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코다리강정m
베르세르크 새 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해보았으나 극심한 실망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미우라 켄타로! 이젠 와우에 빠진 것이냐. 되어먹지 않은 굴단이 나오며 몇 장 그리지도 않고 마무리. 또 다음화는 몇 달 후냐!
베르세르크는 내 인생 만화라고 할 만은 하지만 이미 각본의 정합성에 있어서는 수명을 다한 만화로 나는 판단하고 있다.
이미 극이라는 관점에서는 재기불능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스토리를 살리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겠지만 아마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베르세르크는 사실상 BL만화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BL만화라면 남주 둘이 (속된 말로) 떡을 치면 끝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베르세르크는 이미 때를 놓쳤다. 그래서 더욱 망한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왜 때를 놓쳤느냐 하면 (내 생각엔) 작가가 이 작품이 BL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작가 스스로도 몰랐던 것이다. 자기가 그리고 있었던 것이 순 야오이 만화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디나이얼 BL만화.
나는 작가인 미우라 켄타로가 베르세르크가 치명적인 BL노선을 걷고 있다는 것은 깨달은 것은 아마도 환타지아 부근, 아니면 그리피스가 부활하고 검의 언덕에서 가츠를 재회한 그 장면 정도 부근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작가는 펜을 들고 치를 떨었을 것이다. “내가 야오이를 그리고 있었어!!”
사실 이 만화는 BL의 정도를 걷고 있던 작품이나 다를 바 없었는데 작가만 그 사실을 몰랐다. 진지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혼자 착각을 하고 그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가의 동성애적 욕망이 깊게 투영된 작품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작품은 디나이얼 BL. 현재 베르세르크의 스토리라인은 엉망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BL노선을 걷던 베르세르크의 스토리에서 동성애 코드를 탈각시키기 위해 주인공 일행들에게 지난한 여행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순 호모물이었다는 사실을 독자 및 주인공들이 잊을 때까지 무한의 여정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부활한 그리피스는 검의 언덕에서 가츠를 대면하고는 “아무래도 난 자유군."이라며 가츠에게서 해방되었음을 선언한다. 이것은 단순히 그리피스의 선언이 아니라 작가의 선언이다. 베르세르크는 더이상 BL노선을 걷지 않는다는 의미의.
실제로 베르세르크는 그리피스의 재림 이후로 기존 작품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를 겪고 난삽한 스토리로 변모하게 된다.
작가는 그리피스와 가츠가 다시 대면할 경우 (BL의 수순상) 떡치고 끝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리피스와 가츠를 극동과 극서로 보내서 영영 생이별하게 만들어두었다.
무슨 대책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만나면 어떤 방식으로는 끝을 내야하는데 역시 떡치는 것 이외에 어떠한 결론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기존 베르세르크의 BL적 성격을 모두 지우기로 결심하고 캐릭터들을 아예 재창조하는 중이다.
실제로 현재 그리피스는 아무런 캐릭터성이 없어졌다. 거의 인간 외의 존재가 되어 흐믈탱한 뭔가가 되었을 뿐이다. 극도로 아름다움만 뿜뿜하고 있지 아무런 성격도 특성도 없다.
가츠는 어떤가. 무슨 서커스 두목 같은 게 되어 하염없이 여전히 고생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가츠를 굴리는 이유는 그리피스와의 기존 사건이 별 일 아닌 것처럼 희석시키려는 속셈이 틀림 없다. 마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기라!
작가는 슬슬 눈치를 보다가 최근에 캐스커를 깨워냈다.
이 역시 마찬가지인데 캐스커는 거의 죽었다가 부활한 거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지금 무슨 깨달은 자처럼 나타나서는 과거를 상당히 극복한 것 같은 모습을 취하는데 실제로 캐스커는 전혀 그런 캐릭터도 아니었고 대체 이게 해결할 수 있는 상처인지도 의심스러워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 걸 좀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작가는 꽃보라왕이니 어쩌니 하며 가츠팀을 서방정토 봉래섬에 보내 한동안 정신분석학 입문 같은 내용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베르세르크 초반의 이야기는 그리피스의 가츠에 대한 동성애적 집착 때문에 일어난 사건을 그리고 있고 그 것이 긴장의 핵심 축이다. 작가는 그 내용을 탈각시키기 위해 근 10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베르세르크는 이미 너무 BL에 젖어든 작품이라… 그리피스의 동성애적 집착이 빠지고 나면 이 작품은 생기 없는 복수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림만 졸라 잘 그린 아무 맥락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당장 이후의 스토리도 전혀 방향이 없다. 가츠와 그리피스가 만나야 극적 해결이 가능한데 작가는 가츠와 그리피스가 만나면 동성애적 코드가 짙어지므로 그들을 못 만나게 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들은 나름 과거를 극복하고 쿨해졌으나. 대체 지금에 와서야 그들이 만날 이유가 없다. 캐스커의 손해배상 소제기를 위해서 다시 그리피스를 만나러 갈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스토리는 망했다고 생각하고 미우라 켄타로의 연재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가만 돌이켜 보면 이 만화는 20권(10권도 아니었다.) 전에 끝났어야 한다.
그것도 해법은 단 하나. 동방불패의 결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세상을 정복하려다가 남자에게 홀려 신세 망치는 이야기하면 역시 동방불패).
가츠의 칼에 그리피스가 맞아 죽으며,
"그리피스… 너 설마…! 나를!”
“대답하지 않겠다. 영원히 날 기억하길 바란다…”
라고 신파로 끝내는 수밖에 없었는데(아니면 역시나 둘이 떡을 치거나) 이미 때는 놓쳐 버린 것이다.
이 만화는 망했다!
결국 그리피스와 가츠가 떡을 안 치는 바람에 만화도 망하고 세상도 망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ps. 그리피스가 점점 아름다워지는 건 작가의 동성애적 욕망이 좌절되었고 이상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보여줌. 작가에게 이제 동성애적 욕망은 현실에서는 손댈 수 없는 뭔가가 되었다는 것임.
1. 자신이 믿는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 판 짜듯이 치열한 삶을 살며 밑바닥부터 올라온 냉철한 그리피스가 가츠 한 명 떠났다고 자살도 아닌 자멸을 하고 성공의 코앞에서 나락으로 추락함.
2. 자신의 꿈과 야망만을 쫓으며 살아온 그리피스는 유일하게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때가 가츠를 볼 때였다고 회상함
"유일하게 너만이 내게 꿈을 잊게 해줬다"
3. 꿈을 위해 가츠를 저버리고 재기한 이후에 망신창이가 된 가츠 얼굴 굳이굳이 보러가서 (널 보고 심장반응 안하니) "아무래도 난 자유군" 대사 쳐놓고 바로 두근두근 효과음 나오니까 잡아먹은 아기가 반응하는거라고 생각함...그 후에도 가츠 다치니까 쫓아가서 어둠속에서 관찰하는것도 존나... 그저 찐 집착광공.
가츠랑 그리피스의 관계의 향방이 궁금해서 베르세르크 장기연재동안 챙겨보던 사람 많을텐데 작가 사망으로 결말 오리무중 됨...
가츠가 그리피스한테 한 번 대줬으면 세계는 평화로웠다는 후기가 많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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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느개비 후장사이즈 일리오스우물 작성시간 21.09.04 오 흑과백 브로맨스라이벌이라고 칭하니까 나루토랑 에반게리온 딱 생각난다.. 생각보다 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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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삼토반 작성시간 21.09.04 이게 비엘이 아니면 뭐란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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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그라데이션인생 작성시간 21.09.04 난 캐스커가 너무 신경쓰여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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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BOWLING 작성시간 21.09.05 오래전에 나도 하차했는데 딱 여기 댓들이 다 얘기하는 그지점같다 마법사 요정나라 이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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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닉넴짓기귀차나 작성시간 21.09.05 에 작가죽었어? 옛날에 하차하긴했는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