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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뉴스데스크]고객 통사정에 나홀로 작업…세아이 아빠는 두팔을 잃었다

작성자블루베리크럼블쿠키|작성시간22.07.13|조회수22,528 목록 댓글 24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98377?sid=102

통신선을 설치하다가 감전 당해 두 팔을 잃은 하정원씨가 아내를 태우러 가기 위해 차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간지러워 미치겠는데, 긁을 수가 없어요. 이게 진짜 답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요.”

하정원(가명·34)씨는 3년 전에 잃은 두 팔이 아직 가렵다. 환상통(신체 절단 부위에서 느끼는 통증)이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가려운 그곳에는 쇠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수가 자리잡고 있다.

케이티(KT) 자회사인 케이티서비스남부 진주지사에서 인터넷 개통·수리를 하던 정원씨는 안전에 민감했다. “전봇대를 오르다가 몇번 떨어져 봤거든요. 제 주위에도 저랑 같은 일을 하다가 떨어져서 하반신 마비가 온 형이 있어요. 다치면 아이들 못 먹여 살리니까….”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두 손이 전기에 타버린 2019년 1월9일에도 작업 전에 주변 위험 전압을 감지·경고하는 활선경보기를 테스트했다. ‘삐~’ 하는 소리가 잘도 울렸다. 하지만 실제 작업할 때는 고압선에 흐르는 3만 볼트를 감지하지 못했다. 불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났던 날, 아침부터 정원씨는 “빨리 와달라”는 고객들의 독촉 전화에 시달렸다. 2011년부터 9년째 진주에서 일한 그에게 안면이 있는 공장주는 “포클레인 작업을 하다 인터넷 선이 끊어졌으니 당장 와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일정에 없는 작업이었고, 이미 출근과 동시에 10건이 넘는 사건을 배당받은 상황이었다. 회사가 권고하는 하루 적정 작업량은 7건인데, 중간에 접수되는 사건까지 맡으면 하루 15~20건을 처리하는 것이 예사였다.

정원씨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그날을 떠올렸다. “공장부지 안 전봇대와 공장 밖 전봇대 사이에 끊어진 구간들이 보이더라고요. 새로 연결한 통신선을 걸기 위해 공장 옥상을 통해 공장부지 안 전봇대로 이동한 뒤 두세 걸음 정도 오르다가 기절했어요.”

정원씨가 작업했던 공장 주변은 고압선과 통신선이 함께 걸려 감전 위험이 높은 전봇대가 많았다. 정원씨는 그 지역에 통신선만 거는 통신주를 세워달라고 회사에 요구했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 요구 묵살, 과중한 업무량, 울리지 않은 활선경보기, 절연이 불가능한 목장갑. 1인 작업…. 정원씨의 산재는 이 모든 것이 곪아 터진 결과물이었다.

“아버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드님) 목숨이 왔다 갔다 합니다.” 의사는 ‘어깨까지 양팔을 모두 잘라야 한다’는 소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원씨의 아버지를 다그쳤다. 고작 서른한살의 나이에 세 아이를 둔 아빠가 감당하기엔 가혹한 수술이었다. 결국 정원씨 아버지는 아들을 구급차에 태워 화상특성화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정신을 차린 정원씨가 회사 사람을 보고 처음 한 말은 “사고 났을 때 뒤의 고객님들은 다 어떻게 되셨어요?”였다고 한다. “걱정이 되잖아요. 고객들이 기다렸을 테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원씨의 몸이었다. 정원씨는 양팔을 차례로 절단하는 것을 포함해 총 14차례 수술을 받았다.

정원씨 사고 이후 케이티서비스남부지회 노동조합은 케이티서비스남부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지난 5월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단독 한종환 부장판사는 케이티서비스남부 지역본부장이었던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6개월, 케이티서비스남부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 쪽은 ‘하씨는 감전 위험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절연 보호구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무리한 작업을 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한 부장판사는 “하씨가 작업한 장소는 절연용 보호구가 필요한 현장”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전장비도 운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쪽 안전 매뉴얼에는 ‘위험요인 발견 시 관리자에게 보고해 2인 1조 작업 또는 고소작업차 이용’이라고 적시돼 있다. 고소작업차는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차량이다. 정원씨의 팀에는 팀장 포함 총 14명이 일을 했는데 고소작업차는 1대뿐이었고, 사고 당시 해당 차량은 팀장이 운행했다. 한 부장판사는 “이런 상황에서 하씨가 2인 1조 또는 고소작업차를 요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 2019년 1월 정원씨 팀이 2127건을 작업할 동안, 고소작업차의 운행횟수는 5회에 그쳤다. 정원씨는 “고소작업차 운용 교육을 받은 것은 팀장뿐이었다. 하지만 팀장이 행정 서류 작업을 도맡는 등 일이 많아 지원 요청에 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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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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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볼빨간사랑이 | 작성시간 22.07.13 회사 대응 좆같다. 피해자 스스로가 한 일이라니 ㅋㅋㅋ;; 벌금 700만원만 때려서 그래 진짜 개악질회사
  • 작성자소드웅앵 | 작성시간 22.07.13 케이티 진짜 최악임
  • 작성자추운날엔핫초코 | 작성시간 22.07.13 문제다 문제야
  • 작성자hangman | 작성시간 22.07.13 와 케이티가 평생 책임져라 애들 미래까지....와 미친거 아냐??
  • 작성자연청바지 | 작성시간 22.08.08 진짜 미쳤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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