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v.kakao.com/v/20201221172100982
▲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스티로폼 부이(부자) 사이에서 낚시배들이 낚시 중이다.ⓒ 최병성
전 세계 바다 중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수산물을 먹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 플라스틱. 왜 대한민국 바다가 전 세계 오염 1위일까?
▲ 스티로폼 부이 위에 갈매기들이 쉬고 있다.ⓒ 최병성
동양의 나폴리로 유명한 경상남도 통영의 바닷가를 돌아보았다. 푸른 바다 위에 하얀 꽃 같은 스티로폼 덩어리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부자' 또는 '부이'라고 부르는 저 하얀 스티로폼 덩어리 아래에 굴과 홍합, 멍게 등을 매달아 양식한다. 스티로폼 부이는 무거운 굴과 홍합 등이 가라앉지 않게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 부서지고 삭은 스티로폼 부이들이 양식장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최병성
꼼꼼히 살펴보니 스티로폼 부이 모습이 이상하다. 여기저기 부서져 있다. 저 스티로폼 부이들은 바다 위에 얼마나 오래 떠 있었던 것일까? 온전한 형태의 부이를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였다.
▲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스티로폼 부이의 아래부분. 끔찍하게 삭았다.ⓒ 최병성
해안가에서 스티로폼 부이의 처참한 현실을 만났다. 스티로폼은 파도에 부서지고 태양에만 삭은 게 아니었다. 바닷물에 잠겨 있던 부분들도 삭아 부서져나갔다. 처참한 몰골이었다. 우리가 저 스티로폼 부이 아래 달린 굴과 홍합과 멍게 등을 먹어 왔던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 바닷물 속에서 삭은 스티로폼 부이의 처참한 형태ⓒ 최병성
통영 해변만이 아니다. 이번엔 굴 양식으로 잘 알려진 전라남도 여수의 해안으로 가보았다. 통영처럼 바다 위에 하얀 스티로폼 부이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해안가에 부서진 스티로폼 가루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 스티로폼 부이와 부서진 스티로폼 부이 가루가 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최병성
전 세계 1위 바다 오염의 주범, 스티로폼 부이
스티로폼은 값이 저렴하고 가벼워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파도에 쉽게 부서지고 햇빛에 잘 삭는 문제가 있다.
'경남 굴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 쓰레기 발생량 추정과 저감 방안' 보고서(해양정책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18개 해안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1~5mm, 평균 10,000개/제곱미터)이었으며, 조성의 99%가 스티로폼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해양쓰레기 정책 대안의 설계와 평가'(2014, 지방정부연구 제18권 제1호) 역시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90~96% 이상이 스티로폼 부이였다며 그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11년 거제 홍남 해수욕장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쓰레기의 90.7%가 스티로폼이었다. 또한 2012년 거제 인근 6개 해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제곱미터의 모래해변에 1~5mm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 2만 7606개나 되었는데, 그 중에 96% 이상이 스티로폼이었다.
▲ 파도에 부서지고, 햇빛에 삭은 스티로폼 부이가 바다 양식장 위에 떠 있다.ⓒ 최병성
부서진 스티로폼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16년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이 경남 진해·거제의 양식장과 인근 해역에서 굴·담치·게·지렁이 4종을 잡아 내장과 배설물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139개체 중 97%(135개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한 개체에서 무려 6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기도 했으며, 심지어 미세플라스틱으로 가득해 장이 팽창한 개체도 있었다.
미세플라스틱 가득한 굴이 우리 입으로
국내 바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 발생의 90~99%가 스티로폼 부이 때문이었고, 바다로 퍼져나간 스티로폼 미세 플라스틱이 양식장의 굴과 홍합뿐 아니라 갯벌 속에 사는 바지락 등의 수산물을 통해 우리 입으로 들어오고 있는 심각한 현실이다.
플라스틱은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 난연제, 가소제, 열과 자외선 안정제, 염료, 충전제 등의 화학물질을 섞는다. 문제는 이 화학물질들에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독성물질 등의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양식장 부이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역시 난연제 등 인체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제조된다. '경남 굴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 쓰레기 발생량 추정과 저감 방안'(2015)은 스티로폼 부이의 미세플라스틱 위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Odaini et al(2015)은 진해만에서 브롬계 난연제의 일종인 HBCD(Hexabromocyclododecane)의 농도 분포가 양식장의 위치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이유를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에 HBCD가 들어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HBCD는 신경 독성, 내분비계 장애 등을 일으킨다. 화학물질 규제 국제 협약인 스톡홀름 협약에서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의하였지만, 아직 대체 물질이 개발되지 않아 사용 금지가 유예되고 있는 상황이다.
▲ 스티로폼 부이의 해양오염이 심각함이 이미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티로폼 부이가 해안가에 가득 쌓여 있다.ⓒ 최병성
'스티로폼 부자 해양쓰레기 대응 정책 개발과 우선순위 평가'(2013, 한국해양환경·에너지학회지)에도 거제도 5개 해안 모래 해변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조각 중 81~99%가 스티로폼이라며, '플라스틱의 생산 공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첨가되는데, 특히 스티로폼에 들어가는 브롬계 난연제 등은 지속성, 생물 축적성, 독성을 갖는 물질(persistent, bioaccumulative, and toxic pollutants, PBTs)로 등록되어 있다'면서 스티로폼 부이의 독성을 강조했다.
스티로폼 부이로 인한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한 이유는 굴, 홍합, 멍게, 바지락 등의 수산물은 내장과 함께 통째로 먹기 때문이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을 우리 몸에 축적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알면서도 방치
경남 하동의 한 해안가에서 스티로폼 부이가 아닌 굴 양식장을 만날 수 있었다. 막대기를 세워 굴을 키우는 지주식 양식장이다.
▲ 경남 하동의 한 해안가에서 만난 지주식 굴 양식장 모습. 스티로폼 부이 없이 굴 양식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최병성
굴 양식은 바다에 굴을 매달아 키우는 수하식과 바다 바닥에 양식하는 바닥식이 있다. 수하식은 부이의 종류에 따라 스티로폼 수하식과 뗏목 수하식, 나무 기둥을 세운 말목 수하식 등이 있다. 지금도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과 남해 일부에서 나무 기둥을 이용한 굴 양식 현장을 찾아 볼 수 있다.
값싸고 편리하며 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1980년대부터 스티로폼 부이가 유행했고, 다른 종류의 양식방법들이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연간 약 66만 8천 개의 스티로폼 부이 쓰레기가 발생한다. 스티로폼 부이는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중이다. 정부도 스티로폼 부이로 인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의 경제적 이유와 편리함 때문에 지금까지 방치하며 전 세계 1위 미세플라스틱 오염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폐타이어에 키운 홍합(지중해 담치)도 여전
전남 여수의 한 해안가에서는 마치 고래를 닮은 듯한 물체를 만날 수 있었다. 주변에는 스티로폼 부이 쓰레기가 곳곳에 뒹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봤다. 바다 속에 있던 것들이 파도에 밀려 나온 것이었다. 폐그물, 밧줄, 굴 양식용 가리비 껍질, 플라스틱 등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거나 양식하는 모든 도구들이 한 곳에 엉켜 있었었다.
▲ 파도에 해안가로 떠 밀려온 쓰레기 더미. 바닷물 속에 있던 것이 한군데 엉켜 고래 모양을 하고 있다.ⓒ 최병성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폐타이어 조각들이다. 우리가 '홍합'이라고 알고 있는 '지중해 담치' 종패를 붙여 바닷물 속에 키우는 도구다.
▲ 파도에 떠밀려 온 고래등 같은 쓰레기 더미 중앙에 폐타이어 조각들을 발견했다. 흔히 홍합이라고 부르는 지중해 담치를 키우는 도구로 사용된다.ⓒ 최병성
폐타이어를 손가락 모양으로 길게 썰어 지중해 담치 종패를 붙여 바닷물 속에 넣어 양식하는 문제는 필자가 이미 6년 전인 2014년 <알고는 못 먹는 '홍합탕'의 비밀... 못 믿을 환경부>(http://omn.kr/ayo6)라는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폐타이어를 이용한 지중해 담치 양식도 여전하다.
오래전 사용했던 폐타이어 조각들이 파도에 밀려온 것에 불과할까? 주변 해안가를 돌아보았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타이어 조각에서 지중해 담치를 떼어내 손질하는 어민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폐타이어에 지중해 담치를 양식하는 것은 여수와 통영뿐 아니라 남해안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 폐타이어를 잘게 썰어 지중해 담치 종패를 붙여 바닷물 속에 넣어 양식한다.ⓒ 최병성
폐타이어는 스티로폼보다 단단한 물질이다. 그러나 바닷물 속에 오랜 시간 담겨 있던 폐타이어 역시 삭은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어가 각종 유해물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폐타이어에 키운 지중해 담치의 안전성은 물론 폐타이어가 삭아 바다로 퍼져 나가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 폐타이어에 붙어 있는 홍합 모양의 지중해 담치. 폐타이어가 바닷물 속에서 삭은 것이 보인다.ⓒ 최병성
바다도 살리고 우리도 사는 길
우리는 육지로부터 바다로 흘러들어간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을 먹고 죽어간 거북이와 새와 고래 사진을 뉴스를 통해 종종 보아 왔다. 그동안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안타까워했지만, 우리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바다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스티로폼 부이는 결국 굴과 홍합과 바지락 등의 수산물을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다.
국내 바다가 위험하다. 스티로폼 부이와 폐타이어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오염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수십조를 퍼붓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바다를 살리는 스티로폼 부이와 폐타이어 개선안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다.
▲ 바닷물 속에 있던 스티로폼 부이가 삭았고, 오랜 시간 바닷물 속에 있던 까닭에 스티로폼에 굴 껍질이 붙어 있다.ⓒ 최병성
문제는 법이다. 사용을 규제하면 그에 맞는 대체재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다.
바다를 살리고, 국민 건강을 위해 이제는 바꾸자. 먼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반영구적이고 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는 어업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스티로폼 부이는 굴을 대량으로 얻으려는 수하식 양식 방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환경 재앙이다. 굴을 값싸게 많이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바다가 아프다. 바다를 치유하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