으니 우산 준비하세요. 하는 날 '안녕하십니까'가 훨씬 신뢰감 가. 해봐."
"안녕하십니까!"
"그건 맑은 날씨였고."
"안녕하십니까!"
"반음 낮춰. 신뢰감 있게."
"안녕하십니까."
"그 음 기억해."
"안녕하십니까."
"옳지."
"안녕하십니까."
"헬기 타고 나랑 온 거는 절대 말하면 안 돼. 누구한테도?
편안하게...숨 안 차지 이제?"
"기자님."
"왜?"
"고마웠어요. 오늘...
나 될까?"
"자기 인생에 물음표 던지지 마. 그냥 느낌표만 딱 던져.
물음표랑 느낌표 섞어서 던지는 건 더 나쁘고.
난 될 거다. 난 될 거다. 난 이번에 꼭 될 거다. 느낌표. 알았어?"
"나 아나운서 되면 진짜 나랑 뉴스같이 해줄 거예요? 그런 날이 올까?"
"나 너 좋아해도 돼? 짝사랑만 할게, 잠깐만 하자.
너도 니 마음대로 했잖아.
넌 정원이 좋아해, 정원이한테 잘 해. 내가 너 좋아할게.
짝사랑 한번 받아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러자.
나 물음표 아니고 느낌표야. 그럴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나처럼 굴어."
"허..."
"신나고, 재밌겠다? 고소하겠어? 즐겨, 즐겨라 넌."
"진심이세요?"
"응."
"미쳤어요?"
"흔들리진 마. 나한테 절대. 흔들리지 마."
"나는 기자님한테 절대 안 흔들려요."
"알았어."
"기자님. 다시는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알았다고."
"내가 미쳤어? 어?"
"그만해."
"이런 거 백날 나한테 백 장, 천 장 그려줘봐야. 나 돌아보지 않아요.
기자님이 말만 잘하면 내가 넘어갈 거 같은가 보지? 아니거든요."
"알았으니까. 나가."
"기자님 친구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아시죠?
내가 더 좋아해요. 고정원씨보다 내가 고정원씨를 더 좋아한다고.
기자님보다 훨씬 매너 있고, 따뜻하고, 다정하고, 배려심도 많고,
잘생겼고, 돈도 많고, 나한테 잘해주고, 목소리도 좋고,
젠틀하고, 척 안 하고, 진실되고, 사려 깊고, 포근하고,
남자답고, 능력 있고, 변덕도 없고, 나불나불 안 되고, 입을 열어도 멋있고, 입을 다물어도 멋있고,
가슴도 넓고 크고, 짝짝이도 아니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기고 싶은 그 반대.
딱 반대, 정 반대가 기자님인 거 아시죠?"
"그래 니 말이 맞아. 알았어.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쫓아 들어왔어? 나가."
"기자님 앵커 시험도 못 보게 만들고..."
"됐으니까. 나가."
"나 진짜 나쁜 년이다."
"너 더 있으면 위험하다."
"기자님. 나 붙었어요. 이 말만큼은 기자님한테 제일 먼저 해주고 싶었어."
"경고했다. 위험하다고."
"고정원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좋은 남자야."
"인정."
"기자님은 나쁜 사람이야."
"인정."
"기자님은 나쁜 남자야."
"인정."
"기자님은 나쁜 친구야."
"그것도 인정."
"너 대체 무슨 마음으로 나한테 키스 한거야? 키스 왜 한 거야?
뭐야 그 표정은? 벌써 까먹은 거야? 기억 안 나?
쪼르르 정원이한테 달려가서 정원이 만나고 오니까 몇 시간 전에 나랑 한 짓은 까먹고 싶지?
너 나 사랑해? 너 나 사랑하냐고."
"..."
"사랑도 않는데 키스한 거야? 사랑도 않는데 키스하냐 넌?"
"사랑하니까 키스하죠."
"나랑 한 거 말이야! 지난번에 정원이랑 키스한 거 말고!
오늘 저녁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어 방금 전에 나랑 한 그 키스!"
"사랑해요 기자님...기자님 사랑해..."
"너 또라이냐? 대답해 또라이냐고! 아 또라이 맞네, 지가 또라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 보니까 또라이 맞아.
와 내가 이 또라이를 상대로 하루 사이에 한 시간 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돼 내가 지금?
너 진짜 나 사랑해?"
"기자님...나 안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하니까 이렇게 미친놈처럼 펄쩍펄쩍 뛰는 거 아냐!"
"죄송해요."
"너 진짜 둘 다 좋은 거야? 내가 앵커 시험 못 보게 돼서 불쌍해진 거 아니고? 그런 것 같은데?"
"아니야. 그건 아니야."
"두 남자 다 좋은 것보다 그게 더 말이 되는데?"
"아까는 기자님하고 키스하고 싶어서,
아니 오늘 하루 종일 기자님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여기 심장이 막 떨려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근데 탈의실에서 나오고 나니까 정원씨한테 죽을죄지은 거 같고.
그리고 막 고정원씨하고 키스한 게 생각나고, 막 보고 싶고, 안 보면 못 잘것같고, 좋아한다고 또 말해주고 싶고,
내 가슴이 막 막 벌렁거려서 진짜 죽을 것 같았어요."
"나는 니가 이제 나를 사랑하기로 한 줄 알았어.
정원이한테 잠깐 갔던 마음 접고 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한 줄 알았다고.
정원이한테 잠깐 흔들렸던 거 다시 제자리로 돌린 거 아니야?
결국 내가 더 좋았으니까 탈의실에서 나가라는데도 부득부득 들어와서 나랑 키스한 거 아니야?
마음 단단히 먹고 나랑 키스한 거 아니야?"
"그래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키스해버렸어요. 못 참겠어서."
"하...아니 어떻게 두 남자 다 좋냐...어떻게..."
"잘못했어요 기자님..."
"아니 야 둘이 어떻게 똑같이 좋냐고...어떻게 똑같...누가 더 좋아?
야 어떻게 사람이 똑같이 좋아. 야 똑같이 말도 안 돼, 세상에 그게 야...
둘 다 좋아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둘 다 똑같이 좋다는 거는 더 말이 안 돼. 너 그거 거짓말이야.
똑같이는 아니지? 50대 50은 아닌 거 잖아.
그냥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나...진짜 괜찮아."
"...말 못 해요."
"아 말해보라니까 진짜!
야...51대 49야? 그래서 헷갈려? 헷갈려 그래?
아니 1프로라도 차이가 있을 거 아니야. 누가 더 좋아?"
"..."
"너 이거 대답하기 전에 나 집에 안 가, 못 가."
"..."
"제발..."
"..."
"나 방사선 치료 안 갈거야!"
"절대 말 못 해요. 그게 그렇게 뭐가 중요해요 기자님? 내가 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데,
다른 남자가 또 들어온 거가 그게 문제잖아요?
여기 내 마음에 지금 두 남자가 있는 거잖아요? 바람피는 거잖아요? 상대방한테는.
더구나 둘이 친구잖아요? 나쁜 짓 아니에요? 도리 아니잖아."
"내가 더 좋지? 정원이 하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정원이한테 말 안 할게."
"고정원씨랑도 헤어질 거예요."
"그럼 내가 더 좋은 거네?"
"기자님한테 방금 제가 헤어진다고 얘기했잖아요.
끝내는 마당에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기자님은?"
"정원인거야?"
"기자님 유방암인 거랑 내 맘속에 누가 더 좋은지는
나...죽어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예요. 절대!
정말 죄송해요. 기자님...죄송합니다."
"너 진짜 나하고 정원이 하고 똑같이 좋냐?"
"4년 전에 내가 짝사랑한다고 했을 때, 나 좀 같이 봐줬으면 얼마나 좋아? 어?
내가 3년 동안 기자님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때는 그렇게 눈길 한 번을 따뜻하게 안 주더니,
그 돈도 안 드는 거 말 한마디를 다정하게 안 해주더니.
왜 이제 와서 나 좋다고 그래서 이렇게 사람 머릿속을 터지게 만들어? 어?
사랑도 주는 거보다 받으니까 더 좋더라.
나 좋아해 주니까 사는 게 좀 덜 힘들더라.
고정원씨한테 너무너무 설레는데 왜 이제 와서 나를 이렇게 흔들어놔요? 어?"
"정원이가 더 좋아?"
"아 몰라 나 몰라 몰라 몰라"
"내가...더 좋지?"
"내가 기자님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 맘 너무 깊은데 숨어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나도 안 남은 줄 알았는데 튀어나오고, 튀어나오고.
어찌나 깊은데 처박혀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누가 좋은지 내가 어떻게 알아?"
다시 졸린 거 같아. 기자님 가서 주무세요."
"자는 것만 보고 갈게."
"아, 세로마는 어떻게 됐어? 기자님 가슴 괜찮아요? 봐도 돼?"
"니가 언제 허락받고 봤어?"
"그건 그래. 그래도."
"근데 안돼 오늘은"
"왜 안돼?"
"안돼 글쎄."
"보고싶다. 괜찮은지."
"치료 잘 받고 있어, 문제 없어 걱정마."
"술 먹지 마요."
"알았어."
"담배도 피우지 마."
"알았어."
"유제품도 많이 먹지 말고."
"알았다고."
"잘못되면 확 죽어버릴 거야."
"행여나?"
"진짠데?"
"니가?"
"응."
"니가 나를...진짜 말려 죽일 작정이구나."
"야! 너 지금 그 쌍놈 소리는 나한테 할 게 아니라, 정원이한테 해야 되는 거야 이 바보야!
왜 여적 딴 여자 제대로 정리 하나 못하고 집까지 술 처먹고 찾아오게 만드냐고 바가지 박박 긁어야 되는 거라고!
정원이한테는 못하고 왜 만만한 나한테 화풀이야? 어?
아오 답답해. 니 주제가 그래서 질투를 못한다는 건 순 위선이고,
너 지금 속으로 완전히 부글부글 끓으니까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쌍놈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아니? 나 질투 전혀 안 하는데?
금 아나운서 물도 챙겨주더라? 가방도 주워다 주더라?
아니 내일 하루 더 올 빌미도 주고 좋은데 왜 가방은 주서서 보내고 난리야? 어?"
"야 너 내가 지금 금 아나운서 챙겼다고 지금 질투하는 거...뭐 그런 거 아니지?"
"그래 그거! 그거 그거 질투한다 뭐? 왜?"
"그렇게 속상하면 빨리 쫓아나가서 정원이 하고 싸워!
왜 지금 나하고 지금 싸우고 있냐!
빨리 쫓아나가서 집까지 뭐 하러 데려다주냐 이제 어쩔 거냐, 나 지금 무시하냐,
막 소리소리 지르면서 좀 제발 좀 대판 좀 싸우라고 대판 좀! 나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이화신 똥멍청이...)
"기자님은 그냥 친구한테 나 주기 싫어서, 그냥 불같이 화내고 있는 걸 수도 있어.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돌이켜서 생각을 해봐요 좀 어?"
"너 이제 나한테 쉬운 여자 아니야.
나 이제 너 세상에서 우리 엄마 다음으로 어려운 여자야."
"내가 이래서 기자님을 못 믿겠다는 거야.
이래서 내가 기자님을 믿을 수 없는 남자라는 거야.
우리 끝난 지 한 시간이 됐어? 두 시간이 됐어?
채 한 시간도 안 지나서 다른 여자랑 키스를 하는 그 주둥이는 어느 나라 주둥이야?"
"자격 있어 니가?"
"네?"
"니가 니 입으로 말했잖아.
금수정 아나운서 왔을 때도 니 주제가 뭐 어떻고 뭐 자격 어떻고 하면서
바가지 못 긁는다고 니 입으로 니가 털어놨잖아.
근데 나한테는 왜? 왜 여기까지 쫓아와서는 주제넘게 굴어 굴긴.
끝난 남자한테 믿을 수 있는 놈이네, 없는 놈이네, 회사까지 쫓아와가지고 왜 내 입 순식간에 주둥이 만들어 왜?
믿을 수 없는 쌍놈 주둥이가 여자랑 키스를 하든, 동료랑 키스를 하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왜 쫓아와서 따지고...
설마..."
"기자님 그 안경 벗어. 내가 다른 여자 앞에서 그 안경 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어?
왜 그 안경을 쓰고 다른 여자랑 키스를 하고 난리야?"
"...너 설마..."
"홍혜원이랑 나랑 같이 뉴스 하는 동료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기자님은 동료랑도 키스하나 봐?
짐 싸가지고 나간 지 한 시간도 안 돼서. 것도 국장실에서 그것도 홍혜원이랑?"
"쌍놈이라며?"
"홍혜원이랑 오늘 키스한 게 처음이야? 처음이에요? 처음 아니야?
그치. 처음이면 저렇게 으슥한데도 아니고 대놓고 국장실에서 했겠어?
홍혜원이랑 기자님이랑 저녁 7시 파트너 할 때부터 뭔가 이렇게 될 것 같더라.
아니 나한테 대신 선보러 나가달라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홍혜원은 신경 쓰이나 보네?"
"네?"
"너 나 질투하냐?"
"아니거든요?"
"아니야? 응 아니면 됐어. 그래서 니가 제일 궁금한 게 뭔데?"
"그래서? 응 그래서...홍혜원이랑 바로 뭐 사귀려고요 기자님?"
"금수정 아나운서는 신경도 안 쓰더니?
너 왜 내 여자는 신경 쓰이고 정원이 여자는 신경도 안 쓰이냐?"
"..."
"너 나 더 좋아하지? 질투하잖아 지금?
정원이는 질투 안 하고 나한테만 질투하잖아 지금?"
"내가? 내가 언제?"
"너 지금 심장이 소고기처럼 숯불에 구워지는 것 같지?
너 뇌가 도마 위에 스-윽 올라오는 것 같지?
그거 내가 많이 해본 거거든.
내가 너 때문에 그거 무지하게 해보고, 또 해보고 지금도 미친 듯이 해보고 있는 거거든.
너 질투해 지금. 질투하잖아 지금? 정원이한테는 안 하고 나한테만 지금!
다른 것도 아니고 질투잖아? 그러네. 질투잖아? 질투하잖아 너 지금?
어? 너 질투한다 지금.
너. 질투한다고 지금. 인정해 이제."
"..."
"인정 못해?"
"...기자님 다른 여자 앞에서 그 안경 쓰지 마요.
기자님 다른 여자랑 키스하지 마요."
"야. 너 날 더 좋아하는 거야. 표나리 너...나를 더 좋아한다고."
"표나리가 날 더 좋아한다!!! 표나리가 나를 더 사랑한다!!!
동네 사람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고 표나리가 나를 더 더 더 사랑한다!!!
아니야! 나만!!! 사랑한다!!! 표나리가!!! 나만!!! 질투한다!!!"
"있잖아 나 어제 기자님이 다른 여자랑 봤는데 질투가 났어요.
여기서 같이 지내는 동안 달력에 그날 그날 내가 누구랑 살면 좋을까 내가 누가 더 좋았나. 표시를 했는데,
거긴 온통 정원씨 이름뿐인데도 기자님만 질투가 났어.
이게 정말 이상한데...이게 답인 거 같아요.
사랑하면 질투하잖아. 내 마음이 기자님이었나 봐. 정원씨 미안해요."
"질투가 났다고? 화신이만 질투했다고 그게 사랑의 전부인 양 떠나겠다는 거야 지금?"
"나 이상해. 나는 그냥 다 이상해."
"나랑 있으면 편안하댔지? 나랑 있으면 따뜻하고 믿음직하댔지?
내가 심심해? 속 썩이지 않아서 밋밋하고 지겨운 거야? 그래?
그런 거 아니잖아? 나랑 갖는 편안함도 사랑이야."
"근데 나 이제 그냥 기자님 옆에 있고 싶어요."
"화신이가 더 좋아? 정말? 니가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내가 생각할 때 너한테 필요한 사람이 나라고 생각해.
받아들일 수가 없어. 니 마음 끝났다고 내 마음 끝난 거 아니잖아.
나 포기 못해. 화신이 질투보다 내 진심이 오래갈 거야."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원씨."
"기자님 도대체 왜 나한테 이렇게 차갑게 대해? 말을 좀 해봐요.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나 이제 정원씨랑도 헤어졌는데?"
"제일 친한 친구랑 헤어졌는데 얼마간의 시간은 줘야지.
더구나 좋은 남자랑 헤어졌는데...나 때문에...안 그래?"
"그래서? 그럼 기다린 거야?"
"응...얼마나 참았는데...
나리씨 이제 나랑 좀 사겨줄래요?
좀 이제 좀...좀...사귀자 좀..."
"솔직하게 말해봐. 오늘 라면 처음 끓인 거지?"
"아니라니까 몇 번을 말해. 나 혼자 먹는 거 아니고, 너랑 같이 먹는 거고,
그리고 또 둘이 처음같이 먹는 거잖아.
더구나 너하고 나하고 이제 앞으로 어? 천 번도 넘게 이 라면을 먹을 수 있는데,
니 취향을 정확히 알아둬야 내가 나중에 맛있게 끓여서 둘이 같이 맛있게 먹지.
그래서 내가 아까 계속...내 말 좀 믿어라 좀. 수영이 말, 홍아나 말, 정원이 말만 믿지 말고!"
"천 번도 더 같이 먹는 거야? 이제 앞으로 그러면?"
"라면 싫어?"
"안 싫어. 아니 기자님이랑 같이 먹는 건 다 안 싫어.
아니 근데 그 라면 천 번 먹자는 거 그거...그거 프러포즈에요?"
"프러포즈? 무슨 프러포즈?"
"아니 그렇잖아요. 라면을 뭐 매일 먹자는 얘긴 아닐 거고,
그게 3일에 한 번만 먹어도 천 번을 먹으려면 그게 3000일이 걸리잖아?
3000일이면 그 거진 10년이다?"
"그냥 한 소리야."
"5일에 한번 먹잖아? 그럼 5000일이야!"
"프러포즈 아니야."
"난 라면이라도 좋아. 오케이 기자님."
"야 어떤 미친놈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라면 천 번 먹자고 프러포즈를 하냐?
너 자꾸 나 궁상맞게 만들래?"
"어제 일은..."
"제가 잘못한 건데요 뭐. 기자님한테 죄송해요 제가."
"야 나 좀 봐..."
"왜?"
"너...왜 자꾸 웃냐? 무섭게?"
"기자님이 내가 무서울 리가 있어?
그거는 라면을 천 번 아니고 뭐 만 번을 먹어도 없을 일인데?
"..."
"농담인데 왜 안 웃어?
...다음에는 제가 잘 해 보일게요.
나 진짜 기자님 앞에서 잘해 보이고 싶어요.
뭐...다시 기자님 옆에 설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기자님이 나 옆에 세워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
"그만 봐요!"
"너 나 죽이고 싶을 만큼 밉지?"
"방송시간 얼마 안 남았어. 준비 다 한 거예요?"
"사랑하는 거 맞냐고 따지고 싶지 않아?
남자친구가 돼가지고 2부에 다른 파트너로 바꾸자고 앞장서는 게
그게 인간이냐 짐승이냐 대들고 싶지 않아?
너 하다가 도중에 잘려서 온갖 방송국 사람들이 수군대니까 출근하기 죽기보다 싫지 않았어?"
"..."
"근데 왜 너 나한테 화를 안내냐? 거리감 느껴지게.
왜 웃어 나한테? 야 나 같은 개새끼한테 웃음이 나와?
멀어진 거지 나한테서. 너 어디 도망가려고 그러냐?...싸우자."
"그만 가자."
"싸우자고 해. 아, 참지 말고 화를 내!"
"아 왜 웃어줘도 뭐래?"
"웃지 마! 왜 웃어 나한테! 내가 웃어달래? 너한테?"
"아 왜 기자님이 나한테 화를 내?"
"니가 이렇게 화나게 만들잖아!"
"내가 화를 안내서 화가 나?"
"그래 니가 화 안 내는 게 나 화나."
"싸우자고?"
"싸우자 제발 좀."
"...싸우기 싫어."
"그니까 왜 싸우기 싫은데? 왜?
아 뭐 그냥 싸우나 마나다 이거야? 어?
쌓아뒀다가 나중에 화산 폭발하듯이 폭발하면 나 기함하게 하려고?"
"싸울 일이 아니야."
"야 이게 싸울 일이 아니면 너하고 나 사이에 뭐가 싸울 일인데?
어제 벌어진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데, 전 국민 앞에서 내가 너한테 얼마나 개 쪽을 줬는데,
이게 싸울 일이 아니면 너 하고 나 사이에 뭐가 치고받고 지지고 볶고 죽일 듯이 싸울 일인데?"
"싸울 일 많을 거야 앞으로."
"좋겠다. 많아서. 얼마나 대단한 걸로 나한테 싸우자고 할지 정말 기대된다 어?"
"기자님 싸우지 말자 우리...내가 잘할게."
"먹으면서 들어.
기자 출신 앵커랑 아나운서 출신 앵커랑 그 차이가 뭔지 알아? 바로 현장감이야.
너는 현장을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현장을 많이 뛰어본 다른 기자 출신 앵커들보다 돌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니가 선거 방송에서도 틀린 부분이..."
"물김치 있는데 내가 그것 좀 갖다 줄까?"
"앉아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선거 방송에서 니가 순발력이 떨어졌던 건, 평상시에 니가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일단 매일 각 신문사 조간, 석간 1면은 무조건 빠짐없이 체크하는 습관부터 들여.
너 보니까 신문 볼 때 신문은 안 보고 신문 보고 있는 나만 겁나 보더라 그러지 마. 알았어?"
"네..."
"각 신문사마다 같은 뉴스라도 다른 시각으로 뉴스 타이틀을 뽑으니까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거라고,
너 아침 뉴스 할 때 기자들이 대충 써놓은 리드멘트, 아무 생 각없이 그냥 읽지?"
"아니거든요?"
"뭘 아니긴 아니야. 그러는 것 같더만...
너 앞으로 절대 그러지 마.
그 리드멘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들이 뉴스를 기다리게 할 수도 있고,
그냥 별생각 없이 별 궁금함 없이 그냥 흘려보내버릴 수도 있다고."
"기자님."
"앞으로 리드멘트 작성할 땐 한 화면에 나오는 그림과 자막, 그리고 앵커의 표정과, 멘트
이 네 가지가 다 맞아떨어지는 합작품이라는 생각 절대 잊지 마."
"기자님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어?"
"2부에서 내가 실수 없이 잘 해내리라는 그런 믿음은 전혀 없었던 거지?
그래서 나 관두게 하고 그냥 홍혜원 앉힌 거지?"
"...그건."
"내가 정말 좀스러워 보일까 봐 다짐하고, 다짐하고, 내가 화를 내지 말아야지...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기자님은 그냥 기본적으로 내가 앵커로서 자질도 없고, 순발력도 없고, 열정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냥 단지 1부에서 내가 실수를 한 게 아니라? 아니야?"
"..."
"그래 내가 진짜 솔직하게 얘기할게.
기자님한테 큰 소리도 못 내고, 기자님한테 화도 못 내고.
그래 여자친구를 그렇게 내보낸 그런 기자님 마음은 또 오죽할까 싶어서 내가 이해하는 척하려고 했는데,
아니 이해를 해보려고 그랬는데, 그런 척하기도 힘들고.
와 그래도 여자 친군데 좀 믿어주지 그걸 내쫓냐?
그거 서운한 거 꾹꾹 참아야 하는 것도 서럽고,
결국은 내가 이 내 속내를 다 드러내게 돼서 내가 진짜 쪽팔려서 미치겠어 이제 속이 시원해?"
"..."
"나는 아직 기자님이 나 좋아한다는 거 완전하게 믿기지가 않아요.
기자님은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니까.
내가 화를 내면 싸우게 될 거고 싸우다 보면 나한테 헤어지자 그럴 거고,
그래서 내가 그게 겁나서 화도 못 내고 그냥 싸우지 말자고 한 거였어.
이제 속이 시원하냐?
말만 많아가지고."
"결혼하자. 나랑."
"...?"
"물 김치 있으면 갖다 주고."
"..."
"나는 니가...이렇게...나한테 바락바락 화를 내는 게...
왜 이렇게...예쁘고 사랑스럽냐.
이제 천 번에서 두 번 빼고 라면 천 번 끓여줄게. 프러포즈야."
"..."
"프러포즈라고. 결혼하자 나랑."
"얘네처럼 같이...나랑 살자."
"뭐야 저게 제대로 눈코입도 없는 거야?"
"나랑 살자고."
"아 저게 뭐 다 만든 거예요. 뭐 만들다 만 거야? 뭐야?"
"싫어? 아 같이 만들어 가면 되는 거지 뭘.
눈코입 제대로 뭐든 같이. 애도 둘 갖고..."
"이렇게?"
"응. 이렇게."
"술도 잘 먹고요. 울기도 잘 하고요.
제가 아는 거 아직 다 못 알려줬는데, 지 앞가림도 잘 못해요.
제가 잘못되면 저 따라 콱 죽을 여자예요.
저라는 남자가...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궁금해졌어요 제 인생이.
저 혹시...저 빨리 죽나요?
할머니, 저 이 여자랑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졌어요."
"이제 그만해. 나 대신 환자 노릇.
내일부터 남자인 내가 유방암 환자라고 회사에 말할 거야.
너는 그냥 소문날까 봐 나 대신 환자 행세한 걸로 팩트 밝힐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러기만 해봐 진짜?"
"앵커 좀 쉬지 뭐."
"그랬다간 나한테 죽어. 기자님."
"너한테 죽지 뭐."
"안 만날 거야."
"그래. 만나지 마."
"헤어져."
"그래 헤어져."
"끝이다."
"그래 끝내. 잘 됐다."
"미쳤어요? 돌았어?
어차피 이미 소문난 거 그냥 모른 척 질끈 하면 어때서?
남자가 유방암인 거 이 방송국 사람들이며, 세상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기자님을 색안경 끼고 볼 텐데?
내가 다른 건 하자는 대로 내가 다 할게 어?
기자님...이건 내 말 듣자 기자님. 응?
나는 기자님 대신 환자 행세하면서 좋았어.
그 빌미로 기자님 옆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지금도?"
"어 지금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연민, 동정 섞어서 불편한 시선으로 너한테 대하고 바라보는 지금도?"
"그래 지금도.
진짜는 기자님이라는 진실보다 나라는 거짓말이 백배 천배 나아.
그러기만 해봐. 나 고정원씨한테 돌아갈 거야!
내가 아픈 거 때문에 정규직이 안될까 봐 그래요?
내가 잘 할게. 나는 기자님이 앵커 하는 거 그거 매일매일 봐야 저녁 먹은 게 소화가 돼요.
나 그거 매일 봐야 돼. 절대 안 돼. 안된다고 했다. 어?"
"너한테 이제...그만 미안하고 싶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도 유방암 환잡니다.
초기 발견과 연인의 도움이 있었던 기적의 케이스였지만,
유방암을 겪어내면서 수많은 편견과 장벽에 부딪혔고 절망했습니다.
제가 유방암 환자라는 사실을 직장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앵커 자리를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앵커 자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가슴을 잃었지만, 때문에 진짜 가슴으로 만난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백하는 이 순간.
저는 한 톨의 후회도 없습니다. 늦게 말한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남자 유방암 환자는 그저 암 환자일 뿐 남자입니다.
암으로 투병만도 힘든데, 편견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남자 유방암 환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길 바랍니다.
소수도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나는...아무래도 니가 더 좋은가 보다. 표나리 보다."
"나한테 사랑고백 하냐?"
"나는...내가 외로운 놈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방송국 떠나는 니 뒷모습 보니까 니가 나보다 더 외로운 놈이란 생각이 들더라?
너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이제.
니 사랑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봤어.
니가 나한테 포기가 뭔지 일러줬다.
나 새로운 만나는 기분으로 너 만날 거야. 되지 그래도?"
"수술보다 더 떨리네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저에게. 왜 이 자리를 부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두 사람의 첫 키스를 목격한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랑 이화신군은 처음 이름이 '할머니'였습니다.
그다음은 '표나리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 기꺼이 남자 유방암 이화신 기자로 불려지기를 자처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유방암은 신랑 이화신군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를 증명했습니다.
전에 저한테 물어봤었죠. 당신 같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겠느냐고.
제 대답은 완전 예스입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꼭 제게 프러포즈 해주시기 바랍니다.
웃으셔도 됩니다.
신부 표나리양의 가슴은 그런 대단한 남자를 품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아무나 사랑을 지키진 못합니다.
가슴이 맺어준 인연. 뜨거운 가슴으로 지켜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갯벌에 가게끔, 그 뻘짓을 하게끔,
니가 나를 처음 짝사랑했을 때부터 정해져있었는지도 몰라.
점쟁이 할머니가 그러는데 너는 나한테 평생 궁금한 존재래.
평생 궁금한 존재...참...나 이 말이 마음에 들어."
"나 별거 없는데?"
"그건 니 생각이고. 평생 궁금해하면서 너를 사랑 할거야.
평생 궁금해하면서 너랑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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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거부할 수 없는 '망가짐'이 질투다.
질투는 무의식중에 사람이 자기 존재를 각인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사랑을 하면 시기와 질투, 초조함 같은 자잘한 신경질환이 동반되면서
'나'라는 존재의 뼛조각을 재배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뉴스룸으로 대변되는 잘나고 쎄고 똑똑하고 화려한 '정규직'의 <기자><여앵커><아나운서>가 삶의 비극과 조우해
'비정규직' <기상캐스터>로 대표되는 낡고 보잘 것 없던 빌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막장의 삶 속에서 펼쳐지는 웃기고 슬픈 연애담이다."
-질투의 화신 공식홈페이지, 기획의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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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숏좆이 나라를 좀먹는다 작성시간 21.09.06 나 방금 다봤는데 이걸 왜 지금봤지 ㅋㅋ 진짜 너무너무 판타지라고 느낀게 여주한테 선택받은 남자가 이긴놈인거 ㅋ 현실에선 고딩때 지들끼리 서열정리해서 서열높은 애한테 낮은애는 그냥 깨갱하고 못개김 ㅋ 글고 내가 여태 만난 한남충 새끼들은 구애도 개떡같이 하고 사귀면 강간이나 하려고 들어서 좆같아서 이제 남자 안사귀는데 화신이한테는 나리가 자길 남자로 느끼는지랑 자기한테 느끼는 감정이 동정이 아니고 사랑인지가 되게 중요한 포인트인거 ㅋ 현실 남자들은 내가 지들맘에 들면 되지 내가 지를 섹시하게 생각하는지 자고싶어하는지 어쩐지 안중에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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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웹자친구 작성시간 21.09.10 연어하다왔는데 진짜 질투의 화신은 재탕을 너무 많이해서 대사가 다 들려ㅋㅋㅋㅋㅋㅋ너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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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뚜루땅땅 작성시간 21.09.27 진짜 연출 극복 연기 머 빠지는게 없다 한 10번은 재탕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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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른이날 작성시간 23.05.05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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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공주는 외로워 작성시간 24.04.12 개존잼 ㅠ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