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036540
측근에 "이쯤 했으면 됐다…정계 은퇴한다" 밝혀
대구 집 처분하고 양평 땅 매입…전원생활 위한 주택 건축 준비
"내가 무슨 정치를 더 하겠나. 이제 이쯤 했으면 됐다." 김부겸 국무총리(64)가 퇴임 이후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주변에 해온 말이라고 한다. 정계 은퇴 결심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정치권에서 총리직은 더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겐 중요한 발판처럼 여겨지곤 한다. 총리직을 수행하며 얻은 인지도와 지지도가 밑거름이 돼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아니었음에도 퇴임 후 대선에 도전한 총리 출신 인사가 여럿이다.
선후가 다른 경우도 있다. 이미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이들이 총리가 된 경우다. 이 역시 총리직이 정치적인 무게감을 이전보다 더 키워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김 총리가 바로 이 경우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부터 여권의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총리 임기가 끝나면 이제 꽃을 피워볼 수 있을 때였다. 그런 김 총리가 기회의 시간인 지금, 주변에 밝히고 있다는 정계 은퇴 결심은 다소 뜻밖이라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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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5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3·15 의거 기념식에 참석 하고 있는 김부겸 총리ⓒ연합뉴스
金 총리, 유임설에 "불가능한 일" 일축
최근 김 총리에게 관심이 쏠린 건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떠오른 유임설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이 초대 총리를 새로 임명하지 않고 김 총리 유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이다. 직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고, 총리실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180석 거대 야당을 맞닥뜨려야 할 차기 정부 입장에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이며, 실현된다면 김 총리에게도 나쁘지 않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김 총리는 평소 통합·공존·상생을 강조해온 정치인으로 보수진영에서도 호평이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국론 화합에 기여한다면 정치적 입지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총리는 단호했다. 그는 카타르 순방 중 직접 기자들과 만나 "개인이 협치의 상징이 되면 안 된다.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며 유임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마침 일각에선 그가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부겸 총리의 진짜 속내는 뭘까. 그가 어떤 사정과 상황에 있을지 궁금했다. 그의 가까운 지인 A씨에게 최근 그의 사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예상 밖의 이야기가 돌아왔다. "김 총리가 총리를 퇴임하면 정계를 은퇴한다더라." 총리 유임도 당 대표도 대권 도전도 아닌 정계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A씨는 직접 들은 김 총리의 퇴임 이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풀어놨다. 경기도 양평에 전원주택을 지어 부부가 둘이서 소박하게 자연생활을 하면서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실이라면 정말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뜻을 확고히 가진 셈이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 총리는 실제 A씨가 말한 계획대로 준비해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 실행은 김 총리가 총리에 취임한 지난해 중순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지난해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아파트를 처분했다. 대구는 김 총리의 정치적 근거지다. 경북 출신인 김 총리는 경기도 군포에서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3선을 한 뒤 대구로 지역구를 옮겼다. 2012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에서 기어이 당선됐다. 보수 텃밭인 TK 지역의 한복판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한 것이었다. 비록 2020년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그는 영락없는 '대구의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대구의 자택을 처분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미 대구 지역 정가에선 김 총리가 대구에서의 정치를 은퇴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대구 집을 처분한 그가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양평에 땅을 매입한 것이다. 지난해 5월 김 총리는 부인 명의로 양평군 강하면의 임야 약 178평(618㎡)을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