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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내가 겪은 조현병 이야기

작성자ISFP인데 ISTP도 가끔나오는여시|작성시간22.03.03|조회수4,828 목록 댓글 22

출처 : 여성시대 나는 저녁을 안먹을 것이다


여새들 안녕! 홍콩방에 조현병 관련 이야기들이 올라와서 나도 내가 겪은 조현병 이야기를 얘기하려고 해. 나는 지금 완전히 다 나았고 약도 끊은 상태야. 솔직히 이때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진 않지만, 조현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이런 증상이 있는 여시들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갔으면 해서 올려.


1. 조현병 발병 계기

나 같은 경우는 극심한 스트레스때문에 조현병이 발병했어.
방음이 안 되는 자취방인데 옆옆집에 고등학생이 혼자 이사왔어. 그리고 이후로 새벽마다 친구들을 데려와서 시끄럽게 깔깔대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신음소리가 들렸어. 나는 녹음을 했고 집주인한테 말했어. 그러다 옆집 분도 옆옆집 고등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셨고 그대로 집주인분이 고등학생이 들어오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서 셋이서 찾아갔어.

친구랑 있던 쎄보이는(운동부일거같은 느낌..)고딩한테 집주인이랑 내가 새벽에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새벽에 왜 친구들을 데려와서 떠드냐, 새벽에 샤워하면서 왜 노래를 하냐 등 따졌어. 그러니까 절대 미안하다고는 안하고 뭐라뭐라 대꾸를 하는거야. 그 다음에 집주인은 돌아가고 나도 내 집쪽으로 돌아갔어.

근데 문을 닫으니 ㅆ1발, ㅈ같은 녀ㄴ, 그 담에 뭐라했지 암튼 진짜 별의 별 욕을 다 하는거야 소리를 지르면서. 그러고 그 고등학생이 내 옆집에 찾아가서 왜 녹음을 하냐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난 문열고 나가서 그 고등학생이랑 다시 말싸움을 했어. 처음엔 나이 어려도 존댓말로 했는데 그쪽에서 틱틱대고 ㅆㅂ 이러는데 나도 얼척없어서 그냥 반말깠어 그러니까 그쪽도 반말로 하더라. 암튼 서로 소리 지르다가 고딩쪽에서 먼저 말이 막혀서 쿵쿵대며 계단 아래로 나갔어. 그래서 난 내 자취방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걔네가 올라오더니 또 소리지르면서 뭔 년, 무슨 년 이러는 거야

새벽 내내 이번에는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는 이렇게 누구랑 싸워본 적이 평생 처음이었고 거기다 이런 욕을 들은 적도 거의 처음이어서 심장이 쿵쿵 댔어서 잠도 제대로 못잤어. 근데 그날 이후로 밖에서 욕이 들리면 다 나한테 말하는 소리 같은거야. 처음엔 그 고등학생 목소리랑 비슷한 목소리만 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들렸는데 그게 일주일 가더니 그 이후로 그냥 모든 욕 들어간 말은 나한테 하는 것처럼 들렸어.


2. 조현병 발전 과정

나는 이게 일시적인 증상일거라고만 생각했어. 그렇게 삼주 정도를 보냈는데 약 이주 동안은 내가 생각하는게 피해망상이고 이게 실제가 아니란 걸 '인지'는 하고 있었어. 그런데 삼주째부터는 헷갈리기 시작하는거야. 그리고 삼주째 부터는 그냥 욕이 아니라 바람 소리도 이상하게 나한테 하는 욕처럼 들리고, 그냥 작은 소리도 나한테 말을 거는 느낌이라 귀가 아플 지경이었어. 건물 짓는 소리도 건물 짓는 소리로 들리는게 아니라 누가 일부러 나 싫어해서 쾅쾅 뭘 때리는 것 처럼 생각이 됐어. +누가 날 감시한다는 느낌도 들었어

그런거 있잖아 예를 들어
I try to read I go to work라는 가사가 있는데 한국인 귀에는
차두리 골넣어 이렇게 들리는 것처럼
그냥 바람 소리가 따로 이상하게 들리고 그런 느낌??


3. 병원에 간 이유와 약을 먹은 후

내가 병원에 간 건 거의 증상을 겪고 한달이 되었을 때 였어. 집에 있었는데 누가 우리집을 쿵쿵 쳐댄다고 생각하고 계속 밖에 내려갔는데 아무도 없었거든. 아무도 못 발견하고 그냥 허공에 내가 "뭐야 ㅆ1발아!!"하고 소리질렀고, 이때 아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구나, 일시적인게 아니구나 하고 바로 정신과 가서 내 증상을 설명하고 무작정 조현병 약을 달라했어.

다행인건, 내가 간호학과에 다녔어서 어느정도 정신병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매일 일기를 쓰며 증상들을 기록해 놔서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었단 거야. 병원 가기 귀찮아서 미루는 중에도 항상 일기장에는 '지금 내가 느끼는 게 진짜가 아닌 걸 안다' 이렇게 하면서 다잡아서 내가 더 심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던 것 같아.


병원에 다녀온 후 약 먹으니 조현병 증상이 싹 사라졌어. 피해망상, 환청 등 날 괴롭히던 모든 게 사라졌어. 의사선생님은 이주분만 주시려고 했지만 혹시 몰라서 난 조현병 약을 한달간 (자기전)에 먹었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난 괜찮아.



나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갑자기 발병할 수도 있는게 조현병이고 그만큼 (주변에서 모르지만)흔할 수 있는 병이라 생각해. 의사도 아닌데 나서서 진단한다, 뭐만 해당하면 다 조현병이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조현병 증상의 작은 부분이라도 해당한다면 의사한테 상담해보길 바랄게.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더 잘됐으면 좋겠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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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Be the best version of you | 작성시간 22.03.03 헐 진짜 너무너무 극심한 스트레스였나봐.... 조현병에 대해 찾아보고 있었는데 이런 원인으로 발병할 수도 있구나 여시야 고생 많았어 정말 ㅠㅠ 그리고 병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해줘서 고마워
  • 작성자윤석열(19601218~20220509) | 작성시간 22.04.05 저 고딩새끼 시바 하
    다행이야 여시
  • 작성자r=vd해낸다당근 | 작성시간 22.04.12 정말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 처하면 이렇게 될수도있구나... 여시 너무 지혜롭게 잘 대처했다
  • 작성자더 잘 된다 | 작성시간 22.11.24 와 진짜 갑작스럽게 오기도 하는구나..ㅠㅠ여시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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