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공부하지않고윤택한삶은없다
긴글주의
일본에 <반다이>라는 유명한 장난감 겸 게임 회사가 있음
건프라와 다마고치 사업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기업이라서 건담, 다마고치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음
1990년 초반 일본은 경제 호황 붐이 꺼지고
고도성장의 상징물이었던 메카닉 전대 소년물은 인기가 식어가고 있었음
대부분의 애니 업계에서는 침체기가 찾아왔고,
주인공을 기계에서 끌어 내리고 몸으로 직접 부딪히게 내세우는 등 여러 시도를 해가며 고전 중이었음
건담으로 이미 업계 톱을 달리던 반다이도
어떻게 하면 여아 완구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음
경쟁사들은 리카짱, 요술공주 밍키,
요술 공주 샐리 등으로 60년대부터 여아 완구를 꽉 잡고 있었음
그러던 와중, 잡지 연재와 동시에 애니메이션화가 확정이었던 <세일러문>이 눈에 들어옴
제작진 라인업도 토에이 제작사와 아사히 방송사로
과거에 슈퍼 센타이 시리즈를 함께 해서 사이도 좋겠다
(* 파워레인저의 토대인 슈퍼 히어로물)
반다이도 이건 돈 된다 싶었는지 자처해서 상당수의 장난감 스폰을 맡음
92년도에 방영 개시하자마자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반응 폭발
세일러문 완구 수요 급증
의기양양하게 <핑크 네일 슬로스>라는 메이크업 장난감을 출시함
당시 모든 장난감 회사가 그러하듯 여자애들 남자애들 좋아하는 장난감은 정해져 있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음 당연히 좋아할 거로 생각했나 봄
투자 대비 더딘 판매율로 다시 회의 들어감
사토 준이치의 인터뷰에 의하면 장갑을 끼는데도 불구하고 스폰서 요청으로 일부러 변신 중에 네일을 올리는 장면을 넣었다고 함
(*구판 애니 1기~2기 제작 감독)
수첩, 콤팩트 등등 여러 완구도 내세웠으나 반다이 눈에는 부진한 실적이었는지 애니 1기부터 제작 중단 말 나옴
그러나 1기 후반부에 신무기 문스틱 등장
극중 내내 부진해보이던 세라를 각성시키고
모두에게 마법전사로서의 자질을 인정하게 만듦
기술까지 화려하게 들어가니 실시간 방송 달린 애기들 뒤집어짐
불티나게 잘 팔림
2기 제작 확정
반다이가 문스틱 판매에 매진하면서 토에이도 문스틱 원샷에 정성을 더함
이 문스틱은 전 시리즈 내내 툭하면 강화해서 효녀 노릇을 제대로 함
그리하여 전성기 동안 '1기 문스틱만' 60만 개를 파는 쾌거를 이룸
딴말인데 원작에서는 1기 문스틱은 싸우던 도중 박살났음
애니판에서는 잃어버린 걸로 했는데 문스틱 판매율을 염려했던 것 같음
달봉 팔이에 제대로 눈을 뜬 반다이
애니 3기 제작에 들어가기 전, 타케우치 나오코에게 본인들이 새로운 장난감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을 그려 달라고 요청함
(*세일러문 원작자)
그렇게 탄생한 세일러 마법 아이템
<스파이럴 하트 문 로드>
사이코--! 개미친 사이코다----!
애들뿐만 아니라 성인 여성들, 오타쿠 남성들까지 환장함
그동안 나온 세일러문 무기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을 정도로 대박을 침
타케우치 : 오랜만에 기억나네요. 지금까지 없었던 살짝 진품 같은 형태가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모 왕실의 스틱 같은 것을 이미지로, 호화롭게 더 호화롭게 라고 디자이너 분께 부탁드렸습니다.
아야 : 이 노력을 요즘 어린이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타케우치 : 반다이 쪽 담당자분이 "이렇게 하면 4전 떨어져"라면서 전 단위로 돈 얘기를 하셨던 걸 잊을 수가 없네요.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신거지 했더니, 당시 물건을 중국에서 제작하고 있었는데, 제작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담당자가 1엔 이하까지 엄밀하게 교섭하고 있었다나요. 깜짝 놀랐죠.
아야 : 그렇게 해서 이처럼 멋진 물건이 탄생한 것이로군요. 세일러문의 아이템은 전체적으로 어딘가 여성적인 기품이 풍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타케우치가 장난감 제작자들과 자주 만나며 의논했다는 건 본인 피셜이기도 함
이때의 세일러문 완구는 반다이 전체 장난감 판매 비중 2위를 차지함 1년에 한화로만 4,000억 원 가량 땡겼다 함...
(* 1990년 대 후반 매출 기준 1위 건프라, 공동 2위 드래곤볼..)
덕후들이 "나오코는 의무를 마치고 부자가 되었다" 라고 말할 정도로 반다이의 여아 완구 개척에 개국공신 역을 함
그러나, 원작자 포함해 모든 제작진들이 완구 판매 압박감이 컸었는지
타케우치는 후일담 인터뷰에서 제작진들이 자꾸만 애니메니션과 원작 방향에 손을 대 갈등이 잦았다고 말했고,
장난감 제작자들은 출판과 애니 속도에 맞춰 장난감을 만들어야 하니 힘들었다고 토로했음
세일러문 성공에 힘입어 반다이는 다음 마법소녀물로 <꼬마 마법사 레미>, <프리큐어>의 장난감 제작에 들어감
세일러문은 결국 원작자와 저작권 소송이 있었는지라 눈치 덜 보고 완구 PPL을 껴넣을 수 있는 토에이 오리지널 제작으로 들어간 것 같음
그러나 꼬마 마법사 레미는 토에이와 반다이의 마찰로 인한 제작비 부족으로 4기 종영
(난 도레미 팬이라서 완결났을 때 한동안 우울했음...
역시 대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었음을.....ㅜ)
<세일러문>이 요술봉이었다면
<프리큐어>는 비즈 만들기 같은 핸드메이드 완구로 히트침
프리큐어 시리즈는 최장기 여아 장르물로 10년 동안 꾸준히 장난감 연간 판매량 110억 엔을 올림
물론 반다이는 현재 건담과 남아 완구로 더 수익이 크지만, 이로서 여아 남아 완구 팔이 모두 성공함
(이 글 쓰려고 프리큐어 난생 처음 봤는데 애들이 마법봉 안쓰고 주먹으로 승부 봄... 걍 육탄전임.. 여자들의 피땀눈물 가득한 격투기 만화가 보고 싶다? 프리큐어를 보셈...)
이 과정을 쭉 지켜 본 일본문화학자 사이토 쿠미코는
마법소녀물 속 젠더 정체성을 분석한 논문 (* Magic, "Shōjo", and Metamorphosis, The Journal of Asian Studies, 2014) 에서 이렇게 말함
일부 문장 발췌해옴 직역이라 어색함
[ 서구의 '장르' 개념이 줄거리와 배경에 따라 마법 소녀를 정의하도록 유도할 수 있지만 이 범주를 식별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주로 비즈니스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다 ]
[ 많은 일본 어린이 쇼와 마찬가지로 마법 소녀 애니메이션은 성별로 구분된 장난감을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각 에피소드는 본질적으로 소년에게는 25분짜리 상업 마케팅 영웅 시계이고 소녀에게는 마법의 콤팩트이다.]
[ 애니메이션에서 겉으로 보기에 권한을 부여받은 소녀 영웅들은 (현실) 소녀들에게 결혼할 때까지 패션, 로맨스, 소비를 추구하고, 결혼하면 좋은 아내와 어머니로서 집에 머물도록 은밀히 가르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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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녀문화 분석 참고 도서로는
<요술봉과 분홍제복>,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가 있음!
해외 오타쿠 블로그 참고하며 쓴 거라
오타쿠적 관점 양해부탁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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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자만좋아하는여시 작성시간 22.10.14 뭔가 생각하게 만드네
우리의 취향이 진짜 우리만의 취향은 아닐지도 몰라 분홍색과 긴머리 반짝이는 것들 어른들이 알고 만들어낸 취향인가 하는 마음이 드네 어릴때 진짜 좋아했는데 짧은 치마를 입고 반짝이는 마법봉을 들고 변신하는 모든 것들을 다 좋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건강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기도해
이런 주제의 글은 아니겠지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 이미지 확대 -
작성자Panorama 작성시간 22.10.14 여자애들이 대게 반짝거리는 요술봉을 좋아하는 건 의도적으로 학습된 것이라니....경계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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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천둥벌거숭 작성시간 22.10.14 와 진짜 너무 흥미로워.....진짜 그냥 마냥 재밌게 소비한 만화에 뒤섞인 어른들의 비지니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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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모리모리222 작성시간 22.10.14 진짜 흥미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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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콰트로샀는데왜도마뱀안줘요 작성시간 22.10.14 재밌다..