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적는...
그리고 빅데이터를 위한
일랜시아 ) 뉴비의 성장일지...
이 글은, 지극히 뉴비의 시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저처럼 코로나로 자가격리중이라 심심해 미치겠는 분들만 보세요 너무너무 길어서 토나올수도 있습니다.
컴퓨터광잼민 시절을 보낸 9X년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일렌시아라는 게임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작성자는 7살 때 초보자탐색장에 갇혀 그대로 게임을 접었던 기억이 있다)
보통 조선시대에 출시한 게임들 중 아직까지도 서버가 운영되고 있는 게임을 살펴보면
과거보다 탄탄한 운영팀을 꾸려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발전했다든지 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메XX스XX, 테XX런X 등)
넥슨이 정말 추억보존이라는 명목으로 서비스종료를 때리지도 못하고 그저 손만 놓아버린 비운의 게임이 있는데...
일렌시아는 애석하게도 후자에 속하는것 같다.
허접한 도트에 고퀄리티 bgm 그리고 개 쓰레기같은 운영 현황..
대체로 포털 사이트에 RPG 게임 캐릭터 육성법을 치면 직업별 공략법이 A부터 Z까지 상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일랜시아 공략법을 치면 열에 열은 서론에 매크로 사용법과 다운로드 사이트 url을 걸어놓는다
그만큼 매크로가 필수인 게임이 되었고 이걸 다르게 말하자면 버그와 매크로를 잡는 운영팀이 없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일랜시아도 무정부로 충분히 운영되는데, 대한민국도 무정부로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 설명했으면 다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이해했을테니 운영 관련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적도록 하겠다.
고인물들 공략대로 매크로 깔고 스피드핵 깔고 어찌저찌 캐릭터 생성 완료!!
하지만 작성자는 캐릭터 생성과 동시에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발호...
고인물과 마주치는 일이 발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순수 100%의 개 찐따 캐릭터가 주먹으로 몬스터를 패고 있으니..
이 세계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무튼 고인물 유저 두명은 좀 특이했던 게,
이 게임을 시작한 뉴비가 정말 안타까움 vs 뉴비를 도와주고 싶음
반대되는 의견의 둘이었던지라 보는 내가 다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유저 지나가던고인물2는 일랜시아를 시작한 내가 정말 진심으로 못마땅했는지 내 척살령을 올려버리곤 떠나버렸다.
...
와중에 또 지나가던 다른 고인물은 맨손으로 잡지 말고 무기라도 쓰라는 말을 건넸는데.
안타깝게도 난 무기를 살 돈이 조금도 없었다.
단 1 갈리드도 없었기 때문에 몬스터가 떨구는 아이템을 상점에 팔아 돈을 버는 수밖엔 없었는데,
맨손으로 닭을 한 10대는 쳐 패야 50대 50 확률로 (나옴,안나옴 ㅋㅋ) 달걀을 얻을 수 있었다.
달걀의 시세는?
마치 달에 몇십-몇백씩 꼬박꼬박 저축하여 언젠가는 집을 살 거라고 다짐하는20대의 내 모습을 게임속에 그대로 빼다 박아 어쩐지 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머리를 써야 되지 않겠는가?좌절하고 있을 때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다.
「이 게임은 요리, 낚시, 사냥 등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게임이고
매크로가 있기에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거기다가 인벤토리가 가득 차면 다른 아이템은 더 이상 획득할 수 없어 땅에 버려지게 된다」
젠장.. 낚시 매크로 돌리는 애들 찾아가서
물고기 몰래 주워다가 팔면 되잖아!!!!!!!!!!!!!!!
난 내가 20대라서 좋다.
대가리가 비상하고 찬란한 지금의 내가 정말 사랑스럽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지,..
이렇게 정말 신나게 물고기재태크를 약 1시간동안 하던 중
또 다른 위기가 불쑥 찾아오게 된다...
갑자기 렉이 심하게 걸려
수영 도구 없이 캐릭터가 물에 빠지는 버그가 발생한다.............
X발.. 도대체 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어 이번에도 검색충짓을 했다.
그러던 도중
2008년, 일랜시아 공식 홈페이지에 작성된 답변 하나.
그냥 일랜시아에는 이런 버그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빠져나오는 방법은 단 하나.
수영모자를 쓰고 헤엄쳐서 나오기!
물론 바로 앞에 있는 상인NPC가 수영모자를 팔기는 했었다
단 돈 10만원에.
내가 한시간 가량 물고기를 열심히 주워다가 판 노력의 산물은
고작 2만6천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에 빌었다.
모태무교지만 저 순간만큼은 샤머니즘도 믿었다.
하지만 이 게임,
망할대로 망해서 그 누구도 내 주변을 지나가지 않는다.
결국 비참하게 일랜시아 게시판에 sos 구조 요청 게시글을 남기고 또다시 하늘에 빌기 시작했다.
님들 그래도 게임 게시판 정도는 봐주겠지... 님들끼리도 비매너 유저 박제할 신문고는 필요할 거 아냐.
게시판에 쓴 글 내용 그대로 난 정말 물에 빠진 상태로 '도와주세요'를 5분에 한번씩 입력하면서 사람을 기다렸다...
한 25분쯤 지났을까....
한 아름다운 외형의 유저분께서 배를 타고 내게로 건너오는 것이 아닌가...
난 이날 이후로 샤머니즘을 맹신하게 되었다.
신께서는 내게 마을로 이동할 수 있는 귀환주문서(오란의깃)을 주고 ㅋㅋㅋㅋㅋ를 꽤 많이 치시고는 떠나셨다.
그리고 나는 한 번 더 은혜(One More Time, OK?)를 입게 되는데...
게임창에 무언가가 반짝반짝거려 확인해보니 1:1 귓속말 창에 '구출되셨나요?'라고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잽싸게 젠틀한척 '네, 어떤 유저분께서 도와주셔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라고 전송했다.
엄마아빠를 더는 걱정시키기 싫은 철든 장녀의 모습이라고 설명하면,
작성자의 의도가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가.
그러자 그분께서는 내 위치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물으시더니
대뜸 내 캐릭터 앞에 나타나 수영모자와 40만원을 주시고 이런 말을 하셨다.
「이제 물고기 안주워도 되지 않겠어요?」
이날 난 이분에게 반해 약 4시간 가까이 파티 사냥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이분은 나에게 다른 차원의 마을로 이동하는 방법과 새로운 몬스터 등을 소개시켜 주시곤 떠나셨다.
자기도 10년만에 접속해서 너무 오랜만에 보는 애들이라고 설레하셨는데
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너무 신기해서 가슴이 심하게 막 두근거렸었다. (참고로 코로나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아이스푸푸랑 순록도 잡고 너무너무 신기했다.
내가 7살 때도 알지 못했던 신세계가 눈앞에서 펼쳐진다니 ?!
엄청나게 들떠서 이분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아
무
튼...
일랜시아를 하면서 느낀 건...
하기 전에는 분명
이딴 개쓰레기 망겜 게임을 도대체 왜 아직도 서비스하는거야?
하긴 추억보존용으로 서비스하면 좋지 나도 적당히 하다 빠져야겠다
같은 가벼운 마음이었을지라도
일랜시아를 실컷 즐기고나서 침대에 누우니..
그 날 사람들이 건넨 따뜻한 말
그 날 사람들이 도와준 기억
그 날 유저들이 나에게 베푼 은혜
그 날 고인물 유저와 나눈 수많은 대화
그 날 겪은 모든 에피소드
이 모든 것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왠지모르게 가슴이 좀 찡해지는걸 느꼈다.
추억 탐방 온 뉴비들은 잠깐 와서 쉬다 가고
고인물은 잠깐 놀러온 사람들을 보며 반가움을 느끼고 도와주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유저들에게 일랜시아는 추억 그 이상의 존재로 여겨지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의 일랜시아 체험기는 대 성 공이다!
앞으로도 종종 접속해서 고인물이 되도록 노력할거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남편남친시댁얘기하지마좀 작성시간 22.04.15 아 일랜 다시 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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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일운동랩업 작성시간 22.04.15 아 나 아템 개많구 베베셋 열개는 있는데 걍 재미없어서 접었는데 이거보니 또 하고싶네 막상깔면 또 재미없디마누ㅠ추억이 새록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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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고양ㅇI 작성시간 22.04.15 나 7년 전까지도 일랜 했었음ㅋ보트가 금괴 역할이더라ㅋㅋㅋㅋ 존나 따수운 게임이야 추팔하려는 사람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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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해괴한 달밤 작성시간 22.04.15 와 나 일랜시아개쳐돌이였는데..세르니카 맞나? 옛날에는 세르니카가기 진짜 힘들었는데 거기가서 물방울무늬치마사고싶어서 막 마을 건너건너 일부러 캐릭터자살시켜서 세르니카 교회로 떨어져서 가고 그랬어ㅠㅠ 와 진짜 추억이다ㅠㅠㅠㅠㅠㅠㅠ내 인생에서 제일 애착가는 게임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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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women is the future 작성시간 22.04.24 와....난 이겜 안해봤는데 겜방에서 우연히 브금 들었는데 ㄹㅇ 갓이더라...여시글 읽으니까 괜히 추팔하는 사람들 다시 몰려서 활성됐음 좋겠네ㅠㅜ글잼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