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374
올해 59세인 허 모 씨는 강원도 철원의 학교 조리실무사로 19년 7개월간 일했다. 지난해 5월 20일,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퇴직했다. 4월부터 가슴 통증이 있었지만 병원에 가지 못했다.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자기가 쉴 경우 같이 일하는 동료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5월 6일, 학교 재량휴업일이 돼서야 포천의료원을 찾았다. 의사는 결핵이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5월 20일,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암이 뼈와 뇌에 전이된 상태였다. 허 씨는 믿을 수 없었다. 매년 하는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고, 지병이나 가족력도 없었으며, 흡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 씨는 6월 3일부터 서울대병원을 다니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허 씨는 요양을 위해 철원군에서도 외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허 씨는 머리가 다 빠져서 집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손톱과 발톱이 쉽게 터져 피가 흐른다. 손 껍질이 얇아져 지문이 모두 없어졌다. 머리에는 부스럼이 난다. 입 안이 다 헐어 밥을 넘기기가 힘들어 주로 동치미를 마신다. 살기 위해서 억지로 숟가락을 들지만 쉽지 않다. 어깨가 튀어나와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폐암, 폐기종, 유방암, 위암, 갑상선암…‘죽음의 일터’가 된 급식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전국학비노조)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365명 중 3.6%인 189명이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승경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부 차장은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5명만이 폐암으로 산재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의 중학교 조리사가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뒤로 해마다 2~3명에 그쳤던 신청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45명 중 15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고, 29명은 역학조사 중이다. 1명은 끝내 인정을 받지 못했다
폐암 비중이 가장 높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암이 발생한다. 맹금옥 전국학비노조 강원지부장에 따르면, 강원도에서는 폐암과 폐기종, 갑상선암 2명씩, 유방암 3명으로 모두 9명이 산재 신청을 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한 학교에서 5명이 유방암, 위암, 폐암 판정을 받았다
한 달에 7~80%가 튀김, 볶음, 구이 요리…각종 유해물질 흡입
조리사는 짧은 시간에 수백 명에서 많게는 천 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를 준비한다. 매일 기름과 가스 냄새, 연기, 열기, 수증기가 뒤섞인 곳에서 일을 한다. 특히 고온에서 튀김, 볶음, 구이 요리를 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입자성 물질에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결합하는데, 이를 ‘조리흄’(cooking fumes)이라고 한다. 초미세먼지보다도 입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폐 깊숙이 들어가 폐암 발병률을 높인다. 허 씨는 “연기를 들이마시고 나면 속이 매스꺼워 점심 먹는 것도 힘들 정도”라며 “조리가 끝나면 밖에 나가서 심호흡을 했다”고 토로했다.
<단비뉴스>가 입수한 “전국학비노조 2021년 급식실 산업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월 조리일수 가운데 볶음, 튀김, 구이 요리를 한 평균 일수가 ‘10일 이내’는 21.7%, ‘10일 이상~15일 미만’은 28.9%, ‘15일 이상 20일 미만’은 29.7%, ‘20일 이상’은 19.6%였다. 일상적으로 조리흄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9년에 “조리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리 종류와 조리 방법별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분석했는데, 전반적으로 전, 튀김 등 기름을 사용하는 요리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높았다. 발암물질 중 하나인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발생량은 오리 불고기, 계란말이, 계란프라이, 야채 계란볶음밥, 야채튀김 등의 요리를 할 때 높았다. 삶기, 조림, 찜 요리를 할 때는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허 씨는 “삶거나 찜 요리를 할 때는 튀김, 볶음보다 낫다”고 말했다.
조리과정에서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알기 위해서, 교육청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지정한 전문기관에 위탁해 각 학교의 작업환경을 측정한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급식실 환경 개선, 조리방법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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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주먹구구식 측정에서 벗어나, 어떤 유해인자를 측정할지 기준에 대한 연구와 전문가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학교에서는 벤젠, 아크릴로니트릴 등이 검출되는데도 측정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함 교수는 “환경부의 실내 공기질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생략)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도 “노출 기준 미만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할 수 없다”며 “저농도에서 장기간 노출되면 위험한데, 역학적 조사가 없는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생략)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화학물질과 물리적 인자의 노출 기준” 제3조와 2017년 대법원 판례(2015두3867)에서도 “유해물질에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여러 유해물질이 복합적으로 노출될 경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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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입찰제’로는 제대로 된 환기시설 갖추기 어려워
급식실의 환기시설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후드가 유해물질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환경측정에 참여했던 이재진 전국학비노조 정책국장은 “후드가 풍속이 낮아 유해물질을 빨아들이기 어렵고, 작동을 안 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생략)
교육부의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에는 후드 형태와 성능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빠져 있다.
함 교수는 ‘최저입찰제’도 문제로 지적했다. 무조건 저렴한 업체에 맡기다 보니 환기시설을 설계할 때 성능과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략)
무관심 속에 급식실 작업환경 관리‧감독 소홀
고용노동부는 “학교 급식실 표준 환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교육부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생략)
지침보다 중요한 건 관리‧감독이다. 2018년 4월 경기도 수원시에서 조리사 A 씨가 사망하기 전, 후드와 공조기 등이 고장 나 급식 조리사들이 개선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방치했다. 이후엔 상황이 좀 개선됐을까? “2021년 급식실 산업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년 이내 교육청에서 공기순환장치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곳이 64.3%나 됐다. 그나마 점검을 하더라도 학교의 자체점검에 그칠 뿐만 아니라 환기와 관련된 전문성이 부족한 영양사나 영양교사에게 점검을 맡기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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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광안리해수욕장 작성시간 22.05.13 진짜 여초 직업은 대우 개똥 같아
딸배들 택배기사들은 그렇게 챙기느네 -
작성자뭐이런개솔 작성시간 22.05.17 이래도 영양사 살인자라고 부르는 에리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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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뽀 뽀 작성시간 22.06.09 아... 생각도못했어 진짜...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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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띠리딩띵까 작성시간 22.10.18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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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릴러멀즈 작성시간 22.12.06 이래서 지금 교육청에서 학교급식종사자 대상 폐암검진 하고 있어.. 환기가 잘 되는것부터시작해서 얼른 환경이 좋은쪽으로 바꼈으묘누좋겟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