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53996.html
4대강 그후 10년, 낙동강의 재앙 ① 수생태계 현장 점검
강바닥 흙엔 실지렁이·깔따구떼
취수장 근처도 4급수
시궁창 뻘처럼 썩은 강바닥
‘고인물은 썩는다’ 보여준 10년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을 뜨고 있다. 김규현 기자
사정은 전날 찾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 본포취수장 주변도 다르지 않았다. 띠를 이룬 녹색 물결이 바람을 타고 강변으로 끝없이 밀려왔다. 덩어리를 이룬 녹조가 해파리처럼 떠다니는 모습이 수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강변에서 떠낸 흙에선 어김없이 악취가 났다. 하수처리장의 슬러지 수준이었다. 동행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말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여기 모래사장이 얼마나 예뻤는데. 이게 다 강물을 가둔 뒤 생겨난 녹조가 바닥에 쌓여 썩으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본포취수장에서 퍼올린 낙동강물은 석동정수장을 거쳐 창원시 진해구 6만5300가구 15만여명에게 수돗물로 공급된다. 지난달 ‘깔따구 수돗물 사태’가 터진, 바로 그 진해구다.같은 날 찾아간 경남 함안군 칠서취수장 앞 낙동강에선 어선도 행정선도 아닌 낯선 배 한 척이 쉼없이 수면 위를 맴돌며 초록색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녹조 덩어리가 취수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자원 관리 당국이 띄운 녹조제거선이었다. 그 소금쟁이 같은 배 한 척으로 넓은 강물의 독성 물질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조리극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