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시카고 트리뷴, 유투브
1997년 시카고 트리뷴에 개제된 칼럼:
선크림을 바르세요.
당신의 미래에 관해 딱 한 가지만 팁을 줄 수 있다면, 선크림을 바르라고 할 거에요. 선크림의 장기적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지만, 그에 비해 제가 할 나머지 조언들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 경험들 외에는 확실한 근거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조언을 시작해볼게요.
젊음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즐겁게 누리세요.
아니, 없던 말로 하세요. 젊음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비로소 깨닫는 건 이미 그게 희미해지고 난 뒤일 겁니다. 그래도 제 말을 믿어보세요. 20년 뒤에 당신은 지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당신 앞에 너무나도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었고 당신이 너무나도 멋지게 보였다는 걸 깨달을 거에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분으로요. 당신은 절대로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살찌지 않았다구요.
미래에 관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면 걱정은 하되, 걱정을 한다는 건 방정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풍선껌을 부는 만큼의 효과밖에 없다는 걸 알고 계세요. 살면서 생기는 진짜 문제들은 당신의 그 걱정스러운 머릿속에 떠올라본 적도 없는 문제일 경우가 다분합니다. 어느 한적한 화요일 오후 네 시에 갑자기 기습하듯 닥쳐오는 그런 문제들이요.
하루에 한 번, 당신이 두려워하는 일을 하세요.
노래하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상처 주지 마세요. 당신의 마음에 함부로 상처 주는 사람을 참아주지도 말고요.
치실질 하세요.
질투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당신이 앞서있을 때도 있고, 당신이 뒤쳐져있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인생은 길고, 결국에는 오직 당신 자신과만 달리는 경주입니다.
당신이 받은 칭찬은 기억하고, 모욕은 잊어버리세요. 이렇게 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했는지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오래된 연애편지는 간직하세요. 오래된 통장 거래내역서는 버리시고요.
스트레칭하세요.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싶은지 모르겠다고 죄책감 갖지 마세요. 제가 아는 가장 특별하고 흥미로운 사람들도 22살 땐 무엇을 하고싶은지 몰랐고, 40대인 지금 아직도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세요. 무릎을 아껴주세요. 없어지고 나면 무척 그리울 겁니다.
당신은 결혼할지도 모르고, 안 할지도 모르죠. 아이를 가질 수도 있고, 안 가질 수도 있겠죠. 마흔에 이혼할 수도 있고, 결혼 75주년을 기념하며 춤을 출 수도 있고요. 무엇을 하든, 지나치게 자축하지도 말고 과하게 자신을 질책하지도 마세요. 당신이 내린 선택이지만 그 결과는 반 정도 운이고 우연이에요. 모든 사람들의 선택이 그렇죠.
당신의 몸을 즐기세요.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써 보세요. 당신의 몸도, 다른 사람이 당신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지닐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악기니까요.
춤 춰보세요. 춤 출 곳이 집 거실밖에 없더라도요.
설명서에 따를 마음이 없더라도 설명서는 꼭 읽으세요.
뷰티 잡지를 읽지 마세요. 자신이 못났다고 느껴질 뿐입니다.
부모님과 친해져보세요. 언제 완전히 작별하게 될 지 모르니까요. 형제자매에게 잘 대해주세요. 형제자매는 당신 과거와의 가장 좋은 연결고리이고, 미래에 당신의 곁에 함께 서 줄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죠.
친구들은 왔다가 또 떠나가기도 하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세요. 하지만 소중한 몇몇은 놓으면 안 되죠. 지리적 거리와 생활 방식의 차이가 커지겠지만, 그 차이를 메꾸려고 노력해야 해요. 나이가 들수록 어렸을 때부터 당신을 알았던 사람들이 간절해지거든요.
뉴욕에 한 번쯤 살아보세요. 하지만 너무 냉정해지기 전에 떠나요.
캘리포니아 북부에 한 번쯤 살아보세요. 하지만 너무 물러지기 전에 떠나요.
여행하세요.
바뀌지 않을 진실 몇 가지를 납득하세요. 물가는 오를 것이고, 정치인들은 방탕하겠죠. 당신도 나이가 들 겁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내가 젊었을 시절엔 물가도 적당했고, 정치인들도 청렴했고, 젊은이들은 노인을 공경했었는데...' 라며 미화해 기억하곤 할 거에요.
노인을 공경하세요.
다른 사람이 당신을 부양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물려받을 재산이 있을지도 모르고, 돈이 많은 배우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둘 다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것들이에요.
머리 가지고 너무 장난치지 마세요. 너무 많이 건들면 마흔 즈음에 머릿결이 여든 다섯은 돼 보일거에요.
누구의 조언을 받아들일지 신중하게 결정하되, 조언하는 이들을 인내하며 기다려주세요. 조언은 일종의 향수(鄕愁)에요. 조언한다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과거 한 조각을 건져 깨끗하게 닦고 모난 부분을 새롭게 덧칠한 뒤, 이미 수명이 다 했는데도 재활용하는 것과 비슷하죠.
어쨌든, 선크림에 관해서만큼은 절 믿으셔도 좋아요.
1997년 6월 1일
매리 슈미히
칼럼을 가사로 물랑루즈 감독 바즈 루어만이 만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