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데리걸스
우리 애가 결혼을 안해서요 (가키야 미우)
부모들의 대리 맞선 서바이벌
28살 외동딸 도모미를 둔 지카코는 문득 딸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것이고 더 이상 딸 옆에 있어주지 못할 것이다. 혼자 살면 경제력도 문제이지만 외로움은 어떡할 것인가. 언젠가는 결혼하겠지, 하고 태평하게 기다릴 수는 없다. 의류 회사에 다니고 있는 도모미는 주위에 온통 여자들뿐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남자를 만날 길이 없다. 지카코는 고민 끝에 부모 대리 맞선 활동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50대 후반의 여성이고 딸의 결혼 성사를 위해 대리 맞선 활동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뤘어
이 책의 저자 가키야 미우는 일본의 현실적 문제를 다룬다고 유명한 인기 작가인데 이 책의 몇 구절을 써볼게
(내용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 지카코가 대리 맞선에 참여하면서 겪은 황당한 아들가진 모부들
"저, 그 말씀을 맞벌이가 아니라 전업주부가 될 며느릿감을 원한다는 말씀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 딸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해서요..."
"아니요, 요즘에는 맞벌이가 흔하잖아요. 따님은 앞으로 일을 계속하셔도 돼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면서 여자가 무언가 베푼다는 듯한 얼굴로 다정한 미소를 보냈다.
"우리 아들은 공무원이라 월급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맞벌이가 좋을 거라고 저희도 생각해요" 라도 남편이 덧붙였다.
...
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맞벌이인데 집안일을 다 아내에게 시킬 셈인가? 그리고 매일 도시락까지 싸라고? 야근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면 되잖아.
(122쪽)
"우리 애가 외동아들이기는 하지만 부모와 같이 사는 건 원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요즘 세상에 시부모랑 같이 살다니 며느리가 불쌍하지요. 아들은 저희 집 2층에 살고 있는데, 결혼하면 독립해서 같은 동네에 있는 맨션을 빌리자고 집에서도 이야기가 끝났어요. 근처에 살면 저희도 안심될 테니까요."
천진난만한 표정에서 이쪽이 당연히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 노후 뒤치다꺼리를 댁의 따님에게 맡길 생각입니다"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172쪽)
"얼마 전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가보니 먼지투성이더라고요. 안 되겠다, 당장 며느리를 구해야겠다고 남편도 얘기했어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장난기 어린 눈으로 빙긋 웃었다. 지카코는 상냥하게 웃어넘길 수 없었다. 웃음은 커녕 분노를 엊제하지 못해 화난 얼굴을 무심코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니까 댁의 자제분은 집안일을 전혀 안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집안일은 여자의 몫이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176쪽)
일본 남자들은 언제쯤 어른이 될까. 지카코 세대와 비교해서 나아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옛날 남자들은 "내가 먹여살릴테니 여자는 집에 있다"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런 봉건적인 남자들이 훨씬 남성적인 게 아닐까. 요즘 남자들은 아내가 밖에서 돈을 벌어 오기를 바라면서 집안일도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눈앞에서 이런 말을 내뱉은 이 엄마도 여자다.
...
"맞벌이인데도 집안일은 다 우리 딸에게 시키겠다는 거네요. 그렇죠? 우리 딸을 과로사시키려는 건가요?"
(177P)
"며느릿감의 연령대를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신가요?"
"역시 손자를 보고 싶으니까 가능하면 35세 이하가 좋겠지요? 물론 20대도 괜찮고요."
"그러시군요."
'그런 생각으로는 결혼하기 어려우실 것 같아요.' 사실은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드님이 마흔다섯이나 됐으니 이제 손자는 포기하고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딱 잘라 말씀해보시면 어떨까요? 부부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쇼와 시대의 4인 가족 형태에 얽매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않을까요?'
(280쪽)
딸 가진 엄마들의 솔직한 속내
"현금으로 산 건 당연히 아닐 테니 대출금도 수천만 엔 있을거고요."
"그러니까요. 그걸 맞벌이해서 같이 갚자는 거라니까요"
...
"우리 딸은 공립학교 교사라서 생활은 안정적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사람이 돈을 보고 신청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대출금은 둘이 같이 갚는데도 아파트 명의는 계속 아들로 되어 있을 거잖아요."
(186쪽)
결혼 활동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의 남자가 여자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봉이 높은 남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가사와 육아는 여자가 하는 게 당연하고, 남자는 '가능한 한 돕는다' 정도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 했다.
그나마 지카코의 세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내가 경제권을 쥐었다.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은 나라치고는 이상한 현상이다. 국가나 조직 차원에서 보면 경제권을 쥔 쪽이 우위를 점하고 실권을 쥔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부라 해도 각자 돈은 각자 관리하는 게 대세다. 맞벌이하면서 생활비를 절반씩 낸다. 아내에게 자신의 통장을 보여주지 않는 남편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비밀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걸까? 그러다 보면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당연히 불신하게 된다.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 결혼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까? 불안에 가득 찬 아내는 아이가 생겨도 쉽게 일을 그만둘 수 없을 것이다.
(312쪽)
모부보다 한술 더 뜨는 지랄맞은 일본 남자들
"저는 요리를 전혀 못 해요. 실례지만 신세 좀 질게요."
"유타도, 참" 하며 엄마까지 밝게 웃는 모습을 지카코와 도모미는 할 말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남자아이라 어쩔 수 없네요. 아무것도 못 해서 죄송해요."
또 그 패턴인다. 집안일은 안 할 예정인 모양이다. 그것도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로 넘어갈 생각이다. 아무래도 일본인의 남녀관이 바뀌지 않는 데는 아들 키우는 엄마들의 의식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 같다.
(230쪽)
"나는 장남이라서." 마쓰이는 사사건건 그렇게 말했다. 신혼집을 구해도 부모님과 가까운 곳이 좋다. 장남이니 부모님은 우리가 모셔야지.
...
마쓰이가 꼭 부모의 고향에서도 피로연을 하고 싶다고 하자, 도모미는 자기 부모님의 고향인 야마가타와 히로시마에서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했다. 그런 도모미를 마쓰이는 몰상식한 사람 대하듯 바라봤다. 여자 쪽 친척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모미는 폭발했다.
"저기요, 그쪽이 그쪽 부모님을 소중하게 여기듯 저도 저희 부모님이 소중하거든요."
마쓰이는 도모미의 말에 당황한 듯 입을 떡 벌렸다. 두 사람의 결혼관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도모미는 둘이 함께 힘을 모아 가정을 꾸리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 했지만, 마쓰이는 여자가 자기 집안에 시집을 와서 시부모를 모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21세기에 이런 남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도모미는 놀랐다고 했다.
(316쪽)
이대로 결혼까지 가는 건가, 지카코는 기대했는데 우에하라는 각자 돈은 각자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다.
"남녀가 평등한 세상이니까."
우에하라는 사사건건 그렇게 말했다.
도모미는 걱정스러워 물었다.
"그래도 아이가 생기면 회사 제도나 어린이집 사정 떄문에 계속 일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내가 수입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려고요?"
"출산휴가 중에도 월급은 받잖아요. 못 받으면 도모미 씨가 독신 시절에 쌓아둔 예금을 헐면 되지 않을까요"
우에하라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도모미는 단번에 마음이 식었다.
할 말을 잃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 이야기를 듣고는 지카코도 남편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317쪽)
한국인이 쓴거 같아서 소름 돋지?
일본에 대한 환상, 올려치기 혹은 후려치기가 아니라 이게 진짜 일본 작가가 말하는 일본의 결혼과 일본남자 이야기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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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쩜쩜쩝 작성시간 21.11.01 똑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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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랑스 작성시간 21.11.01 어제 저책 다읽었는데 부모가 대리맞선 여덟번 나가면서 딸의 미래에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과정이 더 인상 깊었음 비혼을 권유 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딸이 곰곰이
생각 하고 비혼보단 결혼이 본인에게 맞다는 결론까지 냄 그리고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남자와 상견례를 하고 마치는 결말인데
정말 외동딸을 걱정하는 부모마음으로 보면 진짜 일본결혼시장도 답답하다 싶음 -
작성자무화과쳐돌이 작성시간 21.11.01 소름돋게 똑같넼ㅋㅋ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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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Doja cat 작성시간 21.11.01 슈퍼 워킹 맘 바라는 거 진짜 싫음 여자는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육아도 척척 다 하길 바라는 거… 맞벌이 하는데 집안일은 왜 도와주는 거에서 끝나는지 이해 안 돼 ㅋㅋ 반반 딱 하자고 하면 여자 이기적이라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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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딸랑딸랑 작성시간 21.11.01 허ㅓㅓㄹ 진짜너무똑같아 전쟁때 쭉쩡이들이 진짜 그대로 남은게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