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접스러운 씹치남의 대명사 김아재는 왜 표준어나 다른 지역 사투리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걸까?
물론 그저 쒸익쒸익만 붙이고 아재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잘 썼다는 소리를 듣는 아재어는 대부분이 전라도 사투리더라. 김아재 페이스북 페이지도 그렇고 여시 안에서도 그렇고.
전라도 사투리로 아재어를 사용하는 개개인을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니고, 아재어로 별 생각 없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도록 한 대중 매체 속의 아주 오래된 지역차별을 알아줬으면 해서 몇몇 글을 가지고 왔어. 내가 달필가가 아니라 남의 글을 빌릴 수밖에 없네 ㅋㅋ
국가가 부른다 또 사투리 편견인가
<국가가 부른다>에서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표준말을 썼다. 그런데 극중에서 김상경이 체포하러 간 마약 범죄자만 사투리를 썼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전라도 사투리였다.
그 범죄자는 대단히 치졸한 캐릭터였다. 한국사회의 정서에서 최악의 남성 캐릭터는 악인이 아니라 찌질한 사람이다. 바로 그 범죄자가 그랬다. 그는 비굴한 양아치였다. 그런 캐릭터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게 한 것이다.
더 황당한 건 그 범죄자의 두목급인 사람은 표준말을 썼다는 데 있다. 악인도 강한 악인, 큰 악인은 표준말을 쓰고, 찌질하고 비루한 악인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왜냐하면 한국이 호남차별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역차별은 인종차별과 다를 것이 없다. 찌질한 캐릭터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게 하는 것은 그런 식의 차별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기왕의 차별을 더 강화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제작진이 반드시 피해야 할 설정이었다.
이것은 <국가가 부른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찌질하고, 비루하고, 사악하고, 음흉한 캐릭터에게 쓰도록 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다. 예컨대 <천사의 유혹>에선 모두가 표준말을 쓰는 가운데 탐욕스러운 사기꾼인 여자주인공의 작은 아버지 부부만 전라도 사투리를 썼었다.
<추노>에선 ‘숭례문 개백정’이 갑자기 그악스러운 성정을 드러내며 경박하게 핏대를 세울 때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나왔었다. 한양에서 활동한 숭례문 개백정이 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 말했듯이 무심코 계속 되는 설정이 호남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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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호남 출신 택시기사분과 한참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겪은 지역차별의 설움을 젊은 사람인 나에게조차 호소하셨다.
‘79년에 서울 올라오니까 전라도 놈들은 다 나쁜 놈들이라는 거야. 미쳐버린다니까. 이게 사람 죽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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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하재근 블로그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선한 주인공은 경상도 사투리, 강간범역은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해서 논란이 있었대
+가문의 위기 시리즈를 비롯 조폭영화에서 조폭들이 사용하는 사투리가 전라도 사투리인 것도 꾸준히 있어온 논란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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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드라마에 넋을 놓고 있을 때, 필자는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깡패, 식모, 사기꾼, 걸인, 죄인 등 밑바닥 서민이나 사회 기피인물 대부분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 아닌가. 배경이 서울이나 부산인데도 천박한 역할에 꼭 호남사람을 끼워넣어 '~랑께, ~부러, 거시기'를 남발했다. 간신배, 도둑, 협잡꾼, 폭력배 역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 나오지 않으면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지고 흥미 유발이 어렵다고 여겼는지 모르지만 비리, 부정, 범죄, 아첨, 비양심의 표본으로 설정한 것은 정신적인 지역차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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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그 지역의 독특한 고유 언어로 지방의 넋이 밴 그 지역민의 정서와 문화, 뼈와 살이다. 특정 지역 사투리가 그 지역 사람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웃음거리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지역 감정에 불을 지르는 일이며, 그 지역 사람의 '혼'을 죽이는 일이다. 전라도 사투리는 부정적인 인물을 묘사하기 위한 '전용어'가 아니다. 전라도 사투리는 삐뚤어지고 그릇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다. 다른 지역 어린이들이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전라도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다면 그 역사적인 뒷감당 어찌할 건가. 전라도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편견의 피해를 봐야 한다면 그것은 천형이다. 온 국민에게 '전라도는 천박한 곳'이라는 잠재적 고정관념과 차별의식의 '씨'를 뿌리지 마라. 전라도 사람도 '참 아름답게 묘사되어야 할 권리'가 있다.
- 호남 어디가 아픈가요 남성숙 저
위 본문에 온 국민이 드라마를 보면서 넋을 놓고 있을때 저 책의 저자가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 없었다고 하는 것처럼 나도 아재어로 다수가 웃을때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 그걸 보면서 조금의 불쾌함을 느꼈거든. 단순히 씹치남을 조롱하기 위해, 유희를 위해 사용하는 사투리가 그 지역민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