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쩌리쩌리쩌리
https://youtu.be/VAs1MlJc8MM
S# 39. 방송국 전경(낮)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흐르는 가운데 방송국 건물이 비에 젖고 있다. 카메라 스튜디오 창가로 다가서면 석영이 창가에 서서 밖을 보고 있다. 노란 우비를 입은 한 여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방송국 입구를 지나 방송국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S# 40. 라디오 스튜디오(낮)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계속 흐르고……. 창밖을 보던 석영이 고개를 돌려 부스를 보면 최곤과, 박민수까지 짬뽕을 먹고 있다. 배달부 장 씨, 부스 안에서 최곤의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흠뻑 취해 있다. 석영, 포기하는 표정으로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그때 김 양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김 양: (낭랑한 목소리로) 커피 시키신 분.
박민수: (부스 안에서 마이크 통해) 여기.
하고 손을 흐는다.
(jump)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계속 흐르고 있다. 최곤, 김 양이 배달해 온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김 양,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에 젖어 든다. 석영이 최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양: 아저씨, 이 노래 한 번만 더 틀어 주면 안 돼?
최곤, 보면
김 양: 안 돼요? 우리 다방은 리필해 주는데.
최곤: 그러지 뭐.
김 양: 난 이 노래 들으면 엄마 생각나더라. 우리 엄마 십팔번이거든.
그때 석영이 들어온다.
석영: 나와요.
김 양: 손님 다 마실 때까지 옆에 있는 거예요.
노래 끝나 간다. 최곤을 노려보던 석영이 나가려는 순간,
최곤: (석영 들으란 듯) 너 엄마한테 한마디 할래?
최곤 말에 깜짝 놀라는 김 양.
김 양: 아저씨 뭔 이야기를 해?
최곤: 엄마 십팔번이라며. 엄마 이야기해.
석영, 멈춰 돌아보고 노래 완전히 끝난다.
최곤: (마이크 올리고) 오늘은 애청자 중 한 분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밖에서 듣고 있던 박민수와 박 기사가 놀란다. 최곤, 김 양에게 얘기하라고 손짓한다. 석영, 화난 표정으로 최곤을 바라본다.
김 양: (마이크 앞으로 다가앉으며) 안녕하세요? 저는 요 앞 터미널 바로 건너편 터미널 다방에 근무하는 김 양입니다.
INS. 터미널 다방. 다방 안 스피커에서 김 양의 목소리가 나오자 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다.
박 양: 김 양이다.
손님1: 쟤 저기서 뭐하는 거냐?
김 양(E): 저, 먼저…… 평소 터미널 다방을 이용해 주시는 손님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
김 양의 말에 다방 손님들과, 특히 사장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김 양(E): 세탁소 김 사장님하고 철물점 박 사장님, 이번 달에는 외상값 꼭 갚아 주세요. 김 사장님 4만 7천 원이구요…….
INS. 영월 시내 세탁소 내부. 세탁소 사장,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얘기를 듣다 놀란다.
김 양: 철물점 박 사장님…… 맨날 쌍화차 드셔서 좀 많은데…… 10만 4천 원인데…… 4천 원 까고 10만 원만 받을게요.
INS. 영월 시내 철물점. 철물점 사장,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얘기를 듣고 당황한다. 옆에서 철물들을 정리하던 사장의 와이프가 남편을 째려본다.
김 양: 안 갚으시면 제 월급에서 까지는 거 아시죠?
스튜디오, 김 양의 말 계속 이어진다.
김 양: (잠시 뜸들이다) 엄마, 나 선옥인데…… 나 방송 출연했거든. 엄마, 잘 있지?
석영,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최곤을 노려본다. 최곤, 석영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김 양에게 계속 말하라고 손을 흔든다. 김 양, 잠시 말을 멈추더니 표정이 무거워진다.
김 양: 엄마, 비 오네. 엄마, 기억 나? 나 집 나오던 날도 비 왔는데. 엄마, 알어?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때는 내가 엄마를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울음을 삼키며) 집 나와서 생각해 보니까 세상 사람들 다 밉고, 엄마만 안 미웠어……. 엄마, 나 내가 너
무 미워서…… 좀 막 살았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더 미워.
김 양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석영의 표정이 동정으로 변한다.
INS. 지국장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사연을 듣고 있는 지국장의 표정 슬프다.
김 양: 엄마, 나 비 오면 엄마가 해 주던 부침개 해 보거든. 근데 엄마가 해 주던 것처럼 맛있게 안 돼.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봤는
데 잘 안 돼. 엄마,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하고는 무너져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흐느낀다. 최곤이 김 양을 바라보다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을 내보낸다. 김 양의 흐느낌이 노래에 묻힌다. 최곤, 부스를 나온다. 석영이 김 양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최곤이 창가에 선 박민수에게 다가가면 박민수의 눈이 젖어 있다.
최곤: 뭐야?
박민수: 장마가 지려나?
박민수, 괜히 목을 빼고 창밖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