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대1물https://www.dmitory.com/issue/216856164
정조 의빈성씨 제문은 유명한데
영조 정빈이씨 (궁녀출신 후궁) 제문은 별로 글이 없길래
이것도 영조가 직접 쓴 제문
정빈 이씨는 영조가 왕자였던 연잉군 시절
세자궁(당시 세자 경종) 궁녀였던 정빈을 맘에 두고 아빠(숙종)한테 혼나면서까지
첩으로 들임 근데 아이 (효장세자,옹주) 둘을 낳고 28살 젊은 나이에 죽음
제문 (소훈이씨처제문) 긴데 대략 요약해서 가져옴
세상에 어찌 애통한 아픔이 없겠으리오마는 어찌 내가 오늘 당한 일과 같은 것이 있겠는가!
성품과 우아한 기질을 가지고 양가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입궁하였다
그대가 뽑혀 들어 왔을 때에 나 또한 나이가 어렸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처신하는 바가 규범과 법도가 있었으니 진실로 내가 남몰래 탄복한 바이다
그대의 일을 생각하면 말하기도 비참하도다.
갑자기 멀리 가버리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즐거워했던 것이 무엇과 같겠는가! 말문이 막히고 마음이 아프다.
작위[소훈]을 받고 집에 자녀가 있어서는 결코 그대로 궁궐 밖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부득이 그대로 하여금 궐내에 들어와 살게 하였다.
( 정빈은 원래 궁녀였는데 당시 왕자였던 영조에게 첩으로 들어가서 궁밖 왕자사가에서 같이 살았는데
영조가 왕세제로 봉해지면서 영세제의 후궁으로 궁궐로 다시 들어왔다는거 )
궁은 번거롭고 어지러운 장소이니 그대의 평소 마음에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므로 매번 스스로
두려워하여 갈수록 더욱 불편해하다가 끝내 깊은 병으로 고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누구의 허물이겠는가!
실로 나의 탓이로다. 후회한들 어디에 미치겠는가!
이것이 곧 운명인가? 운명이 아닌가? 운명이라고 말한다면 방년 스물여덟이 어찌 청춘이 아니겠으며,
운명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간사한 이에게 화를 내리는 이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비록 나에게 생각이 미치지 않더라도 유독 젖먹이 두 아이에게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가?
다른 날에 두 아이가 장성하여 만약 생모를 묻는다면 내가 장차 무슨 말로 답하겠는가? 말과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오장을 도려내는 듯하다.
임종할 때에 영결하지 못하고 염습할 때에 보지 못하였으니 이 한이 맺혀 있어 죽어서도 눈을 감기 어렵다.
서쪽으로 옛 집 (왕자시절 사가)을 바라보니 눈물이 물 흐르듯 하다.
저승과 이승이 영원이 갈라져 소식이 서로 통하기가 어렵고, 소리를 머금고 슬퍼하니 눈물이 흐르는 시내를 이루었으며,
슬픔을 품고 제문을 지으니 목메어 차마 못 짓겠네. 촛불 아래에서 붓을 적시니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못하였다.
영혼이여! 멀리 가지 않았으면, 이 슬픈 정을 살펴다오.
온화한 말과 낭낭한 소리를 어느 날에 다시 듣고, 온화한 얼굴과 부드러운 낯빛을 어느 때에 다시 보겠는가?
매사 슬픔이 더해지고 물건마다 마음이 상하니 바야흐로 함께 살면서 해로하고자 했는데
어찌하여 합하였다가는 다시 이별하게 되었는가! 날마다 더욱 애달파서 이 정을 억제하기 어렵구나.
영혼은 아느냐? 영혼은 아느냐? 지금 내 이 글은 나의 심곡[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하소연하는 것이니
어찌 차마 글을 꾸미고 지나치게 칭찬하여 평소 삼가고 경계하는 마음을 저버리겠는가!
발인할 시기가 임박하면 다시 대신 잔을 올리게 할 것이다. 영혼이 반드시 어둡지 않다면 나의 정성을 헤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