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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최은희 대학생 기자] 지난달 13일에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레스토랑. 메뉴판 속 요리마다 Ⓥ자가 표시되어 있다. 이것의 의미는 바로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 옵션’이 가능한 메뉴들이다.
최근 비건 생활을 시작한 대학생 이은지(23) 씨도 이곳을 찾았다. 이 씨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친환경적인 식단과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육류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veganism)’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거니즘이란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 및 관련 철학을 뜻한다. 단순한 채식주의를 넘어서 동물 화학 실험 제품, 동물성 제품 소비를 지양하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명에 달한다. 채식 인구가 15만명에 불과했던 2008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문화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왜 MZ세대는 왜 비건 트렌드의 주도층으로 떠올랐을까.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MZ세대들이 지향하는 소비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며 "특히 청년층은 동물복지와 친환경적 소비를 위해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는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를 자청한다. 이들은 환경오염과 동물권 보호 문제를 직접 체감하며 자란 세대다. 자연과 공생하며 미래를 살아가야만 하는 당사자로서 본인들이 변화를 꾀할 주체임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MZ세대에게 ‘윤리적 소비’는 중요한 화두이며 환경과 동물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비건은 이런 면에서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선택지다.
대학생 김가현(23) 씨도 올해 초부터 비거니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씨는 “소들의 젖이 피투성이인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비거니즘을 시작했다”며 “아직 엄격한 채식 단계는 아니지만, 육식을 하지 않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 동향에 발맞춰 비건 식품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식물성 버거를 출시했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채식 라면 등 다양한 비건 제품을 출시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뷰티업계 역시 비건 화장품을 속속 개발하는 추세이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나 비건 제품 소비층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거니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자신의 식단이나 사용 제품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본인 만족이면 상관없는데 제발 남한테 채식을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건이 아닌 이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원복 대표는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육식주의의 대척점에 선 비거니즘은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며 “엄격한 채식이 어렵다면 하루 한 끼 정도 채식 식단을 소비하는 등 단계적 방법을 실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