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761489?sid=105
한국은 1990년 처음으로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1)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비는 단 28억5000만원. 그만큼 기술이 없었고 개발 환경도 열악했다. 그러나 KSR-1은 1993년 6월 첫 발사에 나섰다. 그 뒤로 KSR-II와 KSR-III가 2002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개발됐다.
선진국 수준의 로켓 개발이 이뤄진 건 2002년 8월부터였다.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통해 2단 로켓 나로호(KSLV-I)를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로켓 개발을 목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기술진의 무시와 보안요원 감시는 생각보다 컸다. 사실상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웠고, 나로호 1단부도 사실상 러시아 완제품을 들여왔다. 나로호는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 발사에 실패했고, 기술 결함 파악도 오랜 기간이 걸렸다. 결국 2013년 1월 세 차례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 개발 수장인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3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러시아와 나로호를 개발할 때가 가장 어려웠고 기억에 남는다"며 "특히 2차 발사 실패한 이후에는 말도 생각도 달라서 원인 분석에 대한 합의가 안 돼 발사가 수 개월 미뤄졌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고 본부장은 "러시아가 '너희들이 뭘 아냐'는 식으로 우리를 무시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스친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 조립을 모두 했기 때문에 과거의 설움도 없고 기술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우주 발사체(로켓) 독립을 일궈내겠다는 한국의 집념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성능검증 위성을 목표대로 우주에 안착시키고 지상과 교신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1990년 과학로켓(KSR) 개발을 시작으로 기술 독립을 꿈꾼지 30여 년 만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1톤급 실용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로 도약했고 달과 우주 탐사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오후 5시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누리호의 발사 성공"을 선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뤘다"며 "대한민국은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정부는 국민과 함께 우주 강국을 향한 담대한 여정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